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으킬 작(人-5)에서 우(二-1)쌓을 루(糸-5)흙토(土-0)

오늘날에도 인류는 폭주를 거듭하고 있다. 불과 한 세대 만에 상상을 넘어서는 물질적 삶의 변화가 전 지구에서 일어났다. 어린아이조차 한 번 쥐면 결코 놓으려 하지 않는 휴대전화를 보라. 스마트폰(smartphone)이라 불리는 그것은 이제 단순히 전화기가 아니다. 그것은 초소형, 초고속 휴대용 컴퓨터다. 스마트라는 이름 그대로 인간의 영리함과 멋을 담뿍 뽐내고 있다. 그런데 이 물건을 쓰는 사람들도 참으로 스마트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인류를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 부르기도 하고 ‘호모 파베르(Homo Faber)’라 부르기도 한다. 이성적인 사고를 할 줄 알므로 호모 사피엔스요, 도구를 만들어 쓸 줄 알므로 호모 파베르다. 문명의 발달을 보면 인류를 그렇게 부르는 것은 지당해 보인다. 그러나 인류를 그렇게 부른다고 해서 낱낱의 사람들도 그렇게 이성적이고 창조적인 존재로서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를테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쓴다고 해서 그 사람이 스마트하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말이다.

며칠 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임하면서 “지난 1년 6개월간 일자리가 많이 늘지 못했고 소득 분배도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는 소회를 밝혔다. 얼른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을 높여달라는 국민의 바람과 재촉에 부응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인데, 그 전 10년을 생각하면 그게 1년 6개월 동안에 해낼 수 있는 일이었을까? 국민들이 아무리 채근한다 해도 말이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당부했다. “국민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인기 없는 정책을 펼 수 있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이 다시 3만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데, 왜 떠나는 부총리가 이런 말을 했을까? 다시 퇴보하거나 정체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치와 경제, 사회 시스템을 다시 점검하고 새로 설계하면서 차근차근 나아가야 하는데, 이는 국민의 기다림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하다는 뜻이다.

노자가 “九成之臺, 作于累土”(구성지대, 작우누토) 곧 “아홉 층의 돈대도 흙을 쌓는 데서 시작된다”고 한 말을 에둘러서 한 셈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