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를 양(食-6)목숨 생(生-0)논할 론(言-8)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했으나, 곧바로 제국은 무너졌다. 이윽고 항우와 유방을 중심으로 한 楚漢(초한) 쟁패로 이어졌고, 마침내 유방이 승리함으로써 한나라가 들어섰다. 진시황의 통일 제국 15년을 빼면, 전국시대 이후로 중원은 수백 년 동안 끊임없이 전란을 겪으며 혼란을 거듭해 왔다. 이제 참으로 휴식과 안정이 필요했다.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따라 정치와 사회 전반에서 무간섭과 방임을 지향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이런 분위기에 가장 어울리는 사상이 바로 黃老學(황로학)이었다. 이른바 문제와 경제의 태평성세를 이르는 文景之治(문경지치)도 그 위에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리하여 천하가 안정되자 정책에서도 점점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고, 그것은 武帝(무제)로부터 시작되었다.무제는 유가사상에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무제는 유학자인 董仲舒(동중서)의 건의를 받아들여 다른 모든 학파의 사상을 내치고 오로지 유가사상을 높이는 獨尊儒術(독존유술) 정책을 시행했다. 이로부터 유학은 공식적인 통치 이념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면 황로학은 소멸의 길로 갔는가? 아니다. 황로학도 변신을 꾀했다.

황로학은 크게 두 가지 길로 나아갔다. 하나는 도가의 자연론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유가의 인간 질서를 아우를 수 있느냐 하는 지극히 추상적인 思辨論(사변론)으로 나아가는 길이었고, 다른 하나는 어떻게 하면 개인의 생명을 온전히 보존하며 그 정기를 최대한으로 발현할 것인가 하는 養生論(양생론)으로 나아가는 길이었다. ‘노자지귀’가 앞의 길에 해당되었다면, 후자는 ‘河上公章句(하상공장구)’가 갔던 길이다.

‘하상공장구’는 책명에 드러나듯이 ’하상공‘이 저술한 책인데, 문제는 하상공이 누구이며 어느 시대 사람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예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고,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내용상 治國(치국)이나 經世(경세)가 아닌 양생론 방면으로 치우쳐 있다는 점에서 後漢(후한) 또는 東漢(동한) 때 저술로 볼 여지가 많다. 무제에 의해 유가사상이 통치 이념의 자리를 꿰차면서 황로학이 나아갔던 양생론이 사회 전반에 새로운 풍토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