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없을 무 (无 - 0)곳 소 (戶 - 4)아닐 불 (一 - 3)있을 재(土-3)

노자는 도를 비유하면서 “譬道之在天下也, 猶小谷之與江海”(비도지재천하야, 유소곡지여강해)라 했다. “도가 천하에 있음을 비유하면 마치 작은 골짜기가 흘러드는 강과 바다 같다”는 뜻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대체로 노자는 도를 강이나 바다에 비유하는데, 이 문장에서는 도가 작은 골짜기에 비유되고 있으니 말이다. 여기서 작은 골짜기는 곳곳의 골물이나 시냇물을 가리키니, 다양한 물줄기들을 도라고 한 셈이다. 얼핏 보아서는 모순처럼 여겨질 수 있으나, 실제로는 역설이다.

흔히 도라고 하면 온 천하나 온 우주에 작용하고 있는 ‘도 전체’를 일컫는 것이라 여긴다. 이는 도의 한쪽만을 본 것이다. 존재하는 사물, 일어나는 사태 하나하나가 다 ‘도’다. 드넓은 강이나 끝없는 바다에 비유한 도는 뭉뚱그려서 일컬은 것이고, 실재하는 도는 강이나 바다로 흘러드는 곳곳의 골물이나 시냇물이다. ‘도’라고 하는 이름 때문에 우리는 일상에서 날마다 경험하고 있는 小谷(소곡)들이 바로 ‘실재하는 도’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다.

예나 이제나 도를 깨닫겠다는 사람들은 참으로 많으나, 헤매지 않는 사람이 드물다. 왜 그런가? 날마다 제 감각으로 경험하는 도는 버려둔 채 ‘도라는 이름’에 매여 있기 때문이다. 달을 잡겠다며 달이 비친 강물에 뛰어들었으니.

‘장자’에 나온다. 東郭子(동곽자)가 장자에게 물었다. “도라고 하는 것은 어디에 있습니까?”

장자는 “无所不在”(무소불재) 곧 “없는 데가 없소”라고 대답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땅강아지나 개미에게 있소.”

“그렇게 하찮은 데에 있다니요?” “돌피나 피에 있소.”

“어찌 더 하찮은 데에 있다 하십니까?” “기와나 벽돌에 있소.”

“어찌 더더욱 하찮은 데에 있다 하십니까?” “똥이나 오줌에도 있소.”

동곽자가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하자, 장자가 말했다. “도가 어디에 한정된 것이라 생각하지 마시오. 도와 동떨어져 있는 것은 없소. 지극한 도는 이와 같소.”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