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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 철책 너머 수려한 금강산 손에 잡힐 듯

강원도 고성·철원 DMZ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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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번 국도 북쪽 끝 고성

- 국내 최북단 717 군 관측 초소 전망대
- 금강산 봉우리·해금강 등 감상 가능해
- 분단 현실 아픔 느낄 수 있는 건봉사
- 김일성별장 있던 화진포 풍광에 눈 호강

# 휴전선 한복판 위치한 철원

- 각종 동식물 보고 DMZ생태평화공원
- 지질공원 한탄강·겨울 철새 두루미 등
- 개발 손길 타지 않은 자연 즐길 수 있어

좌우로 철조망에 ‘지뢰’ 표지판이 줄이어 걸린 길. 성가신 절차를 거쳐 민간인통제선(민통선)을 넘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전망대. 여느 여행지와 달리 까다롭고 약간은 긴장되는 곳, 하지만 예전보다는 한결 부드러운 분위기의 관광지. 바로 비무장지대(DMZ)다. 남북 간의 긴장이 고조될 때는 엄두도 내지 못하던 곳이지만 남북관계 긴장 완화의 바람을 타고 비무장지대가 열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회담을 개최하면서 한층 더 포근하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올 듯하다. 계절의 변화는 남쪽보다 늦어 아직 꽃망울보다는 눈이 익숙한 겨울이지만 확연하게 훈풍이 느껴지는 DMZ를 품은 강원도 고성과 철원을 찾았다.
   
말 그대로 손에 잡힐 듯하다. 강원도 고성군 717 OP의 금강산 전망대에 오르면 해금강 여러 봉우리와 삼일포, 감포는 물론 남북한의 초소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오른쪽 해안선을 따라서는 북한의 장전항으로 이어지는 7번 국도와 금강산 철도가 달린다.
■고성 OP에서 보는 그리운 금강산

부산 중구 중앙동의 옛 부산시청 앞에서 시작되는 7번 국도는 동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500㎞ 가까운 거리를 달려 강원도 고성의 고성통일전망타워 입구에서 멈춘다. 지난해 12월 개장한 이 전망타워는 현재 관광객이 자동차를 이용해 ‘쉽게’ 갈 수 있는 가장 북쪽 지점이다. 쉽게 간다는 의미는 상대적이다. 이곳에 들어가려면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에서 신청서를 작성한 뒤 안보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곳보다 더욱 엄중한 절차를 거쳐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 금강산 전망대다.

통일전망대 휴게소에서 군 인솔자가 탄 차량의 인도를 받아 검문소를 지난다. 구불구불한 작전도로를 따라 북서쪽으로 10분가량을 올라가면 닿는 곳이 금강산 전망대이자 군 관측 초소인 717 OP다. 좁은 계단으로 3층에 오르면 통유리 너머 해금강이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장병들이 지형 축소 모형과 카메라로 촬영한 화면을 대조하며 금강산 봉우리와 삼일포, 감포, 남북한의 초소를 설명해준다. 1층 전망대에서는 찬바람을 맞으며 더 선명한 금강산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해안선을 따라 구불구불 올라가는 금강산 철도와 도로를 바라보면 금강산이 지척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고성통일전망타워에서도 거리가 조금 멀기는 하지만 금강산과 해안 풍광을 시야에 가득 담을 수 있다.

   
6·25 전쟁의 참화를 간신히 벗어난 고성 건봉사 일주문.
분단의 현실을 실감 나게 느낄 수 있는 현장은 고성에 또 한 군데 있다. 마찬가지로 철망 담장을 지나야 들어갈 수 있는 곳, 거진읍 냉천리의 금강산 건봉사다. 휴전선 너머 금강산 최고봉인 비로봉에서 30㎞ 넘게 떨어진 건봉사가 금강산을 앞에 붙인 건 1만2000봉에 달하는 금강산의 권역이 그만큼 넓기 때문이다. 대찰이던 건봉사는 6·25의 참화로 일주문만 남기고 모두 불탔다. 휴전 이후에는 민통선 안에 있어 복구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근래 민통선이 조정되며 출입이 가능해져 차츰 예전 모습을 되찾고 있다. 건봉사 바로 뒤 비탈을 지나는 민통선을 통과해 지뢰 지대 사이로 난 소로를 걸어 등공대를 찾았다. 이곳은 8세기 발징 화상과 수행승, 신도가 1만 일에 걸쳐 신행과 공양을 한 곳이다. DMZ에서 긴장된 마음은 화진포의 아름다운 풍광으로 풀 수 있다. 동해안 석호 가운데 가장 크고 자연생태가 잘 보존된 화진포에는 6·25 이전 김일성 별장이었던 화진포성과 이기붕 별장이 있다.

■철원 비무장지대의 평화생태공원

   
지난해 12월 개장한 고성통일전망타워.
강원도 고성에서 휴전선의 동쪽 끝에서 북녘을 바라봤다면 철원은 휴전선 한복판이다. 철원에서 찾은 곳은 김화읍 생창리의 DMZ생태평화공원. 북한에서 발원해 휴전선을 지나 남쪽으로 흘러와 한탄강에 합류하는 화강을 품은 생창리는 예전 전역 군인들이 정착해 탄생한 마을이다. 휴전선에서 직선거리로 4㎞도 채 떨어져 있지 않은 이 마을이 DMZ 생태관광의 출발지다. 화강을 따라 걷는 용양보 탐방로를 트레킹하면 일제강점기 건설된 암정교 옆을 지나 남방한계선을 살짝 넘어선 지점에 역시 일제강점기 금강산행 전철이 지나던 다리의 교각을 이용해 만든 용양보가 나온다.

용양보 일대는 화강 최상류의 습지대로 각종 동식물의 보고다. 얼어붙은 강 위에 고라니를 비롯한 야생동물 발자국이 숱하게 이어져 개발의 손길을 타지 않은 이곳의 생명력을 보여준다. 용양보 트레킹의 종점은 여기서 더 가야한다. 용양보 옆 철문을 통과해 강변 좁은 도로를 따라가면 정말 더는 북쪽으로 갈 수 없는 곳, 계웅산 철책이 앞을 가로막는다. 화강 위를 지나는 철책은 북쪽 계웅산 정상의 OP를 지나 능선을 따라 끝 간데없이 이어진다. 습지의 키 작은 수풀 너머로는 멀리 북한군 초소가 보이기도 한다.
   
강원도 철원에서 금강산으로 이어지던 옛 전철이 지나던 교량의 모습.
고성군과 인제군 양구군 화천군과 함께 휴전선에 접한 강원도의 5개 지자체 가운데 가장 서쪽인 철원은 자연 생태의 보고로도 잘 알려졌다. 휴전선에 인접한 토교저수지는 진객 두루미와 고니 기러기 등이 겨울을 나는 곳으로 주변 논에서 먹이를 찾는 철새를 쉽게 볼 수 있다. 이제 다음 겨울을 기약해야 하겠지만 동송읍 양지리에 있는 DMZ 두루미 평화타운에서는 탐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가지질공원 명소인 한탄강도 빼놓을 수 없다.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의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한탄강을 중심으로 직탕폭포와 주상절리, 고석정 등 명소가 이어진다. 승일교와 옛 금강산철도 등을 연결하는 트레킹 코스를 걸으면 DMZ 인근 지역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철원 한탄강에 우뚝 솟은 고석정. 한탄강 일원은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곳으로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명소다.

#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려면

- 지자체 등에 사전 신청 후 허가받아야

비무장지대를 찾는 일은 부산 근교의 여행지를 찾는 것과는 조금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 군사지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많은 제약이 있다. 민간인통제선(민통선)을 넘어 북쪽으로 들어가려면 사전에 지자체 등에 신청 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고성 금강산 전망대 출입 신청은 강원도 고성군 문화관광체육과(033-3680-3362), 철원군 DMZ 평화생태공원 용양보 방문 신청은 김화방문자센터(033-458-3633)로 하면 된다. 고성 건봉사 등공대는 10명 이상이 되어야 들어갈 수 있는데 건봉사(033-682-8100)로 문의하면 된다. 고성통일전망타워는 사전 출입신청을 하지 않고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에서 출입을 신청하면 안보교육 후 들어갈 수 있다. 출입 시간이나 인원이 제한을 두는 곳이 많아 개인이 신청하기는 번거롭다. 강원도 DMZ 관광 전문업체인 한반도관광㈜(1522-4513, www.dmz4u.com)에서 운영하는 철원이나 고성 1박2일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편리하게 다녀올 수 있다.

취재협조=한국관광공사 강원지사

글·사진=이진규 전문기자 oce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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