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서 이(人-3)클대(大-0)섬길 사(亅-7)작을 소(小-0)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에 정부는 대북전단은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에 위험을 초래한다면서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통일부는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미래통합당 지성호 의원 등은 “청와대와 국방부가 북한의 역성을 든다”며 “문재인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고, 또 “정부는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할 것을 촉구한다”고도 했다. “참담한 심정”이라는 표현도 썼다. 한국 정부가 북한의 주장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고 따른다고 확신한 듯하다. 국가의 안위를 위해 한 충언(忠言)이요 고언(苦言)이니, 동의하실 분들도 많으시리라. 그런데 ‘위협, 촉구, 참담’ 등의 말을 쓸 만큼 위중한 일일까?

‘맹자’의 ‘梁惠王下(양혜왕하)’에 나온다. 제나라 선왕이 물었다. “交鄰國有道乎?”(교린국유도호?) “이웃 나라와 사귀는 데에도 도가 있소?” 맹자는 “있습니다”며 이렇게 대답했다. “以大事小者, 樂天者也; 以小事大者, 畏天者也. 樂天者保天下, 畏天者保其國.”(이대사소자, 낙천자야; 이소사대자, 외천자야. 낙천자보천하, 외천자보기국) “큰 나라로서 작은 나라를 섬기는 일은 하늘의 이법을 즐기는 것이고, 작은 나라로서 큰 나라를 섬기는 일은 하늘의 이법을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하늘의 이법을 즐기는 자는 천하를 지킬 수 있고, 하늘의 이법을 두려워하는 자는 제 나라를 지킬 수 있습니다.”

지금 한국과 북한 가운데 어디가 큰 나라일까? 한국이 큰 나라일까, 북한이 큰 나라일까? 정치력 경제력 군사력 외교력을 다 따질 필요도 없이 답은 나오리라 생각한다. “以大事小”(이대사소) 곧 “큰 나라로서 작은 나라를 섬기는 일”쯤 하면 어떤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