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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369> 未知交合

남녀의 교합을 아직 모른다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4-07 19:46:27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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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아닐 미(木-1) 알지(矢-3) 섞일 교(亠-4) 합할 합(口-3)

노자는 갓난애를 두고 “未知牝牡之合朘怒, 精之至也”(미지빈모지합최노, 정지지야) 곧 “암컷과 수컷의 교합을 아직 모르면서도 고추가 곤두서는 것은 정기가 지극해서다”라고 말했다. 본디 암컷과 수컷의 교합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명이 번성하고 문화가 발달하면서 이 자연스러운 것이 더 이상 자연스러운 것으로 남지 않고, 온갖 세속 윤리와 예법, 관습 따위로 말미암아 부자연스러운 것, 상스럽고 추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세속의 예법과 관습은 남녀의 교합을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들어 놓고는 또 혼인 제도를 마련해서 이른바 ‘정식 절차’를 밟도록 강제했다. 참으로 ‘정식’이다. 올바른 격식이나 의식이라는 뜻의 正式(정식)이요, 획일적으로 규정한 방식이라는 뜻의 定式(정식)이다. 이런 정식 절차를 밟지 않는다면, 즉 예법이나 관습에서 벗어난 방식으로 교합한다면, 그것을 ‘野合(야합)’이라 했다. 사마천은 ‘사기’ ‘孔子世家(공자세가)’에서 “紇與顔氏女野合而生孔子”(흘여안씨녀야합이생공자) 즉 “叔梁紇(숙량흘)은 顔徵在(안징재)와 야합하여 공자를 낳았다”라고 썼다. 예악을 누구보다 중시했던 공자인데, 그가 야합으로 태어났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껏 어떤 유학자도 그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상대가 공자이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야합이든 아니든 남녀의 교합을 자연으로 보았기 때문이었을까?
어쨌든 노자는 갓난애는 “未知交合”(미지교합) 즉 “남녀의 교합을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교합도 자연인데, 이조차 모른다고 했다. 이 자연을 ‘아직 모른다’는 것은 어떠한 의식도, 의식하는 것도 없다는 뜻이다. 의식이란 ‘나’와 ‘나 아닌 것’을 구별하는 것이다. 여기에 세속의 예법과 관습 따위가 더해지면, 천연한 본성으로부터 멀어진다. 다행히 갓난애는 아무런 의식이 없으므로 그저 제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따를 뿐이다. 어떤 외부적인 변화가 있더라도 거기에 이끌리지 않는다. 이끌린다면, 그것은 몸이 그 변화를 받아들일 때, 그 때뿐이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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