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닐 비 (非-0)바꿀 역 (日-4)사람 인 (人-0)본바탕 성 (心-5)

왜 노자는 “잘 하는 자는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는다”고 했을까? 당시 통념, 특히 통치자나 지배 계층의 일반적인 인식은 민중에게는 스스로 알아서 행동하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견해는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다. 심지어 우리 민족에 대해서 “조선 명태는 패야 한다”는 비유로 싸잡아서 후려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 식의 통치가 당시에는 꽤 효과도 있었으니, 법가의 통치가 그러했다.

그럼에도 노자는 아무런 작위가 가해지지 않는 상태가 좋은 상태라고 보았다. 이는 사람의 본성에 대해서도 본래 타고난 것 그대로 좋게 보았다는 뜻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가 강요하면 싫어한다. 무엇을 하든 남의 간섭을 받는 것도 꺼린다. 그것은 강요와 간섭이 나를 모자라거나 무능한 사람으로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무엇이든 알 수 있는 지혜와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수 있는데, 강요와 간섭은 그런 내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불쾌하게 느껴진다. 그런 느낌은 나는 자율적인 존재라는 무언의 항변이나 마찬가지다. 노자는 이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사람의 본성을 본디 좋은 것으로 본다면, 통치 또한 사람 본성을 좇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볼 게 분명하다. 이런 견해가 ‘문자’ ‘자연’에 잘 드러나 있다.

“以道治天下, 非易人性也. 因其所有而條暢之. 故因卽大, 作卽小. 古之瀆水者, 因水之流也; 生稼者, 因地之宜也; 征伐者, 因民之欲也. 能因, 則無敵于天下矣.”(이도치천하, 비역인성야. 인기소유이조창지. 고인즉대, 작즉소. 고지독수자, 인수지류야; 생가자, 인지지의야; 정벌자, 인민지욕야. 능인, 즉무적우천하의)

“도로써 천하를 다스리는 일은 사람의 본성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그가 지닌 것을 좇아서 하나하나 펼쳐주는 일이다. 그러므로 그 본성을 좇으면 크게 되고, 억지로 하면 작게 된다. 옛날에 물길을 내는 자는 물의 흐름을 좇았고, 곡식을 심는 자는 땅의 마땅함을 좇았으며, 정벌하는 자는 민중의 바람을 좇았다. 이렇게 본성을 잘 좇으면 천하에 그와 맞설 자가 없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