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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363> 專氣致柔

오롯한 기운에 지극한 부드러움이라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3-28 20:33:58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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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롯할 전(寸-8) 기운 기(气-6) 지극할 치(至-4) 부드러울 유(木-5)

다시 노자의 말을 음미해 보자. “含德之厚者, 比於赤子.”(함덕지후자, 비어적자) “품은 덕이 도타운 사람은 갓난아기에 견줄 만하다.” 이 말에는 도탑게 덕을 쌓아서 위선과 가식을 떨어내야만 비로소 갓난아기의 그 天然(천연)과 天眞(천진), 聰明(총명)을 되찾을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나이와 지식만으로는 몸도 마음도 굳어갈 뿐이다.

어른과 아이가 주고받는 문답을 떠올려보라. 어른들은 아이들이 던지는 물음 앞에서 대개 속수무책이다. 생뚱맞은 듯 긴요한 물음들을 연신 던지는데, 어른들은 어찌할 바를 모른다.

반면에 어른들이 벼르고 던진 물음에 아이들은 얼마나 천연덕스럽게 대답하는지.

교육학자인 켄 로빈슨(Ken Robinson, 1950∼)이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여섯 살짜리 여자애가 그림 수업을 받고 있었다. 다른 수업에서는 별로 집중하지 않고 심드렁해하던 아이였다. 그런데 그림 수업에서는 아주 집중하여 신나게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신기하게 여기며 교실 뒤쪽에 앉아 있던 여자애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무얼 그리고 있니?”

여자애가 대답했다. “神(신)을 그리고 있어요!”

선생님이 물었다. “신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아무도 모르잖아?”

그러자 여자애가 대답했다. “곧 알게 될 거예요!”

선생님은 말문을 잃었다. 엉뚱한 대답이어서가 아니라 현자라야 할 법한 대답을 했기 때문이다. 여자애의 대답은 두꺼운 고전 한 권에 담긴 사유와 지혜보다 더 묵직한 울림을 준다. 대개의 어른은 그런 물음 앞에서 딴청을 부리며 어물쩍 넘어가거나 낯을 붉히며 괜히 짜증을 내지 아마?
통행본 ‘도덕경’에서는 “專氣致柔, 能嬰兒乎?”(전기치유, 능영아호?) 즉 “기운을 오롯이 하고 지극히 부드러워져 갓난아기처럼 될 수 있는가?”라고 했다. 어른이라 자처하는 통치자와 지식인들에게 던진 말인데, 지금도 “그렇다”고 대답할 어른은 드물다. 그래서 인간세계가 이토록 시끄럽고 어지러운가?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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