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가 2년이 되어 간다. 코로나19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확찐자(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급격하게 살이 찐 사람)’라는 치명적인 부산물을 남겼다. 겨울철 코로나19와 추위 때문에 야외 운동이 망설여진다면 쾌적한 실내에서 즐기는 스포츠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헬스와 요가 등 기존 실내 스포츠도 있지만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실내 테니스와 클라이밍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두 종목 모두 거리두기가 가능해 코로나19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건강도 지키고 재미는 덤이다.

맨투맨테니스 범일점 김대규 프로가 테니스 기본동작을 가르치고 있다. 김종진 기자

◇ 부산도 실내테니스장 열풍 … 퇴근 후 직장인 강습 많아

신체 접촉이 적은 테니스는 코로나19 시대의 거리 두기 스포츠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 불황을 뚫고 인기를 얻은 이유 중 하나다. 한국실내테니스협회에 따르면 국내 실내테니스장은 1년 만에 배 가까이 늘어나 전국적으로 300여 곳에 달한다. 부산 도심 곳곳에도 실내테니스장이 생기는 추세다.

맨투맨테니스 범일점 김대규 프로의 도움을 받아 실내테니스 열풍을 알아봤다.

부산 동구 맨투맨테니스 범일점에 들어서자 두 개의 코트가 눈에 들어온다. 실내코트 규모는 테니스장 국제 규격(길이 23.77ｍ, 너비 10.97ｍ)의 3분의 2 정도다. 바닥은 하드코트. 이곳의 강사진은 동래고 명지여고 울산공고 등 지역 엘리트 선수 출신들이다. 김 프로는 “친구나 가족끼리 테니스를 배우러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처음 라켓을 잡는 초보자들이 기본기를 배우기에 안성맞춤이고, 보통 3개월이면 기본 동작을 마스터한다”고 소개했다. 퇴근 후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오기도 한다. 주 고객층은 20~30대로 남녀 비율도 반반 정도로 비슷하다.

기자도 테니스 기본 동작인 포핸드를 배웠다. 그립을 정확히 잡는 게 첫 단추다. “어깨에 힘을 빼야 공이 추진력을 받고 넘어갑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공이 네트를 넘기자 손맛이 느껴졌다. 공은 라켓의 각도나 몸의 긴장 상태에 따라 금세 반응했다. “예민하고 어려운 운동”이라는 김 프로의 말이 절로 실감 났다.

이곳은 기본 주 2~3회 레슨(회당 30분)을 진행한다. 처음부터 정규과정 등록이 부담스럽다면 원데이 클래스를 이용하면 된다. 김 프로는 “테니스는 유산소와 무산소 복합 운동이어서 꾸준히 하면 근지구력이 좋아진다”며 “무릎을 살짝 구부린 기본 동작이 많아 하체 근육 발달에도 최적화됐다”고 말했다.

테니스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은 패션이다. 김 프로는 “처음엔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찾던 고객들이 점차 테니스에 재미를 붙이면서 정식 복장을 갖추고 장비를 산다”고 했다. 남녀 상의는 피케 셔츠가 기본이고, 여성은 세로 주름으로 된 ‘테니스 스커트’로 발랄함을 강조한다. 인스타그램에서 ‘#테니스스커트’를 검색하면 게시물이 6만5000건이 넘는다. 젊은 여성이 테니스장에서 라켓을 들고 찍은 인증사진이 대부분이다. 유통업계의 테니스 관련 용품 매출도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늘었다.


◇ 성취감 큰 스포츠 클라이밍, 초보코스는 하루 만에 O.K

지난 여름 열린 일본 도쿄 올림픽에서 스포츠 클라이밍이 정식 종목으로 처음 등장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젊은 세대의 관심을 붙잡기 위해 신설 종목으로 채택한 것.

웨이브락 클라이밍 서면점 하유정 매니저가 클라이밍 시범을 보이고 있다. 김미희 기자

클라이밍 세부 종목으로 ▷스피드(15ｍ 빨리 오르기) ▷볼더링(로프 없이 5분 안에 4개 루트를 적은 시도로 많이 완등하기) ▷리드(6분 안에 15ｍ 암벽을 높이 오르기)가 있다. 세 종목 순위를 곱해 가장 낮은 숫자를 기록한 선수가 금메달을 차지한다.

한국의 ‘암벽 여제’ 김자인 선수는 리드 월드컵 최다우승자로 유명하다. 김 선수 덕분에 클라이밍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또 도쿄 올림픽에서 출전한 서채현 선수의 선전도 클라이밍에 대한 인지도를 높였다.

“인공 암벽을 오르는 스포츠 클라이밍은 눈 앞에 목표가 정확히 보여요. 목표 지점에 도달했을 때 뿌듯한 성취감을 만끽할 수 있죠. 이 운동을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웨이브락 클라이밍 서면점 하유정 매니저가 말한 클라이밍의 매력이다. 하 매니저는 취미로 클라이밍을 시작했다 직업으로 삼은 경우다.

하 매니저가 실내 클라이밍 센터 이용 방법을 안내했다. 우선 복장은 자유롭지만, 센터 이용 시 반드시 암벽화를 신어야 한다. 암벽화의 앞 부분은 고무로 돼 있다. 홀드(암벽 돌출부)를 밟을 때 접지력과 효율성을 높여준다. 이 때문에 암벽화는 구겨 신으면 안 된다.

센터는 암벽화와 등반 시 미끄럼을 방지하는 쵸크백도 빌려준다. 센터를 방문하면 가장 먼저 안전수칙 교육이 30분 가량 진행된다. 등반하고 있는 곳 아래를 지나가거나 앉아서 휴식을 취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등반자와 부딪혀 사고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높이 5ｍ 정도의 인공암벽에는 난이도에 따라 여러 색깔의 테이프가 붙어있다. 앞으로 튀어나온 암벽일수록 난도가 높다. 홀드 역시 다양한 크기다. 홀드의 위치는 2주 간격으로 바꾼다.

몸이 암벽에 닿는 점들을 이었을 때 삼각형이 되는 지점을 확보하는 게 기본 기술이다. 초보 코스는 하루 만에도 배울 수 있어서 비교적 문턱이 낮다. 하 매니저는 “예를 들어 빨간색 문제를 풀기로 했으면 같은 색의 테이프와 홀드를 확인해야 하고 정해진 홀드만 쓰는 게 규칙”이라며 “홀드를 그냥 잡고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양손으로 잡고 3초를 버텨야 이 문제를 풀었다고 인정해준다”고 설명했다.

등반은 혼자 하지만 사람마다 문제 풀이 방법은 다르다. 하 매니저는 “어떤 방식으로 등반했는지 서로 의견을 교류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고 했다. 게임처럼 즐길 수 있고 새로운 길을 스스로 개척하는 재미도 있다. 체험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