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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371> 終日乎而不憂

갓난애는 종일 울어도 앓지 않는구나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4-09 19:11:24
  •  |  본지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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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 종(糹-5)날 일(日-0)울 호(丿-4)말 이을 이(而-0)아닐 불(一-3)앓을 우(心-11)

“未知牝牡之合朘怒, 精之至也”(미지빈모지합최노, 정지지야) 곧 “암컷과 수컷의 교합을 아직 모르면서도 고추가 곤두서는 것은 정기가 지극해서다”라는 구절을 곰곰 씹어보면, 참 깊은 뜻이 담겼음을 깨닫게 된다. 어쩌면 갓난애의 생리적 작용을 그토록 절묘하게 포착했는지. 고추가 곤두서 있지 않고 쪼그라들어 있는 상태는 정기가 지극하지 않은 때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참으로 그렇다. 아무리 갓난애가 타고난 기운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지만, 그 기운이 늘 밝고 환하며 깨끗할 수만은 없다. 환한 날도 있고 흐릿한 날이 있는 것처럼 갓난애의 기운도 그러하다. 다만, 늘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몸이어서 정기를 잘 갈무리해 두었다가 그 정기를 써야 할 때면 남김없이 끌어내 쓴다는 점이 어른과 다르다. 갓난애는 억지로 기운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기운을 남김없이 쓰고도 앓지 않는다. 노자가 “終日乎而不憂, 和之至也”(종일호이불우, 화지지야) 곧 “하루 내내 울어도 목이 쉬지 않는 것은 어우러짐이 지극해서다”라고 한 말이 그것이다.

우리 민족의 독특한 예술인 판소리는 한 사람의 소리꾼이 고수의 북장단에 맞춰 서사적인 이야기를 창(노래)과 아니리(말)로 엮어 발림(몸짓)을 곁들여 이어간다. ‘춘향가’나 ‘심청가’ 따위 작품을 완창하려면 대개 네댓 시간에서 여덟 시간가량 걸리며, 열 시간을 넘기기도 한다. 이런 완창은 명창들도 어려워하고 청중도 힘들어 할 수 있어 대개 판소리 공연은 그 일부 몇 대목을 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불과 대여섯 시간을 지치지 않고 이어가지 못한단 말인가?
성악가나 가수의 공연도 길어야 두어 시간 남짓이다. 서너 시간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으나, 드물다. 한 번에 길게 노래했다가는 목이 쉴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오랜 세월 훈련하고 단련했는데도 왜 목이 쉴까? 반면에 갓난애는 어떠한가? 누구나 갓난애의 울음소리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숨이 넘어갈 듯이 목청껏 몇 시간이고 운다. 그렇게 우는 갓난애에게서 목쉰 소리를 들은 적 있는가?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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