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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관…조선 속의 일본 <5> 3일과 8일, 대마도 상인과 무역한 동래 상인들

왜관, 5일장 형태 시장 열어… 무역독점권 쥔 동래상인에겐 접대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7-24 18:50:12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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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일 양국의 교역 ‘개시’라 불러
- 17세기 땐 월 6차례 열렸지만
- 19세기엔 무역 쇠퇴로 월 1회꼴

- 왜관 개시대청 앞이 장 서던 곳
- 조선상인은 비단·인삼 등 팔고
- 왜국상인 주력품은 은·구리·납

- 밀무역 막고 시장 활성화 위해
- 조선, 상인 수 제한 정액제 도입
- 동래상인 30명 특권 지위 누려
- 왜관 사라지며 함께 역사속으로
변박의 왜관도(1783년)에 그려진 개시대청과 주변 건물들.
■3·8일, 왜관에서 무역하다

17세기 이후 조선과 일본의 외교·무역은 부산 왜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두 나라 상인들이 만나 거래하는 무역을 일본 측은 사무역, 조선 측은 개시(開市)라 불렀다. 왜관 무역은 흔히 이 개시를 일컫는다.

처음 개시는 한 달에 3번(3·13·23일) 있었는데, 횟수를 둘러싸고 논의가 계속되었다. 1610년(광해군 2) 9월, 최고의 국정 기관인 비변사는 3일에 1번(한 달 10번)을 주장하였지만 동래부사 조존성은 한 달에 10번은 너무 잦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한 달에 6번(3·8·13·18·23·28일)으로 되었다. 한 달에 6번 열리는 개시를 ‘육개시, 육대개시, 대개시, 본개시’라 불렀다. 별도로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여는‘별시, 대시’도 있었다. 별시와 대시는 정식 개시와는 다른 날에 열렸다. 이 외에 5일마다 열리는 오일개시도 있었다.

한 달에 6번이면, 1년이면 72번이다. 1월 3일은 새해 초라 개시를 열지 않았으므로, 1년에 71번이 원칙이다. 그런데 개시 날은 변동이 많아서 18세기 전반에는 개시율이 70% 정도였으나 19세기 전반에는 20% 정도였다. 1864년 개시 상황을 보면 1년에 12번 열렸고, 4월과 8월에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정해진 개시 일인 3·8일에 열린 것도 5번에 불과하고, 7번은 다른 날 열렸다. 조선과 일본의 무역이 쇠퇴하면서, 19세기 후반에는 개시가 한 달에 1번 정도 열린 셈이다.

한편 18, 19세기 동래에는 5일장이 ‘읍내장(2·7일), 좌수영장(5·10일), 부산장(4·9일), 독지장(1·6일)’으로 4개 정도 있었고, 여러 기록에서는 3·8일장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대마도의 조선어 통역관인 오다 이쿠고로(小田幾五郞)가 쓴 ‘초량화집’(1796년)에는 ‘관시(3·8일), 부산(4·9일), 수영(5·10일), 물목포(1·6일), 동래(2·7일)’라고 기록되어 있다. 관시가 왜관 개시다. 이처럼 왜관 개시는 동래지역 5일장 체계의 일부로서 3·8일 열렸다.

■왜관 개시대청에서 개시가 열리다

현존하는 동래부 장관청. 동래부 무임의 후손들이 조직한 동래기영회의 건물이다. 동래상인의 일부는 기영회 회원이 됐다. 김동철 제공
개시의 장소·공간과 관련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훈도·별차가 개시대청에 들어가 앉으면 상인들이 앞에 나아가 절을 한 후 물품을 교역하며, 마음껏 흥정한 후 동시에 물러난다’.(‘증정교린지’) 둘째 ‘왜관 대청에서 개시하는데, 훈도·별차 및 호조 수세산원과 동래부 개시감관 등이 대관왜(代官倭)와 동·서로 앉아, 마당 가운데 물품을 두고 교역할 물건의 목록을 작성한다’.(‘춘관지’)

전자는 개시대청, 후자는 대청에서 교역한다고 하였다. 변박의 ‘왜관도’ 등 초량왜관 그림을 보면 개시대청이 있는데, 이곳이 무역 전용 공간이었다. ‘증정교린지’를 보면 개시대청 본채의 규모는 40칸이다. 두모포왜관의 건물 모습을 그린 그림은 현재까지 없다. 두모포왜관 때도 대청에서 개시가 열린 것은 틀림없으나, 전용 공간인 개시대청의 유무에 대해서는 현재 견해 차이가 있다.

개시대청에서는 개시만 아니라 국가 간의 무역인 공무역도 열렸다. 개시대청 부근에는 무역 업무를 맡은 일본인 대관(代官) 집이 늘어서 있어, 이 일대를 대관정(町)이라 불렀다. 정식 개시가 아닌 오일개시는 ‘개시대청에서 내려다보는 곳’이나 ‘대청 앞 별사(別肆)’에서 열렸다. 개시대청은 무역이 열리는 특정한 공간이었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관수가·재판가와 함께 동관 3대청이라 불리었다.

■인삼·비단·은의 길, 왜관서 만나

동래상고정액절목.
개시 때 상인들은 다양한 물품을 교역하였다. 대마도 종가문서에 나타난 1684년의 무역 물품을 보면, 조선에서 수입한 것은 광산물(은 구리 납 등) 가죽(여우 살쾡이 등) 동남아시아 물품(단목 후추 설탕 등) 황련(약재) 담배 담뱃대 상아 바늘 안경 등이다. 조선에서 수출한 것은 백사(생사, 비단 짜는 비단실) 비단 인삼 등이다. 중국 백사와 비단이 약 80%, 나머지 약 20%가 조선 인삼이다. 수입품은 일본 은이 70%, 구리·납 등이 20% 정도다. 개시는 백사·비단, 은, 인삼 세 물품이 주종이었다. 개시는 조선 인삼과 일본 은의 직접 교역, 중국 백사·비단과 일본 은의 중계무역이라는 2중 구조로 전개되었다. 즉 조선 인삼, 중국 비단, 일본 은의 무역로가 왜관에서 만났다. 왜관 무역은 이 세 물품의 수요·공급과 연동하였다. 조선 상인은 중국 백사·비단을 일본에 팔고 결제 대금으로 일본 은을 받았고, 이후 일본 은을 가지고 다시 백사와 비단을 사기 위해 중국으로 길을 떠났다.

일본은 17세기 말 이후 줄곧 은 유출을 막는 통제정책을 실시하였다. 이에 따라 일본 은의 유입이 급격하게 줄어들자, 조선은 중국에 대한 은 유출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1746년(영조 22)에 중국 고급 비단의 수입을 금지하는 정책을 실시하였다. 인삼, 백사·비단, 은 세 물품을 주축으로 하는 개시무역은 1740~50년대에 변하였다. 1760년대 이후 조선의 수출품은 황금(黃芩·약재)과 말린 해삼, 수입품은 구리로 변하였다. 19세기에는 수출품은 소가죽, 소뿔·발톱, 황금, 말린 해삼, 네 물품이며, 특히 소가죽이 가장 중요한 물품이었다. 수입품은 구리가 가장 중요했다.

■‘왜관 무역’의 주역, 동래상인

개시를 담당하는 조선 측 상인이 동래상인이었다. 두모포왜관에서 처음 개시할 때는 서울·지방 상인이 모두 참여하였다. 개시 무역상인이 되는 가장 중요한 요건은 호조에서 발급하는 증명서(행장) 소유 여부였다.

1678년(숙종 4) 구관인 두모포왜관에서 신관인 초량왜관으로 옮기면서, 무역 상인제도가 새로 만들어졌다. 상인의 수를 제한하는 정액제가 그것이다. 70~80명의 조선 상인을 20명으로 정하는 정액제가 1678년 처음 실시되었다. 20명은 모두 서울 상인이었다. 정액제는 2년 후인 1680년에 폐지되었는데, 이로 인해 상인의 수가 크게 증가하였다.

1691년(숙종 17)에 정액제가 부활되고, 동래상인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만들어졌다. 동래상고정액절목이 그것이다. 절목을 만든 가장 중요한 목적은 밀무역을 막고, 개시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정원은 30명으로 정하였다. 개시에는 동래부가 지급하는 패가 있어야 참여할 수 있었다. 패를 받은 상인을 수패상고라고 불렀다. 이 수패상고를 도중(도중상고·상인)이라 불렀다. 개시에는 정원 외에 영세 상인들도 점차 참여하였으나, 핵심은 도중이었다. 도중은 자신들의 무역 독점권이 서울 육의전의 금난전권과 같다는 특권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도중은 개시 날에 왜관에서 음식 접대도 받았다. 도중은 단독으로 무역하기도 했지만, 공동으로 하는 경우도 있었다.

도중은 순수 상인도 있었지만, 동래부 무임(군인 등의 임무를 가진 자)도 있었다. 대마도 종가문서에는 무역상인을 ‘오원박별장(1830년), 오원박중군(1848년)’ 등으로 기록한 것이 있는데, 자(字)·성(姓)·직책을 합친 호칭이다. 오원은 도중 박창수의 자다. 박창수는 동래부 작대청 별장과 장관청 중군을 맡고 있을 때 동래상인 즉 도중으로 활동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1846년 동래부 퇴직 무임·향리들이 만든 기영계에도 창립 회원으로 가입하였다. 이 기영계가 지금까지 전하는 동래기영회다. 박창수가 역임한 중군은 최고 무임직이다. 중군이 도중이 되었다는 것은 부산지역에서 동래상인의 위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도중의 운명은 왜관의 부침과 연동되어 있다. 1876년 왜관의 종말과 함께 왜관 도중도 사라졌다. 도중 본인이나 그 후손이 객주 등 개항장 상인으로 이어간 사례는 확인하기 어렵다. 개항 후 동래상인의 행방을 찾는 작업이 시급하다. 그것은 조선 후기·개항기 부산 지역사의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김동철 부산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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