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킬 지(扌-6) 사슴 록(鹿-0) 하 위(爪-8) 말 마(馬-0)
指鹿爲馬란 성어는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됐다. 지난 연말 교수신문이 발표한 '2014년의 사자성어'에 해마다 난해한 성어를 선택하다가 잘 알려진 이 말을 올렸다.
以鹿爲馬(이록위마)라고도 하는 이 말이 오랜 생명력을 가지는 것은 그만큼 여기에 비유되는 일이 오늘날에도 많다는 것을 말한다. 사슴을 가리켜(指鹿) 물었을 때 어린 아이도 알 수 있는 답을 왜 말이라고 말했을까(爲馬). 간단하게 다시 정리해본다.
중국 최고의 역사서 '史記(사기)'에 등장한다.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였던 秦(진)의 始皇帝(시황제)가 순시 도중 병사하자 수행하던 환관 趙高(조고)가 무서운 음모를 꾸몄다. 시황제의 죽음을 비밀에 부치고 승상 李斯(이사)를 위협하여 공모, 서역 임지에 가 있는 태자 扶蘇(부소)에게 거짓 조서를 보내 자결케 했다. 그리고는 어리석은 둘째 胡亥(호해)를 태자로 세우고 실권을 휘둘렀다. 허수아비 왕에게 사슴 한 마리를 바치면서 조고가 말을 한 마리 선물한다고 말했다. 2세 왕은 웃으며 말하기를 "승상께선 농담도 잘 하십니다. 사슴이 맞는데 말이라고 하시는구려!" 모략을 꾸민 조고가 정색을 하며 "분명 말입니다. 정 못 믿으시면 여기 있는 신하들께 여쭤보시면 될 일입니다." 조고의 위세에 눌린 대신들은 대부분 말이라 했고 사슴이라 한 소수의 사람은 죽음을 당했다. 이렇게 혼탁한 나라가 오래 갈 리 없다. 곳곳에서 진 타도의 반란이 일어났고 최초의 통일국가는 15년 만에 망했다.
대통령 측근들의 국정 농단, 청와대 문건 유출, 국정원 여론 공작 등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인데도 한사코 딴 말로 얼버무리는 정치판을 봐도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馬鹿이 일본으로 건너가서는 바보(ばか)라는 뜻의 큰 욕이 된다. 이완구 총리는 얼마 전 일본의 任那日本府(임나일본부)설과 관련 指鹿爲馬라고 표현하며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역사 왜곡을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馬鹿에 꼭 알맞은 일침이다.
指鹿爲馬(지록위마)와 유사한 성어는 다음과 같다. 牽强附會(견강부회), 白馬非馬(백마비마), 孫楚漱石(손초수석), 漱石枕流(수석침류), 我田引水(아전인수), 郢書燕說(영서연설), 苑鹿化馬(원록화마), 謂鹿爲馬(위록위마), 以鹿爲馬(이록위마), 推舟於陸(추주어륙), 枕流漱石(침류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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