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 대(大-0)통할 통(辵-7)뒤섞일 혼(水-8)아득할 명(冖-8)

어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려 한다면, 그 대상에 이름이 없어도 문제 될 것이 없다. 길가에 피어 있는 ‘이름 없는 들꽃’을 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그 꽃의 이름을 몰라도 그 꽃의 꼴을 볼 수 있고 향기도 맡을 수 있다.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데 굳이 이름을 알 필요는 없다. 그런데 그 꽃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는 순간, 눈앞의 그 꽃은 꼴도 향기도 사라진 ‘이름뿐인 꽃’으로만 뇌리에 남는다.

아무리 화려한 언변과 미사여구로도 내 눈에 가득 들어와서 온통 내 마음을 사로잡은 그 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내지 못하며, 아무리 귀 밝은 사람이 듣고 음을 설명해도 직접 경험한 것만큼의 감흥을 받지 못한다. 인간의 언어가 이토록 정교하게 발달한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아무리 표현해도 모자라고, 표현하려 할수록 더욱 대상으로부터 멀어짐을 느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흔히 보는 물건 하나를,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사건을 설명하고 전달하는 데에도 진땀을 뺀다. 진땀을 빼고 또 빼도 결국 제대로 설명하지도 전달하지도 못해서 발을 동동 구른다. 하물며 소리도 없고 형체도 없는 ‘도’를 무슨 이름으로 부를 것이며, 어떻게 형용할 수 있겠는가?

노자는 “字之曰道, 吾强爲之名曰大”(자지왈도, 오강위지명왈대)라 했다. 당시에 쓰던 가장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글자를 끌어왔으니, 그게 ‘道(도)’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서 한 마디 덧붙였으니, 그게 大(대)다. ‘문자’ ‘道原(도원)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夫道者, 陶冶萬物, 終始無形, 寂然不動, 大通混冥, 深閎廣大, 不可爲外, 折毫剖芒, 不可爲內, 無環堵之宇, 而生有無之總名也.”(부도자, 도야만물, 종시무형, 적연불동, 대통혼명; 심굉광대, 불가위외; 절호부망, 불가위내; 무환도지우, 이생유무지총명야.”

“무릇 도는 온갖 것을 만들고 꾸미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꼴이 없고, 고요해서 움직이지 않지만 혼명에 크게 통하며, 지극히 넓고 커서 밖이 있다 할 수 없고, 잘디 잔 털끝 같으나 안이 있다 할 수 없으며, 한계를 지울 경계가 없으나 유와 무를 낳는 총칭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