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닐 비(非-0) 때문에 위(爪-8) 남인(人-0) 땀이 날 차(水-5)

묵가의 겸애는 그 자체로는 참으로 위대한 학설일 수 있다. 그러나 보편적인 윤리가 되기 위해서는 그 학설이 인간의 본성 또는 실상에 바탕을 두고 있어야만 한다. 즉, 누구나 일상에서 실행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이론적으로 아무리 고상하더라도 실천적으로 별 쓸모가 없는 것은 윤리로 성립되지 않는다. 종교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묵가의 학설에는 겸애와 더불어 침략과 전쟁을 부정하는 非戰(비전)과 非攻(비공), 지배층에 요구하는 節用(절용) 따위가 있어 당시 핍박받던 민중에게서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거대한 세력을 형성해 유가를 압도했다.

그럼에도 전국시대가 다 가기 전에 가뭇없이 사라진 것은 음악을 배격한 데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의 본성과 감정에 대한 이해가 얕았고, 또 하늘을 인격화하고 귀신을 숭배하는 등 종교성이 강해지면서 세속의 윤리로서 길잡이가 되기에는 난삽해졌기 때문이다.

반면 유가의 학문은 철저히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에 바탕을 두었기 때문에 오래 살아남아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다시 맹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蓋上世嘗有不葬其親者, 其親死, 則擧而委之於壑.”(개상세상유불장기친자, 기친사, 즉거이위지어학) “ 아득한 옛날에 그 어버이를 장사지내지 않은 자가 있었는데, 그 어버이가 죽자 주검을 들어서 구덩이에 내다 버렸다.” “他日過之, 狐狸食之, 蠅蚋姑嘬之, 其顙有泚, 睨而不視.”(타일과지, 호리식지, 승예고최지, 기상유차, 예이불시) “어느 날 그곳을 지나다가 여우와 살쾡이가 주검을 먹고 있고 파리와 각다귀가 씹고 물어뜯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마에서는 땀이 났으며, 바로 보지 못하고 곁눈질로 보았다.”

“夫泚也, 非爲人泚, 中心達於面目. 蓋歸反虆梩而掩之.”(부차야, 비위인차, 중심달어면목. 개귀반류리이엄지) “이 땀이란 것은 남을 의식해서 흘린 것이 아니라 마음에 있던 것이 얼굴에 나타난 것이다. 이에 집으로 돌아와서는 삼태기와 가래를 갖고 되돌아가 주검을 덮어 가렸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