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자할 욕(欠-7)덮을 개(艹-10)미륵 미(弓-14)드러날 창(彡-11)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해서 하늘이 다 가려질 수 없다. 잘못을 알려지지 않게 덮으려고(欲蓋) 한 일이 도리어 더 드러나게 되는(彌彰) 것을 가리킬 때 이 말을 쓴다. 欲蓋彌章(욕개미장)으로도 쓴다. 미륵 彌(미)는 더욱이란 뜻이 있다. 하나의 잎사귀가 눈을 가린다는 一葉蔽目(일엽폐목)이란 말과 비슷할 것 같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빠져 전체적인 것을 보지 못한다는 뜻으로 차이가 있다.

孔子(공자)가 엮은 사서 春秋(춘추)는 단순한 역사적 사실만을 전달하지 않고 명분에 따라 준엄하게 기록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어떤 사실에 대해 평론하거나 힐책하거나 찬양하는 데에도 원칙에 의해 간결한 문체로 기록하여 春秋筆法(춘추필법)이란 말까지 생겼다. 魯(노)나라 昭公(소공) 때의 일이다. 周(주)나라의 대부 黑肱(흑굉, 肱은 팔뚝 굉)이란 사람이 항복해오자 다스리던 영지 濫(남)도 노나라 땅이 되었다. 공자는 '겨울, 흑굉이 남 지역을 갖고 들어옴'이라고 간단히 기록했다. 춘추의 원칙에서 본다면 신분이 높지 않은 흑굉은 굳이 밝힐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한 까닭을 左丘明(좌구명)이 '春秋左氏傳(춘추좌씨전)'에서 해석한다. '흑굉은 낮은 자이지만 땅을 갖고 적국에 항복했기 때문에 영토의 변경을 가져왔다. 이름을 기록한 것은 불의한 일을 없어지지 않게 하려는 의미다. 군자는 행동에 예의와 의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떤 사람은 이름나기를 바라지만 얻지 못하고, 어떤 사람은 악명을 감추려 해도 안 되는 법이다(或求名而不得 或欲蓋而名章/ 혹구명이부득 혹욕개이명장)'.

기술력을 자랑하는 독일의 간판 자동차그룹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으로 세계적인 파장을 몰고 왔다. 미국이 48만 여대에 대해 리콜 명령을 내렸고, 우리나라에서도 폭스바겐과 아우디 12만 여대에 대해 소환수리가 시행된다. '클린 디젤'을 주창하며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군림하던 아우디의 이런 '꼼수' 조작이 놀랍기 그지없지만 2007년 이후 회사 안팎에서 경고가 있었는데도 묵살한 것이 드러나 더욱 충격이다.

국정원의 간첩 조작이나 방위사업청의 전투기 기술 이전에 대해 앞뒤 안 맞는 해명으로 의혹을 사는 등 우리로서도 큰소리칠 수만은 없지만 잘못을 가리려다 더 큰 곤경에 처하는 우를 예나 지금이나 세계 곳곳서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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