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킬 사 (人 -6) 백성 민 (氏-1) 지극히 할 경 (攴-9) 참될 충 (心-4)

‘논어’ ‘爲政(위정)’편을 보면, 노나라의 실권을 쥐고 있던 季康子(계강자)가 공자에게 “使民敬忠以勸, 如之何?”(사민경충이권, 여지하?) 곧 “백성들이 지극히 삼가고 참되며 힘쓰도록 하려면, 어찌해야 합니까?”라고 묻는 대목이 나온다. 예나 이제나 정치가들은 대개 엘리트 의식에 절어 있는 이들이다. 자신들은 현명하고 식견이 있으며 백성을 아끼는 마음이 지극해 모두 잘 살 수 있는 정치를 위해 애쓰는데, 백성은 그 뜻을 몰라주고 따라주지도 않는다고 여긴다. 계강자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에 공자는 이렇게 대답해 주었다. “臨之以莊, 則敬; 孝慈, 則忠; 擧善而敎不能, 則勸.”(임지이장, 즉경; 효자, 즉충; 거선이교불능, 즉권) “그들을 정중하게 대하면 지극히 삼갈 것이요, 효도하고 자애로우면 참될 것이요, 잘하는 이를 들어 쓰고 무능한 자를 가르치면 힘쓰게 될 것이오.”

공자는 통치자나 정치가가 먼저 백성을 정중하게 대하고 스스로 효도하고 자애로워야 한다고, 잘하는 이를 쓰고 무능한 자를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권력을 가진 자들, 윗자리에 있는 이들이 먼저 덕을 갖추어서 본보기가 되어야만 백성도 지극히 삼가고 참되며 힘쓰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유가의 정치에서 중시하는 敎化(교화)다. 이런 교화는 지배층의 솔선수범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런데 지배층이 假飾(가식)과 僞善(위선)으로 눈속임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유교의 교화가 어떤 것인지는 ‘禮記(예기)’에 잘 정리돼 있다. ‘예기’는 엘리트로서 정치가의 길을 조목조목 적어 놓은 책이다. 그런데 과연 유가 지식인들 가운데서 ‘예기’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행한 이가 2000년 동안 몇이나 있었던가? 그 가르침을 관리가 되고 권력을 쥐어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한 수단쯤으로 여기지 않았던가? 교화라는 이름으로 백성에게 주입하여 순순히 통치자를 따르도록 길들이는 데 이용하지 않았던가? 이를 꿰뚫어 본 노자는 ‘죽간본’ 6-3에서 이미 “敎不敎”(교불교) 즉 “가르치지 않음을 가르쳐라”고 말했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