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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이들이 포착한 일상…우리네 삶은 닮았네

  •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
  •  |   입력 : 2024-05-01 19:33:15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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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부산展
- 9월 22일까지 KT&G상상마당

- 전시 감독 겸 컬렉터인 리 슐만
- 전 세계서 필름 100만 장 수집
- “사진 찍는 것보다 보는게 중요
- 과거와 현재 공존 보여주고파”

#사진 1.열살 전후로 되어보이는 아이 세 명이 수영복 차림으로 잔디밭에 서 있다. 물이라곤 잔디 관리용 호스에서 나오는 가느다란 물줄기가 전부이지만 그 옆에 선 아이들은 마치 워터파크에라도 온 듯 신난 얼굴이다. 큰 아이들 뒤에 쪼그리고 앉은 두살 남짓한 아기는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도 모르고 바닥을 하염없이 들여다보며 여름날을 즐기고 있다.
어노니머스 프로젝트에 전시된 작품. 이번 전시에서는 1940년대~1980년대 미국과 영국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사진 300여 점이 관람객을 만난다. 그라운드시소 제공
#사진 2. 중년 여성 2명이 소파에 앉아있다. 차림새는 잘 차려 입은 정장이지만 소파에 반쯤 기대 앉은 모습이 매우 편안해 보인다. 이들은 한 손에 술 잔을 들고 어딘가를 바라보며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프레임 너머 누군가에게서 아주 재미있고 신나는 이야기를 들은 듯 한껏 즐겁다.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기획자 리 슐만이 지난달 30일 부산 부산진구 KT&G 상상마당 부산에서 열린 아트 토크 행사에서 이번 전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T&G상상마당 부산 제공
1일부터 오는 9월 22일까지 부산 부산진구 KT&G 상상마당 부산 갤러리에서 펼쳐지는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부산-우리가 멈춰 선 순간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퍼 올린 행복한 순간을 포착한 사진전이다. ‘익명’이라는 의미의 ‘anonymous’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사진을 촬영한 사람들은 이름 있는 작가도, 사진 촬영 전문가도 아닌 이름 모를 필부필부((匹夫匹婦)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한 사진에서는 전문가도 담기 어려운 일상의 행복이 출렁인다. 사진 속 배경은 1940년대~1980년대 미국과 영국이지만 사람 사는 모습은, 그리고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은 국경과 시대를 초월한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전시에 앞서 지난달 30일 KT&G 상상마당 부산 갤러리에서는 전시 감독이자 컬렉터인 리 슐만 아트 토크가 열렸다. 영국 출신인 리 슐만은 영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전시 큐레이터이자 영상 ·광고 제작자, 출판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 전시는 2022년 서울에 이어 두 번째이지만 관람객과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열린 아트 토크에는 사전 신청을 한 100여 명의 관람객이 함께했다. 그는 “전시된 사진을 보며 나의 삶을 다시 생각해 보곤 한다. 관람하는 여러분도 삶을 한 번 되돌아보고 회상해 보는, 그래서 내가 사진과 연결되고 사진의 일부가 되는 그런 느낌을 받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어노니머스 프로젝트는 리 슐만이 우연한 기회에 필름 슬라이드 한 상자를 사면서 시작됐다. 지금은 생산되지 않는 코다크롬 35㎜는 흔히 필름 하면 떠오르는 X-ray 같은 모습이 아니라 촬영한 모습이 그대로 축소된 형태다. 그는 이름 모를 사람들이 촬영한 필름 한 장 한 장을 들여다보며 그 속에서 모두를 관통하는 의미를 발굴해 내곤 슬라이드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렇게 수년간 수집한 필름은 100만 장에 달한다.

그는 대략적인 촬영지와 시기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정보가 없는 사진이 갖는 의미에 대해 “사진을 찍는 것보다 사진을 보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 누가 누구를 어디서 찍었는지보다 사진을 봤을 때 느끼는 감정, 그리고 거기서 가져갈 수 있는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빈티지 필름의 가장 특별한 매력은 사진을 찍기 전에 왜 이 사진을 찍는지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라며 “나 자신은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나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만큼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어우러지는 공존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의 설명처럼 이번 전시는 아날로그 필름을 디지털의 프리즘을 통해 보여준다. 흔히 사진 전시가 갖는 단조로움을 덜고자 다양한 시도를 한 점이 눈길을 끈다. 다양한 크기의 액자에 사진을 넣은 정석도 있고 1960, 70년대 미국의 거실을 재현한 듯한 공간에서 수십 장의 사진이 영상처럼 ‘상영’되기도 한다. LED 조명과 함께 전시된 사진은 마치 최근에 촬영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향후 계획으로 프로젝트를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고 했다.

“코다 필름이 주로 사용된 1940년대~1980년대 카메라는 백인 중산층의 전유물이었습니다. 당연히 등장인물도 백인 중심이죠. 앞으로는 포토샵 기술 등을 동원해 흑인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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