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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이 러시아 황제에게 보낸 선물 장승업 그림 등 5점, 모스크바서 공개

크렘린박물관, 4월 19일까지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3-02-08 19:29:12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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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대 공예정수 흑칠나전농 등도

조선 제26대 왕인 고종(재위 1863∼1907)이 러시아 황제 대관식을 위해 보낸 ‘외교 선물’ 일부가 127년 만에 러시아 현지에서 처음으로 실물 공개된다.
조선 고종이 러시아 황제 대관식을 위해 보낸 ‘외교 선물’ 5점이 127년 만에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박물관 내 무기고박물관에서 처음 공개된다. 왼쪽부터 백동향로, 흑칠나전이층농.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국외소재문화재단은 오는 10일부터 4월 19일까지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박물관 내 무기고박물관에서 ‘한국과 무기고, 마지막 황제 대관식 선물의 역사’를 주제로 한 특별 전시가 열린다고 8일 밝혔다.

무기고박물관은 1508년 러시아 황실의 무기고로 만들어진 시설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수도를 이전한 뒤 박물관으로 조성됐으며 1813년 대중에 개방됐다. 1960년 크렘린박물관 소속이 돼 무기나 황실 보석 등을 보관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종이 1896년 니콜라이 2세의 황제 대관식을 축하하며 보낸 선물 5점을 선보인다. 재단에 따르면 고종이 당시 러시아에 보낸 선물은 총 17점이다. 이 중 크렘린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흑칠나전이층농’ 1점, 조선 말기 화가 장승업(1843∼1897)이 그린 ‘고사인물도’ 2점, ‘백동향로’ 2점 등 총 5점이 공개된다. 조선사절단의 일원으로 민영환을 수행해 대관식에 함께 참석했던 윤치호(1866∼1945)의 일기 등을 통해 고종의 선물 목록이 일부 언급된 바는 있지만, 구체적인 실물이 공개되는 건 처음이다.

공개된 선물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유물은 검은 바탕에 화려하면서도 영롱한 빛을 띠는 ‘흑칠나전이층농’이다. 나전은 나무로 짠 가구 등에 전복이나 조개껍데기를 갈고 문양을 오려 옻칠로 붙이는 전통 공예기법이다. 상하 2층으로 돼 있는 흑칠나전이층농의 아랫부분에 해 달 학 거북 등 ‘십장생’을 나전으로 표현해 새 황제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재단은 “19세기의 수준 높은 조선 공예 및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중요 유물”이라고 소개했다.

조선 회화의 거장으로 꼽히는 장승업의 작품 중 이제껏 학계에 보고된 적 없는 작품도 공개된다. 총 4점으로 구성된 그림은 신화나 역사 속 인물에 연유된 일화를 표현했다. 세로 길이가 무려 174.3㎝에 달하는 대작이다. ‘노자출관도’(老子出關圖), ‘취태백도’(醉太白圖) 두 작품이 이번에 관람객과 만난다. 재단은 “각 작품에는 ‘오원 장승업’ 서명 앞에 ‘조선’(朝鮮)이라는 국호를 붙였는데, 장승업 작품 중 처음 확인되는 희귀사례”라며 “해당 작품이 ‘외교 선물’을 전제로 창작됐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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