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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녹색 물든 그림 같은 풍광…언제 찾아도 좋은 ‘그 섬’

전남 진도로 떠나는 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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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꽃 만개한 운림산방 정취 훌륭
- 시선 끄는 금골산·동석산 등 바위산
- 주변 둘러싼 섬과 아름다운 낙조 등
- 눈길 머무는 곳곳마다 비경 빼어나

- 고려 시대 삼별초 항쟁 거점 용장성
- 이순신 장군 ‘명량대첩’ 울돌목 등
- 큰 전란 현장도 생생하게 남아 있어

- 남해고속도 순천~영암선 개통 이후
- 부산과 가까워지고 가기도 수월

한반도의 남서쪽 모퉁이에서 툭 튀어나온 섬 전남 진도는 부산에서는 참 머나먼 곳이다. 실제 거리로도 그렇고 심리적 거리감으로도 그렇다. 하지만 남해고속도로 순천-영암선이 개통한 뒤로는 한결 가까워지고 가기도 수월해졌다. 사실, 근래는 진도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있지만 원래 진도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수많은 섬이 어우러진 자연의 비경을 품었고, 몽골과 항쟁에 나섰던 삼별초의 정신이 묻혀 있는 곳이다. 진도아리랑과 소치 허련으로 대표되는 예향이다. 제주도와 거제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진도는 그 면적만큼이나 많은 볼거리를 품고 있다. 다시 돌아온 4월에 진도를 찾았다.
남종화의 대가 소치 허련이 말년에 자리 잡고 작품활동을 한 화방인 운림산방은 그 자체로 한 폭의 산수화다. 연못 너머 운림산방이 진도의 최고봉 첨찰산을 배경으로 예스런 멋을 풍긴다.
■‘옥주’를 품은 비경의 자연

이곳저곳 진도를 다니다 보면 옥주란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진도 내에 운행하는 군내버스 회사가 옥주여객이고 진도읍내를 다니다 보면 옥주미용실과 옥주서점은 물론 연립주택까지 옥주란 이름이 붙은 곳이 많다. 옥주길이란 도로명도 있다. 진도가 바깥으로는 산이 둘러싸고 안쪽으로는 넓은 경작지를 품고 있어 비옥한 땅이라는 의미로 ‘옥주(沃州)’라고도 불린 데서 온 말이다. 검은쌀과 울금 등을 생산하는 비옥한 땅 옥주는 산과 바다 어디를 둘러봐도 비경이 아닌 데가 없다. 금골산과 동석산 등 울퉁불퉁한 바위산이 시선을 사로잡는가 하면 관매도와 조도 등 아름다운 섬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힌 세방낙조.
진도의 도로를 다니다 보면 도로 안내판에 운림산방과 더불어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게 세방낙조다. 낙조는 어디서나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서해로 지는 해는 특별한 감흥을 준다. 진도의 남서쪽 끝부분인 지산면 가학리 벼랑 위의 세방낙조 전망대에서는 매일 그림 같은 풍광을 볼 수 있다. 해가 서쪽 수평선에 가까워지면 때로는 100명이 넘는 인파가 일제히 한 곳을 바라보고 탄성을 지른다. 태양은 서쪽 바다를 붉게 물들이다가 외공도와 접우도, 가덕도 등 자그마한 섬 사이로 숨어든다. 세방낙조 전망대에서 보는 일몰도 일품이지만 녹진마을에서 이순신 장군 동상과 진도대교 위로 솟아오르는 일출 풍광도 빼어나다.

■삼별초와 충무공 … 서·남해 잇는 요충

삼별초 항쟁의 중심지였던 용장성.
한반도의 서해와 남해를 연결하는 요충지인 진도는 그런 만큼 군사적 충돌도 여러 차례 겪었다. 특히 진도는 고려 시대 삼별초 항쟁의 중심지로 지금도 진도 곳곳에 삼별초의 자취가 남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삼별초가 강화도에서 옮겨와 서낭산 서쪽 자락에 쌓은 용장성이다. 삼별초의 배 1000여 척이 닻을 내린 벽파항에서 2.5㎞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용장성은 지금은 계곡 옆 산 사면을 따라 축대와 건물 기단석만 남아 있다. 전체 17단 가운데 10단이 발굴됐는데 웅장한 석축과 행궁 터가 당시 삼별초의 위세를 보여준다. 성터 옆에는 용장사와 기념관, 고려항몽충혼탑이 있다.

배중손 장군이 이끈 삼별초는 이곳 용장성에 자리 잡은 지 몇 년 되지 않아 몽골군과 관군의 공격을 받았다. 이들이 다시 옮겨간 곳이 진도의 가장 남쪽에 있는 진도진성이다. 삼국시대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진도진성은 성벽을 따라 걷거나 성벽 위를 걸으면 운치를 느낄 수 있다. 옹성이 있는 동·서·남문 세 개의 입구가 이색적이다. 성벽을 따라 걷는 길은 성이라기보다는 옛 마을 돌담길을 걷는 느낌이다. 남도진성 인근에는 배중손 장군 사당이 있고 진도읍에서 운림산방 들어가는 길목에는 삼별초가 왕으로 추대했던 왕온의 것으로 전하는 묘가 있다.
명량대첩의 현장 울돌목 어귀에 있는 벽파정.
진도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도 뗄 수 없는 관계다. 진도로 들어서기 전 진도대교에서 내려다본 바다는 바로 명량대첩의 현장 울돌목이다. 물때에 따라 잔잔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거센 물살이 울부짖는다. 빠른 물살을 이용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조류발전을 하는 곳이다. 진도대교 아래 서쪽 해안에는 이순신 장군의 거대한 동상이 울돌목을 바라보고 있다. 울돌목의 동쪽 입구인 벽파항의 바위 언덕에는 복원한 벽파정이 서 있고 그 뒤로 진도군민의 성금으로 세워진 충무공벽파진전첩비가 명량해전이 벌어졌던 앞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연못에 담긴 운림산방과 첨찰산

진도에서 운림산방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진도읍의 동쪽이자 진도의 최고봉인 첨찰산 서쪽 골짜기에 자리 잡은 운림산방은 조선 시대 남종화의 대가 소치 허련 선생이 말년인 1857년 지어 임종 때까지 생활하던 화실이다. 첨찰산을 배경으로 연못에 그림자를 드리운 운림산방은 순식간에 시간을 100여 년 전으로 되돌린다. 운림산방 뒤에는 소박한 소치의 생가가 자리 잡고 있다. 생가의 뒤로는 쌍계사로 연결된다. 운림산방 주차장에서 일주문을 지나서 가도 된다. 쌍계사 뒤로는 천연기념물 상록수림이 초봄의 산자락에 연두색을 더하고 있다.

국가 명승으로 지정된 운림산방은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광으로 언제 찾아도 좋은 곳이다. 색색으로 핀 꽃을 보면 봄바람을 느껴도 좋지만 소치기념관에서 일가를 이룬 남종화의 대표작을 만나보는 것도 빠트릴 수 없다. 추사 김정희의 제자인 소치 선생을 비롯해 미산 허형과 남농 허건 등 4대 5명으로 이어지는 일가의 화맥을 느낄 수 있다.
진도의 초입 진도타워에서 내려다본 진도대교. 아래가 진도, 위쪽은 해남 땅이다.
몽골군에 쫓긴 삼별초가 옮겨간 진도 남부의 남도진성.
#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

- 해마다 봄 한 차례만 열리는 ‘모세의 기적’ 신비의 바닷길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열리는 시작점인 뽕할머니 상. 바닷길은 오른쪽 섬인 모도로 연결된다.
진도군의 진도 10선에는 자연경관이 세 곳 포함돼 있다. 이 중 으뜸이 신비의 바닷길이다. ‘모세의 기적’으로 잘 알려진 신비의 바닷길은 아무 때나 볼 수 없기에 더욱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진도 신비의 바닷길은 해마다 한 차례 봄에 열린다. 고군면 뽕할머니 상이 있는 해안에서 정면 금호도가 아닌 오른쪽 모도 방향으로 활처럼 휘어지는 2.8㎞의 바닷길이 나흘 동안 하루에 한 차례 모습을 드러냈다가 다시 바닷물 아래 잠긴다. 옛날 호랑이를 피해 모도로 건너간 가족과 만나게 해달라는 뽕할머니의 기원을 용왕이 들어줘 바닷길을 열어주었으나 뽕할머니는 기력을 다해 숨졌다. 호랑이와 뽕할머니가 같이 있는 조각상은 뽕할머니가 숨졌다는 자리에 세웠다.

올해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는 다음 달 16~19일 열린다. 바닷길이 열리는 기준 시간은 5월 16일에는 오후 6시, 17일 오후 6시40분, 18일 오후 7시20분, 19일 오후 8시 10분으로 기준시간 30분 전후로 바닷길을 체험할 수 있다. 5월 16일진도의 일몰시간이 오후 7시30분이므로 18일과 19일 바닷길을 체험하려면 일몰 후에 대해 대비를 하는 게 좋겠다.

글·사진=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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