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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405> 彼有取爾

그는 그렇게만 알고 있었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5-27 19:57:23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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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 피(-5) 있을 유(月-2) 잡을 취(又-6) 그것 이(爻-10)

이지가 말한 “사랑에는 차등이 없다”는 ‘愛無差等’(애무차등)이 곧 兼愛(겸애)다. 이 겸애와 더불어 薄葬(박장) 곧 ‘검소한 장례’도 묵가에서는 매우 강조하고 중시한다. 이 겸애와 박장 모두 유가의 학설과 예법을 정면에서 비판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지는 “그 베풂이 어버이로부터 시작될 뿐이다”라고 말했다. 사랑을 베푸는 일은 어버이로부터 시작된다고? 이것이 유가에서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아무런 차등이 없이 사랑한다는 겸애와도 충돌하지 않는가? 그럼에도 이지가 굳이 그런 말을 한 까닭은 자신의 어버이가 돌아가셨을 때에 그 장례를 매우 화려하게 치렀기 때문이다. 검소한 장례를 치러야 한다는 묵가의 주장을 저버리고 제 어버이에게 예외를 둔 것에 대한 일종의 변명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사랑에는 차등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분명히 언행불일치다. 이 점을 맹자가 놓칠 리 없다.
“夫夷子信以爲人之親其兄之子爲若親其隣之赤子乎? 彼有取爾也.”(부이자신이위인지친기형지자위약친기린지적자호? 피유취이야) “저 이지는 참으로 사람들이 제 형의 아들을 가까이하는 것을 이웃의 어린아이를 가까이하는 것과 같다고 여기는가? 그는 이렇게만 알고 있다.”

묵가의 겸애는 대상이 제 아들이든 형의 아들이든 이웃의 어린아이든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으며 어떠한 차이나 차등도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지 또한 그런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맹자는 “彼有取爾也”(피유취이야) 곧 “그는 이렇게만 알고 있다”며 나무라고 있다. 이는 곧 이지가 이론적으로만 겸애를 알고 주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지는 그 주장과 달리 제 어버이의 장례를 화려하게 치르면서 제 어버이와 다른 사람들의 어버이에 차등을 두었던 것이다. 이지의 언행이 불일치한 까닭은 그가 교활한 사람이어서 아니다. 그가 중시한 겸애가 애초에 자연스러운 감정이나 마음에 바탕을 두지 않은, 이론적이고 이상적이며 부자연스러운 사랑에 지나지 않아 실제 일어나는 감정과 어긋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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