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갈 신(心-10)끝 종(糸-5)같을 여(女-3)처음 시(女-5)

다음은 ‘죽간본’ 6-2다. “臨事之紀, 愼終如始, 此亡敗事矣.”(림사지기, 신종여시, 차무패사의) “일 처리의 졸가리는 끝맺음을 처음처럼 삼가는 것이니, 이래야 망치는 일이 없다.”

臨(림)은 내려다보다, 마주하다, 다루다는 뜻이다. 紀(기)는 벼리, 줄거리, 실마리를 뜻한다. 愼(신)은 삼가다는 뜻이다. 亡(무)는 無(무)와 같다. 敗(패)는 그르치다, 망치다는 뜻이다.

이미 앞서 보았던 것처럼 조광윤은 꽤 순탄하게 제위에 올랐고, 난제 가운데 난제였던 장수들의 병권도 절묘한 대화와 회유로써 별 어려움 없이 내려놓게 했다. 물론 그 이면에는 치밀한 계획과 철저한 검토가 있었겠으나, 조광윤이 정치가로서 뛰어난 자질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쨌든 이로써 내분과 배신의 빌미를 없앴으므로 정권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토대는 마련되었다. 그러나 송 태조의 앞에는 여전히 많은 문제가 놓여 있었다.

우선 북쪽과 남쪽 곳곳에서 독립 정권을 유지하고 있던 지방 권력자들을 제압해서 진정한 통일을 이루어야 했고, 동시에 북방의 강성한 요나라를 견제하기 위해 재정을 확보하고 군사력도 강화해야 했다.

文治(문치)를 위한 개혁과 인재 선발은 가장 긴요한 과제였다. 왕조의 개창은 순탄했으나 수성의 길은 그야말로 험난한 가시밭길이었다.

6-2에서 말한 대로 “끝맺음을 처음처럼 삼가야만” 애써 시작한 천하 통일과 평화 구현의 기회를 망치지 않을 수 있다.

1000년 전의 송 태조 앞에 놓인 과업을 찬찬히 들여다보노라면, 지금 대한민국의 정부와 여러모로 겹쳐진다. 시민들의 촛불 시위, 아니 혁명으로 들어선 정부의 앞길에는 수많은 과제가 놓여 있다. 최근 완화되고 있으나 여전한 북한의 핵무기 위협, 한반도를 에워싼 열강들의 암투, 국내적으로 기득권층의 분열과 갈등 조장, 조선의 멸망 이후로 누적되어 온 모순과 폐단들, 분출되는 각계각층의 불만과 주장들. 이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촛불 시위로 촉발된 이 역사적, 세계사적 전환의 순간! 그런데 대통령은 황제가 아니다. 어떻게 해야 일을 망치지 않을 수 있을까?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