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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욱의 남방불교 사찰 순례 <8> 족자카르타 보로부두르 사원

진리 일깨우는 5개의 불상 … 순례자를 구도의 길로 안내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5-08 18:56:11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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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 이슬람국가 속 불교사원
- 신성한 룸비니 동산에 위치
- 인드라 왕이 9세기 무렵 건립

- 2~5층 복도식 회랑 순례 도와
- 붓다와 주변인물 공적 묘사한
- 1층 내벽 240장면 부조 눈길

- 족자카르타는 자바문화의 중심

세계 최대 이슬람국가의 세계 최대 불교 사원. 이슬람 사원 모스크와 힌두교 사원, 가톨릭 성당과 기독교 교회에 둘러싸인 불교사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어울리는 보로부두르(Borobudur) 불교사원을 찾아가는 길은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Yogyakarta)에서 시작된다.
다른 방향에서 바라본 보로부두르 사원.
■족자카르타… 다종교·다문화로 형성

자바섬의 족자카르타는 자바인과 순다인의 정령 신앙을 바탕으로 근대 이전에는 인도, 말레이시아 문화와 종교인 힌두교, 불교, 이슬람교를, 이후에는 가톨릭과 기독교를 받아 다종교의 다문화가 복합적으로 형성된 독특한 자바 문화예술의 중심지가 된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종교와 문화가 융합돼 만들어진 자바문화의 독특한 양식이 족자카르타에서 사원으로 가는 거리 곳곳에 살아 움직인다. 곧 시동이 꺼져 멈추어 설 것 같은 버스에 탔다. 깨진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시골 풍경과 더불어 거리의 문화 양식은 보로부두르 터미널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터미널에서 사원으로 가는 길에 가장 먼저 들린 곳은 카마위방가 박물관과 삼두라 락사 박물관이다. 카마위방가 박물관은 보로부두르 사원 단지와 자바섬에서 발굴한 유적과 유물을, 그 옆에 있는 해양박물관은 인도네시아 마다가스카르 동아프리카 사이의 인도양 고대 해양 무역을 특징 짓는 ‘계피 루트(the cinnamon route)’와 선박, 승무원의 생활상 등을 보여준다. 매표소를 지나 입구로 들어서면 룸비니 동산 위에 거대한 사원이 푸른 하늘과 대지와 어울려 자리하고 있다. 석가모니로 깨달음을 얻게 된 싯다르타 고타마가 태어난 신성한 룸비니 동산에 자리하고 있는 사원은 인드라 왕(Dharanindra)에 의하여 9세기(775~800년) 무렵에 대승불교 사원으로 건립된다.

입구에 있는 안내도의 설명에 따라서 바라본 사원은 중앙 돔이 있는 9개의 적층 플랫폼, 곧 전체 9층이 계단으로 연결된 피라미드로, 1층에서 6층까지는 네모반듯한 모양의 방형으로, 7층에서 9층까지는 내부에 방이 없는 원형으로 되어 있다. 특히 2층에서 5층까지 각층의 바깥쪽에 폭이 2m 되는 복도식 회랑이 있어 순례하도록 되어 있다.

프람바난 사원의 모습.
■사원 오르는 길이 깨달음 얻는 길

입구에서 계단을 지나 1층으로 올라간다. 불교 순례의 방식(Pradakshina)에 따라서 불상을 오른쪽에 두고 동남서북의 방향으로 둘러보면 회랑의 내벽 상하에 각각 120장면씩 모두 240장면의 부조(한쪽 면만 입체로 된 형태)가 전개되고 있다. 그 부조들은 ‘방광대장엄경’에 따라서 붓다의 생애를 그린 본생담(Jataka)과 그 주변 인물들의 성스러운 공적을 묘사한 비유담(Awadana)으로 되어 있다.

붓다의 생애와 그 주변 인물들의 성스러운 행적을 보여줌으로써 순례자에게 구도의 길로 나아가라고 권유한다. 1층 계단을 올라 2층과 3층으로 가면 회랑의 내벽에는 ‘화엄경’의 ‘입법계품’에 나오는 선재동자가 보리심을 내어 선지식을 두루 찾아다니며 가르침을 받아 수행을 완성하여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선재동자가 선지식을 찾아다니며 깨달음에 이르고자 하는 마음을 느끼며 2층과 3층 계단을 오른다. 4층 회랑에서는 깨달음을 얻은 부처들이 순례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 불상들은 어떻게 깨달음을 얻었는지 수인(손 모양)으로 보여준다.

동남서북으로 순례를 시작하기 전, 순례자들은 먼저 중앙에 있는 비로자나불에게 합장으로 예의를 표한다. 비로자나불은 순례자에게 붓다가 녹야원에서 설법하던 때의 수인으로 동남서북에 있는 부처의 가르침을 받고서 다시 돌아오라고 한다. 그 가르침으로 수행을 하여 깨달음을 얻으면 순례자는 부처님의 육신을 육안으로만 보는 수준을 넘어 진리의 모습인 법신불을 보는 법안을 얻게 된다는 말을 내린다.

동쪽 아촉불은 거울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듯 지혜의 거울로 진리를 비추어야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왼손은 손바닥이 위로 향하게 하여 다리 위에 올려놓고 오른손은 다섯 손가락을 모두 펴서 땅을 가리키는 촉지인을 하면서 진리를 찾아서 자신의 본모습을 찾아가라고 아촉불이 말한다.

남쪽 보생불은 순례자에게 가난하든 부자든, 행복하든 불행하든, 선인이든 악인이든 평등한 가르침을 편다. 왼손을 내려서 손바닥을 밖으로 향한 만원인을 하면서 순례자에게 중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들어준다고 한다. 진리를 찾는 것, 자신의 본성을 찾는 것은 선지식의 가르침을 얻어야 한다는 것일까?

서쪽 아미타불 앞에 서면 선지식의 가르침으로 진리를 얻었는지 묻는 것 같다. 그 가르침에 얽매이면 오히려 깨달음을 얻는 데 장애가 되니, 순례자는 모든 대상을 그저 관찰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고 아미타불은 묵언을 건넨다. 왼손바닥을 위에 오른손을 포개서 배꼽 부근에 놓고 각각 둘째 손가락을 구부려 그 끝을 엄지손가락에 붙인 묘관찰지정인을 한 아미타불은 가르침의 언어도 장애가 되니 모든 장애를 벗어나라고 한다.

북쪽 불공성취불은 순례자에게 모든 장애를 관찰하여 현실적으로 행할 바를 수행하여 깨달음을 얻었는지 묻는다. 오른손 또는 왼손을 어깨높이까지 올리고 다섯 손가락을 세운 채로 손바닥을 밖으로 향하게 한 시무외인을 하면서 불공성취불은 깨달음에 장애가 되는 모든 두려움을 없애라고 한다.

■순례자는 다섯 가지 지혜를 보고…

동남서북의 방향으로 순례를 끝내고 다시 중앙으로 되돌아오자 비로자나불이 기다리고 있다. 비로자나불은 순례자에게 무엇을 보았는지 무엇을 보게 될 것인지 다시 묻는 것 같다. 순례자는 싯다르타가 태어난 룸비니 동산에서 순례를 시작했다고 대답한다.

순례의 첫 순간에 붓다의 전생 이야기, 그 주변 인물들의 성스러운 공적, 선재동자의 구도에 관한 이야기를 만난다. 그 만남은 중앙과 동남서북의 부처들이 가지고 있는 다섯 가지 지혜로 이어진다. 그 지혜는 세상의 온갖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보는 지혜, 모든 현상에서 불평등을 제거하여 평등을 보는 지혜, 모든 현상과 모든 가르침이 깨달음에 장애가 되는지 구별하고 관찰하는 지혜, 현실적으로 행할 바를 수행하여 깨달음을 완성할 수 있는 지혜, 깨달음을 완성하여 온갖 사물과 모든 현상을 공(空)으로 보는 지혜이다.

지혜를 가진 부처가 아니라 불상을 육안으로 본 순례자, 아니 여행자는 곧장 피라미드의 끝으로 올라간다. 그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수많은 불탑(stupa)과 중앙 첨탑이다. 그 불탑 사이를 이리저리 헤매다 내려다본 숲 가까이에는 성당과 교회들, 이슬람 사원들, 멀리는 거의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프람바난(Prambanan) 사원이 자리하고 있다. 다종교와 다문화를 혼합하여 독특한 양식을 이룬 자바문화처럼 이슬람 사원과 힌두교 사원, 가톨릭 성당과 기독교 교회 그리고 불교 사원을 합쳐서 자바사원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는 망상이 푸른 하늘의 조각구름으로 날아서 간다. 가자, 가자, 부처님의 길로. 부산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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