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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숲을 거닐다 <4> 울산 십리대숲

도심복판 竹竹 뻗은 숲터널, 솨솨 ~ 바람도 거닌다

  • 국제신문
  •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  |  입력 : 2018-02-07 18:49:27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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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화강 따라 국내 최대 군락지
- 70만 그루 도열한 4.3㎞ 숲길
- 속세의 모든 소음 빨아들여
- 댓잎 소리만이 정적 깨는구나
- 도시삶 위로 받고, 사색 즐기고…
- 나홀로 산책 코스로 인기 많아

무릇 숲이라고 하면 산을 떠올린다. 산의 일부가 숲이라는 ‘사실’에 기초한 인식이다. 하지만 숲을 찾기 위해서는 ‘산행을 해야 한다’는 불편한 선입견을 심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산행과 산책의 차이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오르막이라고는 시쳇말로 ‘1’도 없으면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도심 한복판의 숲이라면 사정은 다른 법. 그것도 국내 최대 규모의 대나무 숲이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등 산책 코스일 것이다. 이 명소는 바로 울산의 허파이자 울산 시민에게 생명의 근원으로 자리매김한 ‘태화강 십리대숲’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죽림인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 한겨울 매서운 추위가 무색할 정도로 시퍼런 옷을 입은 대나무 사이 숲길을 시민이 걷고 있다. 곽재훈 전문기자 kwakjh@kookje.co.kr
■10리에 걸친 죽(竹)의 향연

울산. 산업도시이자 공업 도시로 익히 알려진 도시다. 이런 울산에는 동서를 가로지르며 100리를 흐르는 젖줄 태화강이 있다. 한때 죽음의 강이라고 불렸던 태화강이 생명의 강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태화강 옆을 따라 국내 20대 생태관광지이자 울산 12경 중 하나인 ‘도심 속 생명의 숲’, 십리대숲이 있다. 하늘을 찌를 듯이 솟은 대나무가 무성한 숲.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상쾌함에 사무칠 정도다. 거기에 국내 최대 규모라고 하니 이보다 더한 대숲이 있을까 하는 감탄만 나왔다. 밀양 영남루, 진주 촉석루와 함께 국내 3대 누각인 울산 태화루에서 내려다본 십리대숲의 위용이다. 초록 카펫이 따로 없는 형상이다. 태화강 십리대숲은 옛 삼호교에서 용금소까지 강변을 따라 10리(4.3㎞)에 걸쳐 군락을 이루는 곳이다. 이 때문에 십리대숲은 찾았다나 걸었다는 표현보다는 들어갔다는 게 어울린다.

숲에 들어가니 입구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70만 그루의 대나무가 운집한 이곳에선 오직 자연의 소리만 들린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자동차 경적부터 인간이 생산하는 소음을 대나무가 차단한 것인지 댓잎에 스치는 바람 소리만 들린다. 여기에 간혹 종이 위 흔적을 남기는 연필 소리 같은 행인의 발소리가 ‘효과음’으로 귓전을 채운다. 그 뒤 눈으로 마주한 죽림의 녹색 풍광은 ‘안구 정화’의 진수였다. 그리고 숲에 들어가 조금 걷다 보면 대나무와 어울리지 않는 ‘뻐꾸기 나무’를 만난다. 어미나무는 소나무, 아기나무는 팽나무. 이른바 ‘상생 동거’다. 뻐꾸기가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아 자라게 하는 것과 같이 소나무의 공간에 팽나무 씨앗이 들어와 발아해 함께 사는 특별한 나무라는 설명이 흥미롭다.

이 숲의 지붕은 서로 몸을 기댄 채 기울어진 대나무로 막혀 있다. 차양 효과를 넘어 터널 내지는 동굴이다. 그래서일까. 푸른 대나무를 보면 겨울이 낯설지만 그래도 유독 숲속은 추웠다. 혹한이 만든 입김은 깨끗한 공기 때문인지 사진에 담길 만큼 선명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태화강 십리대숲을 따라 이어진 강변 산책로. 대숲과 강의 정취를 동시에 느끼기 좋은 걷기 코스다. 곽재훈 전문기자
■끝없는 대밭… 은하수길 등 명소

십리대숲의 규모는 대나무와 연관된 가장 흔한 표현인 우후죽순으로 설명해도 될 법했다. 우후죽순은 ‘비가 온 뒤에 여기저기 솟는 죽순’이라는 뜻으로, 어떤 일이 한때에 많이 생겨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대나무에서 처음 땅 위로 올라오는 새순이 바로 죽순이다. 봄에 비가 오고 나면 대나무 숲 여기저기서 죽순이 땅을 뚫고 올라오는데 이것이 성장하는 기세가 어찌나 빠른지 하룻밤만 지나면 10㎝도 넘게 자란다. 우후죽순 솟은 대나무가 순식간에 울창한 ‘장신’의 대나무로 자란다. 이곳의 주종인 맹종죽(孟宗竹)은 대나무 중 가장 크고 굵은 품종으로 최고 20m까지 자란다.

가도 가도 끝없는 십리대숲. 그래도 중간중간 사진 촬영지로 유명한 포인트가 있다. 먼저 밤 산책 최고의 장소인 은하수 길이다. 대숲 일부에 조명을 비춰 만든 은하수 길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주목받는다. 곳곳의 벤치 의자도 대나무로 만들어 볼거리를 더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죽림욕장도 있다. 공기의 비타민 ‘음이온’과 피톤치드가 쏟아지는 곳으로 혈액 순환부터 뇌파 활동 증가, 면역력 증대, 스트레스 해소 등 온갖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돼 있다. 십리대숲은 현재는 불편한 장면으로 기록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이곳에서 보내면서 한때 인기를 끌었다.

얼마를 걸었을까. 걷다 걷다 이곳이 끝인지도 모르는 지점에서 숲을 나왔다. 어느덧 해 질 녘. 멀리 보였던 태화강변 초고층 빌딩이 한층 가까워진 지점이었다. 매번 숲에서 느끼지만 땀과 피로는 이번에도 없었다. 유독 혼자 걷는 시민이 많은 이 숲에서 사색과 명상의 시간을 보냈다. 혹한의 겨울 속 태화강 십리대숲의 선물이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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