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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6> 정몽주가 언양 유배 때 나라를 걱정한 시

지식 있어도 나랏일 오히려 그르쳤고(腹裏有書還誤國·복리유서환오국)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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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11-01 20:06:36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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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마음 오늘따라 너무 처량하여(客心今日轉凄然·객심금일전처연) / 물 가까운 산에 올라 해변을 바라보네(臨水登山瘴海邊·임수등산장해변). / 지식 있어도 나랏일 오히려 그르쳤고(腹裏有書還誤國·복리유서환오국) / 주머니엔 약도 없는데 목숨만 늘이고 있네(囊中無藥可延年·낭중무약가연년). / 용은 세모를 걱정하며 깊은 골짜기에 숨었고(龍愁歲暮藏深壑·용수세모장심학) / 학은 맑은 가을 기뻐하며 푸른 하늘로 올라가네(鶴喜秋晴上碧天·학희추청상벽천). / 손으로 국화 꺾어 다시 한번 취하니(手折黃花聊一醉·수절황화료일취) / 우리 임금 옥 같은 모습 구름 너머 떠오르네(美人如玉隔雲烟·미인여옥격운연).

고려 말 문신이자 학자인 포은(圃隱) 정몽주(1337~1392)가 울산 언양 유배 때 당나라 유종원(773~819)의 시에 차운하여 읊은 ‘彦陽九日有懷次柳宗元韻(언양구일유회차유종원운·포은집 권2)’이다. 그가 유배된 것은 1375년으로 39세 때이다. 음력 9월 9일인 중구일에 임금과 나라 걱정이 되어 국화주를 마시며 시를 지었으리라. 그의 언양 유배 시기와 관련하여 남아 있는 유일한 시이다.

포은은 24세 때 장원급제하여 명성이 알려졌으나, 공민왕이 시해된 직후인 39세 때 성균관대사성으로 재직하면서 이인임·지윤 등 친원파(親元派)가 주장하는 ‘배명친원(排明親元)’ 정책에 반대하다 언양 어음리 요도라는 섬으로 유배됐다. 포은이 유종원의 시를 차운한 이유는 아마 둘 다 신진사인(新進士人)으로서 권신(權臣)들에게 맞서다 귀양 가거나 좌천됐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당시 수도 개성에서 머나먼 언양 골짜기에서 유배를 살고 있으니 나랏일 걱정이 매우 컸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용은 세모를 걱정하며’라는 시구를 통해 기울어가는 고려 왕조를 염려한다. 예나 지금이나 배웠다는 사람들이 세상과 타인을 위하기보다 자기 영달을 위해 과도한 욕심을 부리다 나랏일까지 그르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포은 역시 지식인으로서 당시 원·명나라 교체기의 혼란스런 상황에서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심사를 시에서 드러냈다.

시인·고전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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