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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이글루·풍차…발 딛는 순간 동심의 세계로

경북 봉화군 분천 산타마을

  • 국제신문
  • 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  |  입력 : 2019-01-09 19:22:01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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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부터 분천역 일원
- 겨울철 산타마을로 변신

- 곳곳에 산타·루돌프 조형물
- 아이들 놀기 좋은 눈썰매장
- 감자·옥수수 땅속서 익히는
- 전통 ‘삼굿구이’ 체험행사 등
- 신나게 놀다보면 추위 달아나

- 분천~철암 달리는 ‘V트레인’
- 때 묻지 않은 백두대간 골짜기
-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어 인기

크리스마스(성탄절)는 특정 종교를 믿지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묘하게 흥겹고 약간은 들뜬 듯한 느낌이다. 크리스마스 하면 흔히 연상되는 하얀 눈, 루돌프, 썰매, 긴 콧수염의 산타할아버지 그리고 캐럴 등은 왠지 기분 좋게 하는 요소다. 시점도 한 해를 마감하는 길목이어서 감성적으로 만든다. 그래서 산타의 선물을 기다리는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도 자신만의 산타를 기다리기도 하고, 스스로가 산타로 변신해보기도 한다. 새해를 맞이했지만, 아직은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그래서 가게나 가정의 크리스마스트리 불빛도 여전히 반짝이고 있지만 힘이 없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의 감흥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 있다. 물론 산타의 실제 고향인 핀란드는 아니고 국내의 어느 산골 마을이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벌써 감을 잡았을 테지만 경북 봉화군에 조성된 ‘분천 산타마을’이다. 진짜 산타들이 이런 곳에서 살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곳이다. 이 지역의 겨울 추위가 훌륭한 관광 재료로 활용됐다. 겨울방학 기간인 어린 자녀는 물론이고 어른도 한 번쯤 찾으면 힐링에 도움이 될 듯한 여행지다.
경북 봉화군 소천면의 작은 기차역인 분천역 앞이 산타마을로 조성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분천역은 한때 쇠락의 길을 걸었으나 이곳을 중심으로 한 백두대간협곡열차(V트레인)가 개통되고 산타마을이 들어서면서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관광 명소가 됐다.
분천역 일원이 겨울철 산타마을로 변신한 것은 2014년부터다. 해마다 산타마을이 조성돼 새롭게 문을 열 때는 으레 큼지막한 사진이 신문 한 귀퉁이를 장식하곤 한다. 올 시즌은 지난달 22일 정식 개장됐다. 다음 달 17일까지 58일간 운영된다. 분천 산타마을이 있는 경북 봉화군은 강원도에 접해 있고, 대부분 산지로 이뤄진 곳으로, 부산에서는 승용차로 3시간 이상을 운전해서 가야 하는 꽤 먼 곳이다. 부전역에서 하루 한 차례(오전 9시10분 출발) 분천역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가 있기는 하지만 무려 5시간 넘게 가야 한다. 장시간 운전이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산타마을로 향할 때만 하더라도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그렇지만 산타마을의 ‘가성비’가 기대 이상이라고 판단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산타마을에서는 누구나 동심

백두대간협곡열차에 탑승한 관광객들이 창너머로 펼쳐진 청정 잔연경관을 감상하고 있다.
손으로 숫자를 셀 수 있을 정도로 몇 채 안 되는 집이 모여 있는 마을 앞으로 하천이 흐르고, 마을과 뒤쪽의 산 사이에 분천역이 자리 잡고 있다. 마을 공터에 차를 대고 분천역 앞의 산타마을에 들어가기에 앞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하나를 소개한다. 옛날 석탄산업이 왕성할 때는 분천에 열차도 많이 다녔고 인구도 지금의 10배가 넘어 사람들로 시끌벅적했다. 하지만 석탄산업의 쇠락으로 점차 많은 사람이 떠났으며, 분천역도 무인역이 될 뻔한 적도 있었다. 1991년 어느 봄날, 분천역 앞에는 거대한 바위산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길을 지나던 점쟁이가 이를 보며 저 산 모양이 호랑이를 닮아 사람들이 무서워 이곳에 오지를 않는구나. 저 산을 깎으면 이곳에 천호가 들어설 것이라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갈공장이 들어서 산을 깎아 자갈을 채취했고 호랑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20여 년이 흐른 2013년 백두대간협곡열차(일명 V트레인)가 개통되고, 이듬해에는 산타마을이 생기면서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분천역은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드는 사계절 관광지로 거듭났다.

산타마을에 발을 딛는 순간 완전히 딴 세상에 온 느낌이다. 관광객을 마차에 태워 마을을 도는 루돌프와 조랑말이 먼 데서 온 손님을 반겼다. 바로 옆에는 이국적인 모습의 풍차 아래에 조성된 빙판에서 어린이들이 열심히 썰매를 타며 즐거워하고 있다. 이글루 모양인 조그만 건물 안은 갖가지 차를 파는 카페였다. 곳곳에 산타와 루돌프 조형물을 만들어 관광객들이 인증샷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관광객들의 한겨울 추위를 녹여주기 위해 곳곳에 장작난로와 군고구마가 준비돼 있다. 땅속에서 감자·옥수수 등을 익혀 먹는 전통구이방식인 삼굿구이 체험 행사도 접할 수 있다. 비록 짧지만 인공눈으로 만든 슬로프에서 아이들은 눈썰매를 즐기기도 했다. 얼음 모형의 터널에서 관광객들은 카드에 각자 소원을 적어 벽에 붙였다. 역 바로 앞 마당에는 산타 복장을 한 4인조 악단이 캐럴과 팝송 등을 연주하고 흥을 돋웠다. 대합실 옆 건물은 산타우체국이다. 관광객이 직접 소망의 편지를 보낼 수 있다. 아늑한 분위기의 우체국에 들어서니 국장님도 산타 복장을 하고 있다.

산타마을에 있다 보면 점잖은 어른도 금세 동심으로 돌아간다. 마음이 즐거우니 추위도 달아나는 듯하다. 산타 집 모양의 별도 푸드코트도 있다. 어묵이나 풀빵 등 겨울철 간식은 물론이고, 이 고장의 특산물인 각종 버섯이 들어간 따끈한 국밥 등도 맛볼 수 있다. 육개장에 칼국수를 얹어주는 ‘산타칼국수’(7000원)는 양과 질 모두 훌륭했다. 식당 주인은 “주말에는 정신없이 바쁘고 평일에도 적당히 손님이 있는 편이다”고 즐거워했다.

■열차에서 즐기는 백두대간 비경

백두대간협곡열차 승객들이 양원역 간이 매점에서 주전부리를 사고 있다.
산타마을과 함께 분천역을 명물로 만든 것은 앞서도 언급했듯이 V트레인으로 불리는 백두대간협곡열차다. V트레인은 인근 영주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포함해 토·일요일 기준 하루 세 차례 운행한다. 하지만 V트레인 운행 일자 등이 수시로 변경되기 때문에 코레일이나 봉화군청에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다. 주요 코스는 ‘분천-비동-양원-승부-철암’으로 소요 시간은 1시간 정도다. V트레인은 3량으로 편성돼 있고, 정원은 158명이다. 태양광으로 활용하는 친환경 열차여서 에어컨이나 히터가 없고 선풍기와 난로가 대신하고 있다. 열차는 시속 30㎞로 천천히 달리며, 이름 그대로 때 묻지 않은 백두대간의 험준한 골짜기를 충분히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한 낙동강 줄기도 오른쪽과 왼쪽을 바꿔가며 선로와 같이한다. 베테랑 승무원들이 주변 경관에 얽힌 설명을 잘 해줘서 귀에 쏙쏙 들어온다. 양원역과 승부역에는 10분 정도씩 정차하는데, 선로 바로 옆에서 잔 막걸리와 주전부리를 사서 먹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시간이 없으면 철암까지 가지 않고 승부역에서 돌아와도 된다. 분천에서 승부까지는 30분 정도 걸린다. 돌아올 때는 빨리 오는 무궁화 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승부는 ‘하늘도 세 평 땅도 세 평’이라는 수식어로 유명하다. 승부역에 내려 하늘을 올려다보니 산에 둘러싸인 하늘이 정말로 작아 보였다. 분천~승부에는 철길을 따라 10㎞ 남짓한 트레킹 코스도 조성돼 있다. 특히 흙길인 승부~양원(5.9㎞)이 인기가 높다. 이곳 트레킹 코스에는 청정 자연을 호흡하려는 관광객의 발길이 1년 내내 끊이지 않는다.

# 춘향전 ‘이몽룡’ 실제 인물 성이성 살았던 계서당

■ 주변 가볼 만한 곳

춘향전의 이몽룡이 살았다는 경북 봉화군 물야면 계서당. 이몽룡의 실제 이름은 성이성이고 계서는 그의 호다.
봉화군에는 춘향전에 등장하는 ‘이도령’이 살았다는 집이 있다. 물야면에 있는 계서당(溪西堂)이다. 이도령의 실제 이름은 성이성(成以性, 1595~1664)으로 계서는 그의 호다. 성이성은 아버지인 성안의가 남원부사로 있을 때, 아버지를 따라 남원에서 공부를 했고 이후 과거에 급제한 뒤 암행어사로 네 번이나 출두, 암행어사의 표본이 됐다고 한다.

이후 성이성은 출사를 여러 번 거절한 뒤 봉화에서 이 계서당을 짓고 살았다는 것이다. 성이성의 암행과 권선징악을 실천한 점 등에 미뤄 아버지 성안의의 친구가 춘향전을 만들었다는 주장이 있다. 그리고 이 집의 주인인 성이성이 바로 춘향전에 등장하는 이몽룡의 실제 인물이라는 것이다. 춘향전 집필 당시 양반의 실명을 바로 거론하기에는 시대 상황이 허락되지 않았기에 성을 ‘이’씨로 바꾸고, 대신 춘향의 이름에 ‘성’씨를 붙였다는 설명이다. 춘향전 등장인물의 실존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봉화군은 계서당 입구에 ‘춘향전의 실존 인물 이몽룡 생가’라는 안내판을 세우고, 봉화를 암행어사를 상징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주변 환경을 가꾸고 있다.

계서당은 나지막한 소나무 숲 아래에 남향으로 자리하고 있다. 대문채로 가는 길은 마을 길에서 직선으로 논을 지나는 묘미가 흥미롭다. 전면에 일자형 솟을대문이 여섯 칸 반의 규모로 세워져 있는데, 좌측에는 마구간과 측간, 우측에는 네 칸의 광이 꾸며져 있다.

글·사진=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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