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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0> 김조순 서영보 이만수의 단풍잎 우정

단풍잎 지금까지 눈물 속에 전하네(葉如今堪裏淚·엽여금감리루)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11-15 18:54:33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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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가지 잡고 가을 든 묘향산 오르니(綠枝攀取妙香秋·녹지반취묘향추)

금강산 놀러간 죽석관 노인이 생각나네.(緬憶金剛竹老遊 ·면억금강죽로유)

이 단풍잎 지금까지 눈물 속에 전하노니(此葉如今堪裏淚·차엽여금감리루)

누굴 시켜 벼루에 감추고 누 이름으로 삼았던가.(敎誰藏硯與名樓·교수장연여명루)

조선 후기 안동 김씨 세도정치의 기틀을 마련한 풍고(楓皐) 김조순(金祖淳·1765∼1832)이 1824년 묘향산에 가 쓴 시 ‘계곡에서 단풍가지를 꺾어 드니 생각나는 바가 있어서(溪上折楓枝有感)’로, ‘풍고집’ 권3에 들어있다. 그는 단풍이 붉어 절정인 묘향산에 가 계곡에서 단풍가지를 하나 꺾었다. 그런데 죽석관(竹席館) 노인이 생각나 눈물이 고였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위 시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시에 달린 주석을 봐야 하는데, 간략히 말하면 다음과 같다. “죽석관은 서영보(1759~1816)이며, 그가 1806년 금강산 유람을 갔다가 벗인 김조순과 극옹(屐翁) 이만수(1752∼1820)에게 단풍잎을 보냈다. 극옹은 함경도 관찰사로 있으면서 누각을 세우고 있었는데, 완성되자 홍엽루(紅葉樓)라 했다. 김조순은 그 단풍잎을 본떠 그리고 시의 발문을 지어 ‘풍엽전조(楓葉傳照)’라는 첩을 만들었다. 그리고 단풍잎을 연적 갑 안에 넣어두었더니 지금까지 손상되지 않고 있다.” 이제 묘향산에서 왜 죽석관이 생각났는지 이해될 것이다. 누가 단풍잎을 벼루 안에 넣어두었는지, 누가 누 이름으로 삼았는지도 말이다. 이만수는 서영보가 보낸 단풍잎과 편지를 ‘홍엽첩(紅葉帖)’이라는 한 권의 시집으로 묶었다. 김조순은 이만수의 홍엽첩에 중국의 왕세정이 서중행을 전송하는 시를 들어 자기 글을 보탬으로써 세 우정을 더 돈독히 하고자 했다. 이들은 명나라 시인 왕세정·이반룡·서중행의 우정을 자신들의 우정과 연결시킨 것인지도 모른다.

한창 단풍철이어서 생각난 시이다. 독자께서도 단풍구경을 하셨으리라. 필자는 지난 주말 대학 시절 문학회 친구들과 피아골 직전마을에서 대피소까지 단풍을 완상하였다.

시인·인문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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