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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숲을 거닐다 <16> 진주와 경주 명품 메타세쿼이아

여름 보내고, 가을 맞는 메타세쿼이아 열병식

  • 국제신문
  •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  |  입력 : 2018-08-29 19:27:42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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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가 아름다운 길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환영받는다. 은행나무든 소나무 대나무든 수종에 관계없이, 그리고 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 땀과 운동 없이도 소위 ‘인생샷’을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로수 길은 나무를 따라 길이 생겼는지, 길을 따라 나무를 심었는지 정답은커녕 실익도 없는 생각을 우매한 인간에게 하게 만든다. 가로수종으로 적합한지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는 않지만 가로수의 원조는 메타세쿼이아다. 경남과 경북을 각각 대표하는 환상의 숲에서 메타세쿼이아와 함께 ‘생명의 숲을 거닐다’ 탐방 시리즈를 마무리한다.


# 진주 이반성면 경남수목원

- 아파트 7, 8층 높이의 메타세쿼이아
- 입구부터 가로수길 만들어 걷기 좋아
- 매미떼 고막 찢는 듯 울어대며 환영
- 넓은 잔디밭·수생식물 연못도 볼 만

■이등변삼각형과 열병식

   
경남 진주시 경남수목원의 메타세쿼이아 길. 이등변삼각형의 메타세쿼이아가 쭉쭉 뻗어 숲을 이룬 이곳은 경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 길로 꼽힌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경남 진주시 이반성면의 경남수목원(정식 명칭은 경남산림환경연구원)은 메타세쿼이아로 유명하다. 전체 면적은 56㏊. 총 1500여 종 10만 그루가 넘는 나무와 풀이 숨 쉬는 곳이지만 메타세쿼이아를 빼놓고 수목원을 말할 수는 없다. 수목원 입구에 있는 이 숲에 가면 아파트 7, 8층 높이는 충분해 보이는 메타세쿼이아가 평지를 따라 서 있다. 가로수길치고는 제법 길어 보였다. 숲길이 왼쪽으로 부드럽게 꺾이는 탓에 숲의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만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가 주는 착시 효과 때문인지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만 같았다. 숲길 중간쯤 목재 평상에는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휴식을 즐기는 시민이 가득했다. 폭염에 지친 인간에게 메타세쿼이아의 이등변삼각형은 시원한 그늘을 선물했다. 자리를 지킨다는 명목 아래 평상에 누운 부모와 반대편 잔디밭으로 달려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보여주는 아이들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평화롭기만 한 숲이었지만 불청객은 있기 마련. 모기와 매미다. 이곳의 매미 소리는 귀청이 찢어질 정도로 컸다. 하지만 그 아래 평상에서 잠을 청하거나 책을 읽는 시민도 여럿 있었으니 제아무리 울어대는 매미도 숲속에서 휴식을 취하려는 인간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꺾지는 못했다. 올여름 폭염처럼 끝이 없을 것만 같던 숲에도 당연히 끝은 있기 마련. 어린 자녀와 함께 온 가족의 방문 목적이기도 한 야생동물원 구경이 남았다. 그런데 무더위로 인해 야생동물원에서 타조 등 극히 일부 동물을 제외하고는 볼 수가 없으니 다소 허탈해졌다.
   
숲 밖에서 바라본 메타세쿼이아 길. 잔디밭을 앞에 두고 사진을 찍으면 이국의 느낌이 물씬 난다.
어쩔 수 없이 또 다른 볼거리를 찾아 메타세쿼이아 숲길 반대편으로 갔더니 사진작가들이 열광하는 수목원 최고의 촬영 포인트가 나왔다. 잔디밭을 앞에 두고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뒤쪽으로 담을 수 있는 곳이다. 숲속에서 메타세쿼이아의 직립 상승을 봤다면 이곳에서는 메타세쿼이아의 열병식을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이왕 찾아간 수목원에서 메타세쿼이아 숲길만 걷고 돌아올 수는 없는 노릇. 연꽃 등 수생식물이 만든 초록 연못 가운데 물레방아 형태의 자전거를 탄 피노키오 조형물이 보이는 지점도 꼭 가야 한다.


# 경주 남산동 경북산림환경연구원

- 개울따라 양옆으로 선 나무 아래
- 외나무다리는 화보 촬영의 정점
- 하늘 가려 터널 이룬 무궁화동산
- ‘생명의 숲 거닐다’ 소개 숲 중 으뜸

■화보의 무대, 명숲의 ‘끝판왕’

   
경북 경주시 경북산림환경연구원 내 외나무다리에서 화보 촬영이 한창이다. 연구원 내부는 모든 면에서 지금껏 소개한 숲 가운데 으뜸으로, 숲 탐방 시리즈의 정점을 찍는 명소였다. 송진영 기자
경남에 진주의 경남수목원이 있다면 경북에는 경주시 남산동 경북산림환경연구원이 있다.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는 순간 모든 장소와 장면이 화보가 되는 ‘마법의 숲’으로, 숲과 나무가 아닌 인간이 숲과 나무를 배경으로 피사체가 돼 인생 사진을 뽑아낼 수 있는 절대적인 명소다. 경북산림환경연구원의 숲은 모든 면에서 지금껏 소개한 숲 가운데 으뜸이다. 주차장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화보의 무대가 시작된다. 주차장을 나와 왼쪽으로 가면 만나는 다리 아래 외나무다리부터다. 개울을 따라 양옆으로 서 있는 나무들이 만든 숲은 개울 위 샹들리에와 같은 조명이 됐고, 그 아래 외나무다리가 화보 촬영의 정점을 찍었다. 개장(오전 9시)한 지 10분이 지나지 않은 이른 오전이었지만 외나무다리 위에 앉거나 서 있는 남녀를 찍기 위한 카메라 셔터 경쟁이 뜨거웠다. 바짓단을 접고 맨발로 개울에 뛰어든 사진작가들이 외나무다리 위 주인공의 다양한 몸짓과 손짓, 표정을 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점점 지쳐가는 모델과 잔소리가 많아지는 사진작가 사이의 불편한 기운을 포착하고 얼른 자리를 옮겨 무궁화동산으로 가니 역시나 화보 촬영이 한창이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던 날씨에도 어두웠을 정도니 이곳을 무궁화 터널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아챘다.

무대를 옮겼다. 연구원이 자랑하는 메타세쿼이아와 칠엽수 사이 환상의 보도다. 동반자인 칠엽수도 메타세쿼이아 못지않게 멋진 나무였는데, 두 종류의 수목 사이로 이어진 명품 보도의 시작과 끝에서도 어김없이 화보 촬영이 한창이었다. 고개만 돌려도 당장 화보 한 장은 나올 법한 구도를 갖춘 곳이었지만 이번에도 전문가들은 모델에게 집요하게 많은 포즈를 요구했다.
   
연구원 내 무궁화 동산. 외나무다리와 함께 또다른 화보 촬영 장소로 꼽힌다.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이 나무는 오래전 멸종됐다고 알려졌는데 1940년대 중국 후베이성과 쓰촨성 경계지역의 한 마을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공룡이 살았던 중생대 백악기와 이어진 시기인 신생대 제3기의 지층에서 화석으로만 발견되던 메타세쿼이아가 확인되자 살아 있는 공룡이 현시대에 나타났다고 떠들썩했다. 그 후 멸종을 막자며 뜻을 모아 기금을 내고 연구해 대량 증식에 성공했고, 마침내 우리나라에까지 오게 됐다.

메타세쿼이아는 뿌리가 얕아서 웬만한 강풍에 쉽게 쓰러질 것 같은데도 높이 30m 이상 자란다. 얕은 뿌리지만 앞뒤 좌우 군락을 이뤄 뿌리가 서로 단단히 얽혀 있는 게 비결이다. 메타세쿼이아가 항상 늘어선 듯 촘촘히 서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일 듯했다. 메타세쿼이아는 ‘이웃’을 배려하는 매력도 있다. 운집한 나무의 가지와 가지가 닿을 듯하지만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서로를 배려하면서 뻗어 있으니 오늘의 숲과 나무가 인간에게 또 하나의 교훈을 던진다.

끝으로 권해본다. 삶의 기복 끝에 운치를, 그리고 그 속에서 품격을 찾고 싶다면 지금 당장 숲으로 가서 메타세쿼이아를 만나길 바란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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