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히 가(口-2)속일 기(欠-8)어조사 야(乙-2)아닐 불(一-2),얽을 망(网-3)

참된 군자는 훌륭한 덕성을 갖춘 존재다. 덕성을 지녔다면 마땅히 사사로운 마음이나 잇속을 차리는 속내가 없을 것이고, 또한 덕성에는 지혜도 포함되니 어리석은 판단과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소인배나 간신배가 그토록 음흉하고 간교한 짓을 계속 일삼으면서 군자를 위태롭게 만들려 애쓰는 까닭도 그 때문이리라.

'논어' '옹야(雍也)'편에 다음의 대화가 나온다.

"宰我問曰: '仁者, 雖告之曰, 井有仁焉, 其從之也?' 子曰: '何爲其然也? 君子可逝也, 不可陷也; 可欺也, 不可罔也.'"(재아문왈: '인자, 수고지왈, 정유인언, 기종지야?' 자왈: '하위기연야? 군자가서야, 불가함야; 가기야, 불가망야.')

재아가 여쭈었다.

"어진 자는 누가 그에게, '우물에 어진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면, 우물 속으로 따라 들어갈까요?"

공자가 말했다.

"어찌 그렇게 하겠느냐? 군자를 가게 할 수는 있어도 빠뜨릴 수는 없고, 속일 수는 있어도 속여서 옭아맬 수는 없다."

군자는 함부로 의심하지 않으므로 그를 속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를 위태로운 지경에 빠뜨리기는 쉽지 않다. 그에게 사사로운 욕심은 없고 지혜가 있기 때문이다. 맹자도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맹자' '만장상(萬章上)'에 나온다.

"옛날에 정나라 子産(자산)에게 산 물고기를 선물한 자가 있었는데, 자산은 연못 관리인을 시켜 연못에서 기르게 했다.

그러나 관리인은 그 물고기를 삶아 먹고는 아뢰기를, '처음에 풀어주자 힘들어 느릿느릿하더니 조금 있다가 기운을 얻어서는 유유히 헤엄쳐 갔습니다'라고 했다. 이에 자산은 '살 곳을 찾았구나! 살 곳을 찾았구나!'라고 말했다. 연못 관리인은 밖으로 나와서 이렇게 말했다. '누가 자산을 지혜롭다고 했는가? 내가 벌써 삶아서 먹었는데, 살 곳을 찾았구나, 살 곳을 찾았구나라고 말하는데 말이야.' 그러므로 군자를 떳떳한 도리로써 속일 수는 있으나, 도리에 맞지 않는 것으로써 속이기는 어렵다."

공자나 맹자의 말을 쉽사리 내칠 수 있을까?

군자란 그저 남을 잘 믿으므로 속이기 쉬운 존재고 또 잘 속아서 스스로 위태로움에 빠지는 존재라고 한다면, 구태여 군자가 되려 할 필요가 없다. 아니, 그 정도라면 별 쓸모가 없는 존재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덕은 현실적으로 중요하고 필요한 능력을 두루 가리킨다. 그런 능력을 갖추어 정치적·사회적으로 긴요하고 유용한 일을 하는 존재가 바로 군자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