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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비를 찾아서] 선물의 참된 의미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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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5-09 18:55:25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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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였다. 대학 첫 중간고사를 마치자 찾아온 해방감은 신입생들을 들뜨게 했다. 동아리방에는 모처럼 느슨한 즐거움의 기운이 감돌고 절정을 맞은 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 저마다 궁리하고 있었다. 삼삼오오 찻집이나 선술집을 찾고, 누구는 여행을 갈 거라는 그런 얘기들이 오갔다. 내가 할 일은 미리부터 정해 놓았었다. 짝사랑했던 동급 여학생 J에게 선물하기. 시험도 마쳤으니, 슬슬 실행해야지?

그녀에게 필기구를 선물하고 싶어 도시철도를 탔다. 서면의 지하상가와 광복로 양쪽으로 줄지어 있던 상점 가운데 고급 문구를 파는 곳마다 유리창에 코를 박았다. 진열된 각양각색 필기구들의 손짓에 주머니 속 지갑을 만지작거렸다. 그렇게 하나를 골랐고 손편지도 썼다. ‘뭐, 그렇게들 하는 것 아닌가?’라고 한다면 할 말 없으나, 나만의 예쁜 감정을 품고 손으로 써 내려가는 순간만큼은 모두에게 소중한 법 아닐까. 선물은 전달되었고, 우연히 마주치지도 않았던 한 주가 지나갔다.

돌아온 월요일 오전, 동아리방에서 한 남자 동기가 뒤늦은 리포트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 1주일 전 내가 마음을 담아 J에게 선물했던 것과 꼭 같은 펜을 그 녀석이 쓰고 있었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넣고 빙글빙글 돌리는 모습에서 그만 운을 떼고 말았다. “어이, 그거 좋아 보이네? 어디서 났냐?” 나는 물었고, 그 답을 듣자마자 하늘이 한 번에 무너져 내렸다. “아, 이거? J가 나 하라고 주더라. 좋지?” 사랑이야 어차피 짝사랑이니 그렇다손 치더라도, 내 선물마저 다른 친구에게 그냥 줘버리다니.

그날의 오전 수업은 모두 빠졌고, 술집 문이 열리기를 기다려 들어가서는 자정이 되도록 마셨다. 그리고 걸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만의 원칙 하나를 세웠고, 그 마음가짐의 원칙은 지금도 지키고 있다. 즉, 무엇인가 선물을 할 때는 그 선물이 내 손을 떠나는 순간 그 쓰임새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상대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다. 오로지 좋은 마음을 담았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하자는 다짐이다. 상대에게 가장 유리한 쓰임새로 사용되기만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 선물 아닐까. 그 이후로는 선물하고 나서 불행했던 적이 없다.
선물은 이벤트다. 이벤트는 그 성격상 지속 가능한 시간이 정해져 있다. 그런데도 사람의 마음이 가장 크게 움직이는 순간을 선물해주기도 한다. 마음은 한 번 움직이면 움직인 곳에 머무르는 경향이 크다. 아이러니 아닌가? 가장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식이 지속 가능한 역사를 만들기도 하니 말이다. 5월 둘째 주 토요일은 세계 공정무역의 날이다. 전 세계에서 다양한 축제와 이벤트가 열린다. 오는 토요일이 바로 그날인데, 나와 우리 모두의 행복에 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박재범 부산공정무역연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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