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릿할 미(彳-10)야릇할 묘(女-4)그윽할 현(玄-0)꿰뚫을 달(辵-9)

이제 ‘죽간본’ 5-1이다. “古之善爲士者, 必微妙玄達, 深不可識.”(고지선위사자, 필미묘현달, 심불가식)

“옛날에 훌륭한 선비는 반드시 아련하고 야릇하며 그윽하게 꿰뚫었으므로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微(미)는 흐릿하다, 아련하다, 어슴푸레하다는 뜻이다. 妙(묘)는 젊다, 예쁘다, 야릇하다는 뜻이다. 玄(현)은 검푸르다, 멀다, 깊다, 그윽하다는 뜻이다. 達(달)은 이르다, 꿰뚫다는 뜻이다. 識(식)은 알아보다, 알려지다는 뜻인데, 여기서는 물속 깊은 곳에 있는 것을 더듬는다는 深(심)과 만나서 헤아리다, 가늠하다는 뜻으로 쓰였다.

‘죽간본’ 5장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5-1에서는 훌륭한 선비의 경지를 직설적으로 표현했고, 5-2에서는 그 경지에 이른 선비의 모습을 매우 구체적으로 형용했으며, 5-3은 훌륭한 선비의 존재 의의를 간결하게 정리했다.

5-1에서 표현된 훌륭한 선비의 경지는 微妙玄達(미묘현달) 네 글자에 압축되어 있으므로 한 글자씩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본래 微(미)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것, 잘 보이지 않는 것을 가리키는 글자다. 일반적으로는 작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노자는 만물이나 현상의 근원 또는 궁극의 원리로서 道(도)를 형용하는 데 썼다.

妙(묘) 또한 마찬가지인데, 馬王堆(마왕퇴)에서 발굴된 ‘帛書本’(백서본)에서는 眇(묘)로 되어 있다. 眇(묘)는 본디 한쪽 눈이 작아서 잘 보이지 않음을 가리키는데, 여기에서 작은 것을 잘 보기 위해 실눈 뜨고 보다는 뜻이 파생되었다.

작은 것은 멀리 있는 것이고, 멀리 있는 것은 흐릿해서 그 형체가 불분명하다.

妙(묘)는 스물 안팎의 곱고 아리따운 여자는 무어라 형용하기 어렵다는 경험에서 우리말로 야릇하다는 뜻을 가지게 된 듯하다.

이는 표현의 어려움을 나타낸다. 결국 妙(묘)는 앞의 微(미)와 의미상 통하므로 ‘微妙(미묘)’처럼 붙어서 곧잘 쓰인다.

玄(현)은 비록 ‘죽간본’에서는 이 5장에서 한 번, 15장에서 ‘玄同’(현동)으로 한 번, 모두 두 번 나오지만, 노자 철학의 핵심을 담은 중요한 글자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