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리어 반(又-2)스스로 자(自-0)될 위(爪-8)재앙 화(示-9)

어쩌면 하늘을 본받고 땅을 따르는 것, 즉 하늘과 땅의 이치를 따르는 일은 쉽다고 할 수 있다. 참으로 어려운 것은 “不拘于俗, 不誘于人”(불구우속, 불유우인) 곧 “세속에 구애되지 않고 사람들의 꾐에 넘어가지 않는 일” 아닐까? 우리를 구속하는 것이 바로 문명이고, 그 문명은 사람들의 꾀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제 꾀에 속아 넘어간다’고 하는데, 우리 인간이 꼭 그 꼴이다. 그럼에도 그러는 줄도 모르고 살고 있으니, 어찌 삶이 고달프지 않겠는가? ‘문자’ ‘符言(부언)’에서도 이렇게 일갈하고 있다. “山生金, 石生玉, 反相剝; 木生蟲, 還自食; 人生事, 還自賊. 夫好事者未嘗不中, 爭利者未嘗不窮. 善游者溺, 善騎者墜, 各以所好, 反自爲禍.”(산생금, 석생옥, 반상박; 목생충, 환자식; 인생사, 환자적. 부호사자미상불중, 쟁리자미상불궁. 선유자닉, 선기자추, 각이소호, 반자위화)

“산은 금을 낳고 돌은 옥을 낳으나 도리어 금과 옥 때문에 깎이고 벗겨지며, 나무는 벌레를 낳으나 오히려 벌레에 먹힌다. 이처럼 사람이 일을 만들어 내지만 도리어 일로 자신을 해친다. 무릇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다치지 않은 적이 없고 이익을 다투는 사람이 궁해지지 않은 적이 없다. 헤엄을 잘 치는 사람은 물에 빠져 죽고, 말을 잘 타는 사람은 말에서 떨어져 죽는다. 그처럼 각자 좋아하는 것에 빠지는데, 도리어 그것이 재앙이 된다.”

우리 인간의 어리석음은 거대한 자연의 변화 앞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 자랑하던 이성과 논리는 온데간데없이 막무가내로 자연을 훼방꾼이자 폭군으로 낙인찍어버린다. 그래야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며 문명을 더 안정된 것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일까? 그러나 정작 인간을 옥죄는 것은 자연이 아니라 우리가 쌓아 올린 문명인 줄은 까맣게 모르고 있다. 금을 제련해내고 옥석을 다듬어서는 그것을 소유하려고 남을 해칠 뿐 아니라 제 목숨조차 위태롭게 만들지 않는가? 인간이 정교하게 발달시킨 도구들이 저지르는 패악을 보라. 세계 곳곳에서 아무 죄도 없이 죽어가는 무수한 사람들을 보라. 누가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가? 짐승들인가, 인간인가? 자연인가, 문명인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