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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은지화 전시 때도 항온 ·항습 소홀한 부산시립미술관

어처구니없는 미술관

  • 국제신문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8-09-05 18:43:29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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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팀 여름 온·습도 기준 자의적 판단
- 2층 로비 일부 온풍 관객들 연신 부채질
- A·B 전시실 냉기 느껴지지 않아 답답

- 전시 작품들 변형·울음 등 손상 가능성
- 학예연구실 ‘온도 낮춰달라’ 공문 촌극
- 관리팀 “직원 추위·냉방비” 궁색한 변명
무더운 여름, 미술관과 박물관에는 ‘뮤캉스’(뮤지엄+바캉스)를 즐기는 관객이 많다. 미술관·박물관은 아무리 더운 날씨라도 작품과 소장품 보존을 위해 사람이 쾌적하게 느끼는 정도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산시립미술관이 사상 최악의 폭염이 덮쳤던 올여름 냉방비와 직원의 추위를 이유로 항온·항습을 포기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준다.
   
부산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 2층 A전시실에 걸린 김주연 작가의 사진 작품 ‘존재의 가벼움’ 시리즈. 지난달 31일 A전시실에는 냉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뮤캉스’커녕 후텁지근한 미술관

지난달 31일 오전 11시 부산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 동아시아 현대미술전 ‘보태니카’(8월 24일~2019년 2월 17일)가 2층과 야외에서 열리고 있었다. 계단으로 2층 로비에 오르니 후텁지근한 온풍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왔다. 촹치웨이의 설치 작품 ‘다시 태어난 나무 시리즈’가 있는 H전시실은 냉방이 되긴 했지만 곳곳에서 온기가 감지됐다. 김주연 작가의 사진 작품 ‘존재의 가벼움’으로 채워진 A전시실과 문형민 작가의 미디어 작품이 있는 B전시실은 냉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 덥고 답답했다. 로비 의자에 앉은 관객들은 손에 든 리플릿으로 연신 부채질을 했다. 이에 비해 E, F, G 전시실은 여느 미술관처럼 조금 춥다고 느껴질 정도로 냉방이 되고 있었다. 오후 3시30분에 다시 한번 방문했을 때도 상황은 오전과 같았다.

이에 대해 시립미술관 관리팀 담당자는 “이날 바깥 기온이 선선해져 2층 공조기(냉·난방 조절 장치) 4대 중 1대는 설정온도를 25도에 맞추고, 3대는 26도에 맞췄다. 26도로 맞추면 그 이상 온도가 올라가기도 하기 때문에 덥다고 느꼈을 수 있다”고 답했다.

미술작품은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안료 균열, 박락, 지지체 변형, 울음, 곰팡이 및 균류 발생 등이 생겨 손상될 수 있다. 급격한 온·습도 변화도 작품에 손상을 준다. 이에 국내외 박물관은 자체적인 온도·습도 기준을 마련해 지키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전시장의 온도를 20±4도, 습도 40~70%를 유지한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여름 25±1도, 습도 50±10% 기준이 있다.

부산시립미술관도 전시실 온·습도 관리 기준이 있다. 여름은 온도 26도 이하, 습도 47~60%다. 그러나 이날 기준은 지켜지지 않았다. 현재 부산시립미술관에는 습도 자동 조절장치가 없어 제습기 몇 대로 습도를 관리한다. 습도가 높아지면 궁여지책으로 온도를 낮춰 습도를 잡아야 하는데 이날 비가 와 습도가 75%까지 치솟았지만, 온도 설정을 높여 전시실을 후텁지근하게 만들었다. 공조기를 26도로 설정하면 그 이상 온도가 올라가는데도 자의적 판단으로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

■미술관 특수성 무시한 냉방 온도

   
사진에 보이는 시립미술관 2층 절반 공간은 냉방이 충분히 되지 않아 덥고 답답했다. 사진에 보이지 않는 절반은 상대적으로 시원했다.
전시실 ‘더위’는 이날 하루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올여름 시립미술관의 전시 전문가 조직인 ‘학예연구실’과 시설·행정을 담당하는 ‘관리팀’ 사이에 전시실 온·습도를 둘러싼 심각한 갈등이 있었다. 시립미술관은 올여름 고 김종식 회고전(8월 12일까지)과 부산 근·현대미술을 돌아보는 개관 20주년 기념 특별전(7월 29일까지)을 열었다. 모든 출품작이 제작된 지 30~100년이나 됐기에 작품 손상을 막기 위해 학예연구실은 전시실 온·습도 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얇은 은지에 그려진 이중섭의 ‘은지화’ 같은 작품이 손상되기라도 한다면 시립미술관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럼에도 관리팀은 올여름 일정 시기까지 공공기관 규정을 들어 전시실 온도를 28도로 유지했다. 학예연구실이 미술관의 특성을 들어 전시실 온도를 낮춰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급기야 7월 4일 학예연구실이 관리팀으로 ‘전시실 온도를 내려 달라’는 취지의 정식공문을 보내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실제로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은 여름에 평균 28도 이상 실내온도를 유지하도록 하지만 미술품전시실은 예외다. 공문 발송 이후 전시실 온도는 어느 정도 내려갔지만, 전시 휴지기 후 지난달 24일부터 ‘보태니카’전이 시작하자 온도 관리가 다시 느슨해진 것으로 짐작된다.

이에 대해 관리팀 담당자는 “가끔 로비, 전시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춥다고 하면 온도를 올려줘 덥다는 얘기가 나온 것 같다. 냉방하는 데 드는 가스 요금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두 가지 이유를 밝혔다. 미술관은 사람이 아닌 작품 보존을 위해 항온·항습을 유지하기에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답변이다. 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관리팀에 냉방 예산이 부족하면 예산을 추가로 요청해야지 냉방비를 아낄 일이 아니라고 했지만 설득이 안 됐다”고 전했다.

진실 공방도 벌어졌다. 시립미술관 관리팀장은 “학예연구실 공문을 받고난 뒤에는 전시실을 항상 26도 이하로 유지했다. 공조기 온도를 개별적으로 높인 적이 없다. 공조기 시설 이상으로 장소에 따라 온도 차가 4도나 나 상대적으로 덥다고 느낀 것 같다. 냉방에 드는 예산을 아낀 적도 없다”고 학예연구실은 물론 관리팀 담당자의 답변도 반박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미술관 전시실 온·습도 관리 기준

 

온도

습도(%)

국립현대미술관

20±4

40~70

부산현대미술관

25±1(여름)

40~60

부산시립미술관

26도 이하(여름)

4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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