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토(儿-5) 죽을 사(歹-2) 개 구(犭-5) 삶을 팽(灬-7)
사냥하던 토끼를 잡고 나면 쫓는 데 힘을 다했던 사냥개는 버림을 받고 죽임을 당한다. 신명을 바쳐 우두머리에게 충성을 다했지만 목적을 달성한 뒤에는 버림을 받게 되는 일을 빗대 오늘날 많이 쓰이는 성어이다. 원래는 '狡兎死 良狗烹(교토사 양구팽)'이라 하여 교활한 토끼가 죽으면 날쌘 사냥개는 삶긴다는 뜻인데 줄여서 狡兎狗烹(교토구팽)이지만 兎死狗烹이라 더 많이 쓴다.
중국 三國時代(삼국시대·220~280) 때 漢高祖(한고조)가 되는 劉邦(유방)에게는 項羽(항우)를 물리치는 데 큰 공을 세운 韓信(한신)이라는 명장이 있었다. 전쟁이 끝난 뒤 공을 인정하여 한신은 楚王(초왕)에 봉해졌다. 그에게는 鍾離昧(종리매)라는 절친한 친구가 의탁하고 있었다. 종리매는 원래 항우의 부하로 전쟁 중 여러 차례 유방을 괴롭혔다. 그 소식을 들은 유방이 한신에게 종리매를 체포해 압송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아주 난감한 처지에 빠진 친구를 위해 종리매는 자결을 택하고 한신은 그의 목을 들고 가 유방에 바쳤다. 초왕으로 세력을 키울까 봐 두려워했던 유방은 제 발로 들어온 한신을 체포해 淮陰侯(회음후)로 강등시켜 버렸다.
한신은 자탄했다. "과연 사람들의 말이 맞는구나. 날랜 토끼가 죽으면 훌륭한 사냥개를 삶아 먹고, 높이 나는 새가 없어지면 좋은 활도 거두어 치우고 적국이 패망하면 모신도 죽는다더니 이제 천하가 평정되었으니 내가 삶기는 것도 당연하구나(果若人言 狡兎死走狗烹 高鳥盡良弓藏 敵國破謀臣亡 天下已定 我固當烹)." '史記(사기)'의 淮陰侯列傳(회음후열전)에 자세히 나와 있는 내용이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압박으로 시끄럽더니 결국, 봉합으로 매듭이 지어졌다. 하지만 세계적 영화제로 키운 공이 있는 사람에 대한 사퇴 종용 이유가 지난해 '다이빙벨' 상영 거부로 빚어진 갈등이라는 해석이 주류를 이뤘던 만큼 兎死狗烹이란 오해가 불거질 만도 했다. 부산 영화계뿐만 아니라 전국 영화인도 BIFF 거부를 거론하니 치명타가 우려된 상황이었다.
열심히 일하고 나중에 보답을 받기는커녕 좌천을 당한다거나 또는 해를 당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지만, 마찬가지로 자신이 도움을 받았을 때 조금이라도 상대방을 섭섭하게 대하지 않았는지 항상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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