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이(二-0)복숭아 도(木-6)죽일 살(殳-7)석 삼(一-2)선비 사(士-0)

어떤 일을 완수하는 데 작은 노력을 들이고 큰 성과를 얻는다면 가장 남는 장사다. 팽팽한 경쟁자를 이기려 할 때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고 남을 이용하여 물리친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다. 남의 힘을 빌려 적을 치면 자신의 힘을 쓰지 않고도 일을 쉽게 도모할 수 있다는 三十六計(삼십육계) 제3계 借刀殺人(차도살인) 전략이다. 以夷制夷(이이제이, <180>회도 같은 방법이다. 두 개의 복숭아(二桃)를 가지고 세 명의 장수를 처치했다(殺三士)는 이 이야기도 자신의 힘은 들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통한다.

중국 春秋時代(춘추시대) 齊(제)나라의 晏嬰(안영)은 훌륭한 재상으로 管仲(관중)과 비견된다. 23대 景公(경공)을 보위하고 있을 때 公孫捷(공손첩), 田開彊(전개강), 古冶子(고야자) 라는 세 장수가 호위무사였다. 이들은 각기 나라에 큰 공도 세웠고, 서로에 대해 의형제를 맺는 등 의리도 있었지만, 무례하게 굴 때가 많았다. 경공은 이들이 힘을 믿고 자신을 배반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안영이 좋은 방법을 건의했다. 이웃 魯(노)나라에서 귀빈이 와 연회를 베풀 때 귀한 금복숭아를 대접하고 두 개가 남았다. 안영이 나서 세 호위무사 중 공로가 큰 두 사람에게 먹게 하자고 했다. 사냥터에서 왕에게 달려드는 호랑이를 때려잡은 공손첩과, 수레를 타고 黃河(황하)를 건너던 왕의 말이 큰 자라의 공격을 받고 허우적댈 때 물속으로 뛰어들어 퇴치한 고야자가 복숭아를 차지했다. 이때 적국의 명장을 죽이고 포로를 500명이나 잡은 전개강이 공이 허사가 됐다며 분개하여 자기 목을 찔렀다. 두 장군도 자신들의 부끄러운 행동을 깨닫고 자결하고 말았다. '晏子春秋(안자춘추)' 諫下(간하)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諸葛亮(제갈량)의 시라고 하는 시구가 전한다. '하루아침에 참언에 걸려, 복숭아 두 개에 세 용사가 죽었다(一朝被讒言 二桃殺三士/ 일조피참언 이도살삼사).' 讒은 참소할 참.

제3의 힘으로 해결하는 것이 최상이어서인지 무기 없는 전쟁터라는 외교전에는 잘 쓸수록 평가받는다. 국익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나라 안의 정쟁에서도 숱하게 사용되지만, 저의를 간파당하면 비난을 뒤집어쓴다. 최순실 농단 사태 이후 국정의 혼란을 해소한다고 박근혜 대통령이 세 차례나 담화를 내놓았어도 촛불민심만 더 사나워졌다. 사퇴의 시기를 못 박지 않고 국회서 해결하라고 복숭아를 던진 격이었기 때문이다. 절묘한 방법인지 어리석은 수법인지 국민만 죽을 맛이다. 언론인·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