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강(弓-9)클 대(大-0)있을 유(月-2)길 도(辵-9)

1월 말에 서지현 검사가 자신이 성추행당한 사실을 알리는 글을 검찰 내부망에 올려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여성이면서 검사다. 검사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참담한 일을 겪었으니, 다른 분야에서는 어떠했겠는가?

그런데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안태근 씨는 그 뒤에도 건재를 과시하다가 ‘돈봉투 만찬’(2017년 4월 21일)이 빌미가 되어 사의했다. 사의한 그는 기독교인이 되어 간증을 하면서 “약 30년 동안 공직자로 깨끗하고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성추행이 폭로되자 “오래전 일이고 술을 마신 상태라 기억이 없다”는 말로 발뺌했다. 당연한 반응이다. 누가 그런 짓을 하고서 쉽사리 인정하며 진심으로 사죄하겠는가?

연극계 대부로 통하던 이윤택 씨는 더했다. 그가 성추행을 했다는 폭로가 나오자 그는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사과를 했다. 그러나 그 사과는 그답게 미리 표정과 몸짓까지 연습을 해서 연출한 연기였다. 이 얼마나 가증스러운 짓인가! 이는 또 다른 피해자들까지 분노하게 해서 그의 그 단단하고 두꺼운 가면을 벗기는 데 나서게 만들었다.

僞善(위선)은 사람이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나 그가 하는 말이 실제로 하는 행동과 다른 것을 이른다. 영어로는 히포크리시(hypocrisy)다. 이 단어는 본래 ‘흉내 내다, 연기하다, 시치미 떼다, 겁쟁이’ 따위를 뜻하는 그리스어 ‘히포크리시스(hypokrisis)’에서 왔다. 흉내 내고 연기하고 시치미 떼는 것, 이것이 바로 위선자의 장기 아닌가! 안태근 씨의 간증과 이윤택 씨의 공개사과는 “위선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여실하게 보여준 사례다.

‘문자’ ‘道德(도덕)’에서는 “强大有道, 不戰而克”(강대유도, 불전이극) 곧 “힘이 세고 큰 이에게도 도가 있으니 싸우지 않고 이긴다”고 했다. 위선자는 힘이 세고 큰 사람이 가야 할 길, 곧 ‘자신을 낮춤’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안다고 해도 간과한다. 힘이 세므로! 도리어 제 힘을 내세워 불의하고 부정한 짓을 저지르고는 깨끗하고 떳떳한 체한다. 힘 있는 자신에게는 맞설 자가 없으므로 싸울 일도 없다고 여긴다. 과연 그런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