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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500> 余取所求

내가 필요한 것만 취하면 된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08 20:07:39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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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여(人-5) 취할 취(又-6) 바 소(戶-4)바랄 구(水-2)

숙손목자는 시 <포유고엽>을 읊조렸고, 숙향은 시의 내용으로 그 의중을 짐작해서 판단을 내렸다. 이처럼 시구의 일부를 따와서 자신의 뜻을 표현하는 것을 ‘賦詩斷章(부시단장)’이라 하는데, 그 출처는 ‘춘추좌전’이다. ‘춘추좌전’ <노양공 28년>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제나라의 慶封(경봉)은 사냥을 좋아하고 술을 즐겼다. 정치는 모두 아들인 慶舍(경사)에게 맡겼다. 盧蒲癸(노포계)라는 인물이 있어 경사의 家臣(가신)이 되어 총애를 받았다. 경사는 자신의 딸을 그에게 주어 아내로 삼게 했다.

이때 경사의 가신 하나가 노포계에게 물었다. “男女辨姓, 子不辟宗, 何也?”(남녀변성, 자불피종, 하야?) “부부는 성이 달라야 하는데, 그대는 같은 宗氏(종씨)를 피하지 않으니 어찌 된 겁니까?”

가신의 말인즉, 慶氏(경씨)와 盧蒲氏(노포씨) 모두 姜氏(강씨)로 같은 종씨이니 혼인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뜻이다. 그런데 노포계는 이렇게 대답했다. “宗不余辟, 余獨焉辟之? 賦詩斷章, 余取所求焉. 惡識宗?”(종불여피, 여독언피지? 부시단장, 여취소구언. 오식종?) “같은 종씨가 나를 피하지 않는데, 나 홀로 어찌 그것을 피하겠소? 이는 시를 읊을 때 한 구절을 따와서 뜻을 담는 것과 같으니, 내가 필요한 것만 취하면 되는 것이오. 같은 종씨인지 어찌 알 필요가 있겠소?”

노포계가 한 말에 ‘부시단장’이 언급되고 있다. 그는 시구를 시 전체의 내용이 어떠하든 상관없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이용한다고 했는데, 이는 곧 시구의 의미를 왜곡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를 흔히 ‘斷章取義(단장취의)’라고 말한다. 그런데 시구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의미를 왜곡해서 이용하는 것은 의도가 있어서다. 달리 말해서, 의도가 앞서면 시구의 의미는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다. 만약 어떤 사실을 의도를 갖고 본다면, 어떻게 될까?

거짓과 진실이 뒤바뀔 게 분명하다. 더 나아가 의도를 갖고서 사건을 들여다보거나 기소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저 거짓과 진실이 뒤바뀌는 데서 그칠까?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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