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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러운데 감각있네, 전통 담은 한그릇

옻칠 공예의 세계

  • 국제신문
  •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  |  입력 : 2018-04-04 18:55:14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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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옻나무 수액 생칠에 가루로 된 안료 섞어
- 물감처럼 색깔 표현

- 나무·플라스틱 등 어떤 표면이든 가능
- 외관은 고급스럽고 무게는 아주 가벼워
- 식기로 실용성 만점

- 옻칠장인 아니어도 나무그릇·컵부터
- 도자기·자개까지 손쉽게 배울수있어

옻칠이라면 박물관에서나 보던 보석함 이나 경대에 칠해진 것을 떠올리기 쉽다. 옻칠은 옻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을 햇볕으로 정제해 만든 생칠에 가루로 된 안료를 섞으면 마치 물감처럼 다양한 색상을 가진 칠의 재료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칠을 한 뒤 장식하는 기법 중 하나가 나전칠기다. 나전이라는 말은 소라 등의 조개껍데기를 붙인다는 뜻이고 칠을 옻칠을 뜻하는 말이다. 흔히 자개라 부르는 것은 조개 껍데기를 장신구나 공예품에 쓰기 위해 잘라 가공한 것이다. 자개로 쓰이는 조개 껍데기는 전복, 소라 등으로 수입하거나 국내산을 골라 쓴다.
   
플라스틱인 멜라민 접시와 스테인리스 숟가락과 포크에 옻칠한 뒤 나전으로 장식해 완전히 새로운 느낌으로 변화시켰다. 사진제공=스튜디오 개인작업실
그런데 옻칠이나 나전칠기가 한 땀 한 땀 장인들의 세계에만 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오해다. 초보자도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공방에서 다양한 표현의 옻칠공예를 즐길 수 있다.

부산 수영구 민락동 옻칠 공방 ‘GENI’는 초보자부터 차근차근 옻칠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김현우 대표는 “옻칠의 장점 중 하나는 어떤 표면이든 다 칠할 수 있는 범용성”이라고 했다. 옻칠은 나무, 쇠, 플라스틱 등 재료에 상관없이 칠을 해 색을 낼 수 있다. 나무는 그렇다 치지만 철이나 플라스틱에도 잘 달라붙는다는 것이 신기했다.

   
옻칠목기와 주전자.
김 대표는 철로 된 주전자 사진을 보여주며 “차를 마실 때 쓰는 다구인데 리폼을 의뢰한 분이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원해 옻칠로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휴대전화 속 주전자의 이전 모습도 그다지 밉지는 않았지만 현대적이거나 세련된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강렬한 옻칠의 색상으로 바뀐 주전자는 훨씬 감각적이고 모던하게 변신해 ‘요즘 물건’처럼 보였다.

김 대표는 흰색 멜라민 접시에 옻칠을 해 자개를 붙인 접시도 꺼내왔다. 하얀 접시 가운데에 녹색, 검정, 빨강으로 원을 그려 색을 채운 뒤 그 속에 자개를 붙여 고급스러워 보였다. 그런데 아주 가볍고 손톱으로 두들겼을 때 플라스틱 소리가 나서 놀라웠다.

   
자개를 붙일 땐 옻칠을 한 뒤 모자이크 하듯 붙인다.
그는 캠핑용 식기로도 옻칠한 제품이 잘 맞는다고 권했다. 캠핑용품은 부피를 줄이고 무게를 가볍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럴 때 나무에 옻칠한 제품을 캠핑 식기나 술잔, 물잔으로 쓴다면 실용적인 면과 심미적인 부분을 한 번에 만족시킬 수 있다. 흔히 캠핑용품으로 쓰는 쇠로 된 식기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것은 분명하다.
공방에서 옻칠로 제일 먼저 만드는 것도 이런 식기다. 반찬 그릇 같은 나무 그릇과 컵에 칠을 하는 것부터 배운다. 생칠은 3번 덧칠해야 나무가 물에 닿아도 썩지 않고 모양 변형이 없다. 여기에 자개로 장식물을 붙이려면 삼베를 붙이는 작업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자개가 떨어지지 않고 꽉 붙는다. 나무 그릇을 만드는 초급 과정이 두 달 정도로 마무리되면 도자기 위에 칠하는 법, 자개를 붙이는 법 등으로 수준이 높아지는 중급 과정이 4개월간 진행된다.

   
건조실 내 작품들. 옻칠을 말릴 땐 공기 중 수분이 70%가 되어야 하므로 수분공급을 충분히 하면서 진행한다.
옻칠을 건조할 때는 21~23도의 온도에서 습도 70%를 유지해야 잘 마른다. 보통 어떤 사물을 건조한다고 하면 바람이 잘 통해야 한다. 그래야 수분이 날아가서 잘 마른다. 하지만 옻칠은 다르다. 수분이 있어야 마르는 독특한 성질을 갖고 있다. 그래서 공방에서 작품을 말릴 땐 벽장 같은 곳에 넣어 맨 밑에는 전기장판을 깔아 온도를 맞춘 뒤 수분을 공급하기 위해 물을 몇 사발씩 올려둔다. 중간중간 습도가 낮아지면 벽장 안에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기도 한다. 옻칠은 공기 중 수분을 흡수하면서 굳어지고 말라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옻칠은 전통적인 우리 문화 중에서도 명품으로 꼽힐 만하다. 그런데 오히려 유럽이나 미국 등 외국에서 더 인정받고 사랑받는데, 한국에선 아직 그 매력을 사람들이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말했다.

옻칠 공예는 옻나무의 진액에서부터 안료까지 자연에서 온 재료를 갈아서 만든다. 꾸미기 위해 그 위에 붙이는 자개또한 전복, 고둥, 소라 등 인공적인 재료가 아닌 것으로 제작한다. 옻칠은 기름이 한 방울이라도 들어가면 마르지 않는다. 그래서 유화 물감 같은 것을 섞을 수가 없다. 그리고 옻칠을 한 그릇이나 보관함은 옻 성분 때문에 해충이 접근하지 못하고 균도 힘을 쓰지 못해 상하면 안되는 중요한 문서를 보관하기에도 좋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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