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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강현의 세계의 해양박물관 <14> 바르셀로나 해양박물관

에스파냐 무적함대의 해양력 증거이자, 화려했던 富의 역사 소환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7-31 18:45:11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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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트장 수족관 등 모인 허브항구 인근
- 우뚝 선 콜럼버스 기념탑 마주해 위치
- 30여 척 갤리 동시건조하던 조선소 내
- 컨테이너 여러개 넣어 박물관으로 개조

- 나무로 건조된 이색적인 잠수함부터
- 종교적 찬탄·왕권의 신성성 표시한
- 화려무쌍한 존 오스트리아 갤러리 압권
- 전시장 전체 거친 개방성·조형성 가미

- 현재 경제력 쥔 카탈루냐 독립선언도
- 당대 해양도시의 역사적 밑바탕 덕분

   
에스파냐 바르셀로나 해양박물관에서 들어서면 이곳에서 시작된 대항해의 역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해양박물관에 전시된 웅장한 모습의 선박이 옛 에스파냐 함대의 위용을 웅변하고 있다.
에스파냐 바르셀로나는 21세기로 접어들면서 도시 역사상 세 번째 밀레니엄을 맞이했다. 고대 로마의 지중해 식민지로 발달해온 이 오랜 도시의 고대와 중세는 로마시대 성벽과 중세의 성당 등에 그 흔적을 고스란히 남기고 있다. 로마의 성으로 들어가는 두 개의 타워와 성벽이 남아 있고, 아우구스투스 신전의 기둥이 전해온다. 고딕 지구의 틴넬홀, 13세기 말의 고딕성당 등 중세 유적도 잘 전승된다.

고대와 중세가 스쳐 지나간 다음, 이 오랜 도시는 뒤늦게나마 19세기 산업혁명의 열기를 맛보았으며 도시는 자못 유럽풍으로 변모했다. 그런데 이 도시를 세계에 알린 결정적 사건은 콜럼버스의 대항해다. 본디 이탈리아 제노바 출신의 이 모험심 많은 청년은 카탈루냐의 이사벨라 여왕의 도움을 받아 인도를 찾아서 대항해를 떠난다.

어쩌면 인구밀도로 볼 때 세계 최고의 과밀도를 보여주는 관광지인 람블라스의 거리에서 걸어나와 바닷가로 오면 콜럼버스 기념탑을 만난다. 높은 원주 위에 콜럼버스가 우뚝 서서 바다를 향해 팔을 내밀고 있으며 원주 주변에는 대항해의 역사를 각인한 부조가 장엄하게 서 있다.

■거대한 조선소가 박물관으로

   
박물관에 전시된 발굴 선박.
바르셀로나 해양박물관은 이 원주에서 바로 길 건너에 위치한다. 해양박물관 터에는 본디 14세기 이래로 조선소가 있었다. 하늘에서 바라본 박물관 건물은 길고 거대한 창고들이 연이어 붙어 있는 형상이다. 한때 30여 척의 갤리를 동시에 건조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조선소였다. 바르셀로나는 이 조선소를 박물관으로 변신시켰고, 관광 명소 중의 하나로 지도에 등재했다.

박물관 입구로 들어가면 고전적 잠수함이 야외에 놓여 있다. 나무로 건조된 잠수함은 하나의 전설이 되었기에 실제 이 잠수함이 쓰였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 표를 사서 입구로 들어가면 거침없이 항해의 역사가 시작된다. 그런데 조선소 건물 내에 컨테이너를 여럿 들여놓아 물류와 아키텍처의 만남으로 디자인되었다.

   
나무로 만든 잠수정.
이 박물관의 압권은 존 오스트리아 갤러리다. 화려무쌍한 장식과 등롱. 요염할 정도로 빼어난 선체의 유연한 곡선, 종교적 찬탄과 경외를 강조하면서 왕권의 신성성을 배에 표시하다 보니 불필요할 정도로 복잡해진 장엄성 등이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관람객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층계를 놓았고, 위쪽까지 따라 올라가면 갤리선을 볼 수 있게 배려했다. 말하자면 이 선체는 해양박물관의 킬러 콘텐츠인 셈이다.

요트와 등대의 등명기, 심지어는 배에 실린 술통과 다양한 무역품 그리고 발굴된 선박 등이 전시되어 있다. 해양박물관은 생각 이상으로 크고 넓어서 사람들은 칸칸을 옮겨가며 에스파냐 해양력의 넘치는 증거들을 마주하게 된다. 전시 기법은 빈티지적인 거친 개방성과 에스파냐 특유의 예술적 조형성을 가미했다. 원칙적으로 과거 조선소의 원형을 거의 그대로 살리는 조건에서 약간의 구획 설정과 실내 디자인 정도로 전시장을 마련했다. 전체적으로는 조선소 공장의 투박한 돌과 벽돌 등이 고전적 오라를 뿜어낸다.

■에스파냐 해양력의 증거 확인

   
바르셀로나가 카탈루냐 지방임을 확인시켜 주는 홍보 문구.
바르셀로나는 누가 뭐라 해도 가우디의 도시다. 그러나 오늘의 카탈루냐 지방 바르셀로나는 오랜 역사적 진통을 겪는 중이다. 그들은 독립을 원한다. 에스파냐 북부 바스크와 남부 카탈루냐가 독립하면 에스파냐 경제력의 상당수가 사라진다. 카탈루냐 입장에서는 인구 700만 명이라는 파워에다가 관광객 수입 등 엄청난 경제적 부로 충분히 독립이 가능하다. 독립과 이를 거부하는 중앙정부의 충돌은 체포와 연행으로 이어졌고, 아파트마다 창틀에 우리와 똑같은 의미의 세월호 마크를 붙임으로써 저항과 연대의 표시를 내거는 중이다. 어쩌면 해양박물관이 의미하듯 막강한 해양력과 부가 이들 독립전선의 역사적 밑바탕일 것이다.

해양박물관에서 걸어 나와 조금만 바다로 나아가면 요트장과 수족관, 지중해 크루즈 선박이 모이는 허브 항구가 나타난다. 해양박물관이 수변 공간의 핵심 출발지에 놓여 있음을 뜻한다. 오버투어리즘으로 관광객이 넘쳐나고 이를 거부하는 시민운동이 시위로까지 이어지는 이 도시. 지중해변에 자리 잡은 유수의 해양박물관으로서 베네치아 해양박물관, 제노바 해양박물관과 함께 지중해의 역사를 각인 중이다. 제노바 사람 콜럼버스가 이곳 바르셀로나로 와서 대항해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도 해양사적 의의가 크다. 바르셀로나의 해양박물관은 이렇듯 화려했던 에스파냐 무적함대의 추억을 소환하는 역사의 장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카탈루냐는 당대의 해양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었을까. 본디 독립왕조였던 카탈루냐를 중심으로 하는 아라곤 왕조는 1479년에 마드리드 중심의 카스티아 왕조와 결합했다. 무슬림 세력을 몰아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국가연합이 형성되었고, 그 초기에는 절대적인 카탈루냐의 독립성이 보장되었다. 풍부한 지중해의 식량 생산과 인구밀도는 발전의 근거가 되었으며, 바르셀로나 항구를 기반으로 대외 팽창에 나섰다. 당시 지중해의 해양 선진도시는 베네치아와 제노바였다. 제노바에서 자란 콜럼버스는 자신의 ‘인도로 가는 길’ 대항해를 지원해줄 스폰서를 찾고 있었다. 그는 마침내 바르셀로나에서 후원자 여왕을 만나게 되었고, 여왕에게 충성하여 새롭게 발견된 신대륙을 바치는 조건으로 대항해를 나서게 된다. 오늘날 콜럼버스를 기념하는 거대한 원주에 각인된 부조들은 이러한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국립해양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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