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일과로 책을 읽으니, 네 가지 유익함을 깨달았다. 첫째, 배가 약간 고플 때 책을 읽으면 두 배나 낭랑하고 윤기 있는 소리가 되어 그 이르고자 하는 바를 음미하노라면 배고픈 줄을 모르게 된다. 둘째, 조금 추울 때 책을 읽으면 기운이 소리를 쫓아 흐르듯이 굴러와 몸속이 적당히 누그러져 추위를 잊기에 충분하다. 셋째, 근심과 고뇌에 빠졌을 때 책을 읽으면 눈은 글자 속에 묻혀 마음은 이치와 하나가 되어 천만 가지 생각이 사라져 없어지게 된다. 넷째, 기침으로 앓을 때 책을 읽으면 기운이 통하여 아무 걸림이 없어져서 기침 소리가 갑자기 다스려지게 된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 배고프지도 배부르지도 않으며, 마음이 아주 기뻐지고 몸도 건강해진다.”
“近日覺日課讀書(근일각일과독서), 有四益(유사익). … 一(일), 畧略飢時讀(약략기시독), 聲倍朗潤(성배랑윤), 味其理趣(미기이취), 不覺其飢也(불각기기야). 二(이), 稍寒時讀(초한시독), 氣隨聲而流轉(기수성이류전), 軆內適暢(체내적창), 足以忘寒(족이망한). 三(삼), 憂慮惱心時讀(우려뇌심시독), 眼與字投(안여자투), 心與理湊(심여이주), 千思萬念(천사만염), 有時消除(유시소제). 四(사), 病咳時讀(병해시독), 氣通不觸(기통불촉), 漱聲頓已也(수성둔이야). 如其不暖不寒不飢不飽(여기불난불한불기불포), 心地和悅(심지화열), 軆幹康安(체간강안)….
‘책만 읽는 바보’인 간서치(看書痴)로 잘 알려진 이덕무(1741~1793)의 산문집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에 나오는 문장이다. 책을 읽으면 절로 얻어지는 유익함, 지금과는 삶의 모습이 다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다.
이덕무는 박학다식했으나 서출이었다. 너무 빈한해 늘 추위에 떨었으며, 배가 고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책을 읽으면 추위와 배고픔을 잊었다. 정조가 그의 영특함을 알고, 1779년 박제가 유득공 등과 함께 초대 규장각 외각검서관으로 임명했다. 아이든 어른이든 책보다는 휴대전화에 더 익숙하다. 어리석은 필자의 아들 둘은 못난 아버지에게 “평생 손에서 책을 놓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버렸다.
시인·고전인문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