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뜰 격(阝-10) 신 화(革-4) 긁을 소(扌-10) 가려울 양(疒-6)
신발을 사이에 둔 채(隔靴) 발바닥의 가려운 곳을 긁으면(搔痒) 시원할 리 없다. 힘써 노력하지만 얻는 성과는 아무 것도 없거나 일이 철저하지 못해서 성에 차지 않을 때 흔히 이 말을 쓴다. 정작 본인은 어쩔 수 없이 신발을 긁고 있지만 옆에서 보면 임시로 때우거나 신발 벗는 꾀도 못내는 어리석은 행위로 보인다. 麻姑搔痒(마고소양)은 麻姑 할미의 손톱으로 긁으니 시원하게 일이 잘 풀리는 것을 뜻한다. 搔는 긁는다는 뜻으로 조직을 긁어내는 搔爬(소파) 수술에 쓰이는 글자, 痒은 가렵다는 뜻의 癢이 본자다. 爬도 긁을 파.
이 말은 불가에서 주로 사용됐다고 한다. '방망이를 들어 달을 치고 가죽신을 신고 가려운 곳을 긁는다(捧捧打月 隔靴爬癢/ 봉봉타월 격화파양)'<無門關(무문관)>는 말이나 '당에 오르니 어떤 사람이 빗자루를 들고 상을 두드리니 정말 가죽신을 신고서 가려운 곳을 긁는 것과 같다(上堂更或拈帚敲牀 大似隔靴搔痒/ 상당경혹념추고상 대사격화소양)'<續傳燈錄(속전등록)>라는 구절이 보인다. 또 '시에 제목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가죽신을 신고 가려운 곳을 긁는 것과 다름없다(詩不著題 如隔靴搔痒/ 시불저제 여격화소양)'라는 말은 '詩話總龜(시화총구)'에 있다.
조선 후기의 학자이며, 노론의 영수인 宋時烈(송시열) 같은 대학자도 학문의 미흡함을 隔靴搔痒이라 토로한다. 孟子(맹자)에서 浩然之氣(호연지기)가 나오는 浩然章(호연장)을 500번, 600번 읽으면서도 의미를 알 수 없다고 하면서 안타까워하는 재미있는 내용이 '宋子大全(송자대전)'에 나온다. 이 책은 尤庵(우암) 宋時烈(송시열)을 孔子(공자), 朱子(주자)에 버금가는 성인으로 존칭하여 송자라 한 데서 비롯한 것이다.
복지정책이나 경제정책이나 아무리 빈틈없이 계획을 세워도 받는 당사자에게는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 지루하게 끌어오던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이 6일 임시국회 처리를 놓고 진통을 겪었다. 여야 합의로 이뤄졌지만 국가 재정 절감 효과는 미미한 데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명문화를 놓고 충돌이 생긴 까닭이다. 처음 거창하게 떠벌린 개혁에 비해 隔靴搔痒의 답답함을 느끼는 국민이 더 많을 것이다.
隔靴搔痒(격화소양)과 유사한 성어는 다음과 같다. 隔鞋搔痒(격혜소양), 隔靴爬痒(격화파양), 頭痒搔跟(두양소근), 膝痒搔背(슬양소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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