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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고 권력자와 천대 받던 승려, 한글 창제 손잡다

‘나랏말싸미’ 24일 개봉

  • 국제신문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19-07-17 19:05:55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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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대왕’역엔 국민배우 송강호
- ‘신미 스님’역은 박해일이 맡아
- 우리글 완성의 숨은 주역 열연
- 두 사람 협력·갈등 관계 그려내

- 송 “역사속 인물 각인된 이미지
- 그걸 깨뜨리는 게 배우의 의무”
- 박 “신미는 처음 알게 된 존재
- 산스크리트어 저도 공부했죠”

- 故전미선 ‘소헌왕후’ 맡아 유작
- 출연진 애도 표하며 행사 자제

올여름 한국영화의 포문을 여는 ‘나랏말싸미’(오는 24일 개봉)가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베일을 벗었다.
   
영화 ‘나랏말싸미’에서 배우 송강호(왼쪽 사진)가 세종대왕, 박해일이 산스크리트어를 비롯한 각 나라 언어에 능통한 승려 신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조철현 감독의 데뷔작인 ‘나랏말싸미’는 한자를 읽지 못하는 백성들을 위해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송강호)과 산스크리트어를 비롯한 각 나라 언어에 능통한 승려 신미(박해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사도’에서 영조로 열연했던 송강호가 이번에는 세종을 맡아 또 한 번 조선의 왕을 그렸으며, ‘남한산성’에서 나약한 인조를 연기한 박해일은 역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한글 창제의 주역 신미 스님으로 출연해 세종과 때로는 협력, 때로는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나랏말싸미’는 지난달 29일 비보를 전한 고(故) 전미선의 유작이어서 의미를 더한다. 전미선은 세종과 신미 스님을 연결해주는 소헌왕후 역을 맡았다. 소헌왕후는 숭유억불(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압) 정책을 내세운 조선 시대에 불심이 깊었던 인물로, 영화에서는 소헌왕후 사망 후 천도재를 지내는 장면이 등장해 전미선의 부재를 더욱 안타깝게 한다.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조 감독과 배우, 제작진은 극장 무대인사나 인터뷰 등의 행사를 자제하기로 했다.

개봉을 앞두고 ‘나랏말싸미’ 시사 이후 조 감독과 송강호, 박해일이 참석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진지한 모습으로 ‘나랏말싸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은 전미선을 추억하며 목소리가 잠기기도 했다.

-‘나랏말싸미’는 세종과 신미 스님이 중심인 영화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신미 스님이 등장하는 영화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가.

   
‘나랏말싸미’에서 소헌왕후로 출연하는 고(故) 전미선.
▶(조철현 감독)신미 스님의 존재는 이 영화를 준비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한글 창제와 연관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런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몇 년 전 합천 해인사 앞에 있는 대장경 테마파크에 갔을 때다. 한 전시관에 대장경이 인도, 티베트를 거쳐서 중국, 고려, 일본까지 전파되는 과정을 아시아 지도에 대장경 로드라고 전구로 표시해뒀더라. 이건 대장경 로드일 뿐만 아니라 표음문자의 여정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한글의 발명’이라는 서적을 보면 아시아의 표음문자들은 산스크리트어를 아는 스님들이 만들었다고 쓰여 있다. 그런 연구 결과와 대장경 테마파크에서 본 지도가 이 영화에 대한 영감을 많이 줬다. 이후 한글 관련 서적, 동영상을 봤고, 학계의 다양한 분과 상의·연구해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

-박해일 씨는 신미 스님 캐릭터를 어떻게 잡아갔나? 남아 있는 기록이 많지 않아서 힘들었겠다.

▶(박해일)저는 신미 스님을 시나리오를 받고 처음 알게 됐다. 저처럼 관객도 영화가 나오면 신미 스님이 낯설 것이고, 궁금함을 갖게 할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신미 스님은 문자에 능통해야 하고, 특히 산스크리트어에 능통한 인물이라 언어를 배워야 했다. 연기적으로는 당시가 불교를 탄압했던 시기여서 신분이 가장 높은 세종을 만날 때 신미 스님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세종은 우리에게 너무 잘 알려진 인물이다. 또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자주 그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배우 송강호’가 연기한다면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런 세종을 연기하면서 어떤 새로움을 주고자 했는가.

▶(송강호)‘사도’에서 영조를 연기할 때도 같은 마음이었는데, 영조나 세종이나 만나 본 적이 없는 분들이다. 하지만 너무 유명하고, 이미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표현된 분들이라 우리 머릿속에는 어떤 이미지가 존재한다. 그런데 그것을 깨뜨리고 새로운 모습을 창조하는 것이 배우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저는 그런 생각을 창조적으로 파괴하고 싶었다. 물론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아마 한글을 창제하던 과정에서 세종대왕의 개인적인 고뇌, 군주로서의 외로움을 보여주는 영화는 처음인 것 같다. 거기에 우리 영화의 특별함이 있고, 연기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전미선 씨가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영화에는 전미선 씨가 맡은 소헌왕후의 천도재 장면이 있어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송강호)모든 스태프가 슬픔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필이면 지난해 천도재 장면을 찍던 날 제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그 촬영을 마치고 빨리 서울로 올라와야 했다. 그런데 이런 결과가 되니까 영화를 보면서 말할 수 없는 착잡함이 있다. 의도치 않았지만 이 영화의 슬픈 운명 같은 느낌도 있다. (이 영화가) 슬픔을 딛고 아름다움으로 남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박해일)촬영할 때 각자 치열하게 준비하고, 촬영을 마치면 식사를 하면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것이 얼마 전이었다.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해서 안타깝다. 선배님의 마지막 작품을 함께해서 영광이고, 보시는 분들도 저희 작품을 따뜻한 온기로 품어주실 것 같다.

▶(조철현 감독)힘들다. 영화에는 전미선 씨가 직접 만든 대사가 있다. 세종과 신미 스님이 헤어졌을 때 소헌왕후가 세종에게 따끔하게 일침을 놓는 말인데, “백성들은 더 이상 당신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는 대사다.

-‘나랏말싸미’를 보려는 관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박해일)우리가 공기처럼 쓰는 우리말로 작품을 만들었다. 쉽고 담백하게 이 영화를 받아들이고 보면 좋겠다.

▶(송강호)세종대왕이 겪은 고난의 역사, 외로움의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영화가 됐으면 한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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