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색한 천연 양모실 뭉쳐
- 반려동물 얼굴모양 본떠
- 바늘로 엉키게 작업해 완성

- 인형·동물·소품 등 제작 가능
- 2시간 배우면 열쇠고리 거뜬
- 태교 도움돼 임신부에 인기

니들펠트로는 고양이 인형이나 동물 얼굴 모양 브로치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겨울철에는 뭐든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것이 인기다. 거기다 모양까지 깜찍하다면 관심은 보장할 수 있다. 보들보들한 촉감을 주는 소재 중 하나가 뜨개실이다. 이 뜨개실은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지는데 그중에 가장 전통적이면서 흔한 것이 양모다. 뜨개질을 하려면 이 양모를 실로 만들어 염색하고 꼬아 놓는 등의 가공을 거친다. 이 양모를 대바늘이나 코바늘로 짜나가는 게 뜨개질이다. 이와는 좀 다르게 천연의 양모 실을 사용하지만 바늘로 이 실을 엉키게 해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내는 것을 니들펠트라 한다. 니들펠트는 인테리어 소품이나 장식물, 인형 등 다양한 입체적 모양을 만들 수 있고 사실적으로 동물의 털을 표현할 수 있어 색다른 매력이 있다. 부산 서구 니들펠트 공방 ‘바느질하는 고양이’에서 니들펠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니들펠트는 1구짜리 전용 바늘과 6~7구 짜리 바늘, 가위만 있으면 된다.

니들펠트는 양모로 만든 실을 특수한 바늘로 찔러 서로 뭉치게 해 형태를 만드는 공예 장르다. 보통의 바늘과는 다르게 바늘 몸통의 표면에 작은 돌기가 있어서 양모 섬유를 서로 얽히게 한다. 양모는 다른 섬유와 다르게 얽히면 풀어지지 않고 그대로 모양을 유지하는 성질이 있다. 섬유가 이렇게 얽히면 납작한 평면의 실에 부피감이 생기고 단단해진다. 그렇게 해서 반려동물의 얼굴, 발바닥 등을 본떠 모양이 완성된다. 염색한 양모를 사용하므로 다양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리고 입이나 코 등 조그만 부분도 실을 뭉쳐 바늘로 찔러 고정하면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다.

니들펠트용 양모실을 사용할 만큼 손으로 미리 뜯는다.

공방 ‘바느질하는 고양이’ 윤슬아 대표는 “최근에는 애견 미용을 하는 분이 니들펠트를 배우러 많이 온다. 재미있는 건 이분들이 반려견을 늘 접하고 어떻게 털을 깎으면 예쁜지를 알기 때문에 니들펠트로 반려견 얼굴을 만들면 닮은꼴로 아주 잘 만들어낸다”며 흥미로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인과는 달리 반려견의 견종에 따른 해부학적 지식이 있는 이들이라 각각 다른 반려견의 얼굴 구조를 잘 파악해 얼굴의 입체성을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윤 대표는 “반려견이나 반려묘의 털을 양모에 섞어 니들펠트 작품으로 완성할 수도 있어서 반려동물과 사는 분이 특히 관심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단 반려견의 털을 넣어서 작품을 만든다면 반려견을 반드시 목욕시키고 난 뒤 미용을 해 털을 모아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털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나서 작품을 망칠 수 있다.

양모실을 말아 1구짜리 바늘로 찔러 모양을 잡는다.

이 공방의 니들펠트 작품 중에서 눈에 확 띄는 것은 토끼 얼굴 모양의 브로치였다. 보통의 니들펠트 작품은 표면이 매끄럽다. 완성하고 나서 잔털은 가위로 다듬기 때문. 하지만 이 토끼는 털이 곱슬곱슬하게 올라와 있었다. 그런 만큼 귀여움도 몇 배나 더하고 포슬포슬한 촉감도 훨씬 좋았다. 윤 대표는 “별칭으로 ‘치킨 원단’이라고 부르는데 원단 자체가 뽀글뽀글하게 생겨서 하나씩 떼서 표면에 심는 작업을 하거나 줄 형태로 된 것을 얼굴에 두르는 이중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런 만큼 가격도 보통 원단보다 배 정도 높지만 인기가 그만큼 많다고.

6~7구짜리로 찌르면 부피감이 살아난다.

바늘로 여러 번 찔러야 하므로 바닥에 스폰지를 두고 양모를 올려서 작업한다. 맨 처음엔 사용하고자 하는 원단을 돌돌 말아서 누에고치처럼 만든 뒤 1구짜리 바늘로 몇 번 찔러 고정해 준다. 너무 많이 찌르면 금방 딱딱해져 버리므로 모양이 적절히 고정될 만큼만 찔러준다. 손가락을 찌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실뭉치의 표면과 바늘이 직각으로 만난다고 생각하면서 푹푹 찔러 준다. 찔렀다 뺄 때 바늘에 있는 작은 돌기가 섬유에 걸리는 느낌이 들면 제대로 하는 거다. 이렇게 모양이 잡히면 실을 조금씩 뜯은 뒤 표면을 한 번 감싸서 바늘이 원통 안에 6, 7개 들어 있는 기구로 찔러서 부피감을 더한다. 이런 기구는 바늘의 수에 따라 6구, 7구라고 부르는데 한 번에 이 바늘들이 원단을 찔렀다 빼면서 많은 양을 엉키게 해 작품의 모양을 잡는 데 효과적이다. 실을 표면에 겹칠 때는 실의 결을 보고 서로 직각으로 더해줘야 단단하고 표면도 매끄럽게 잘된다.

완성된 반려견 발 모양의 열쇠고리.

일일 체험은 2시간 동안 진행되며 반려견이나 반려묘의 발바닥 모양을 본뜬 열쇠고리를 만들 수 있다. 위의 과정을 거쳐 발바닥 모양이 얼추 잡히면 다시 1구짜리 바늘로 발가락 사이의 홈을 찔러서 표현하고 발바닥에 있는 소위 발바닥 젤리 부분을 다른 색상의 실로 표현해 주면 완성된다. 보기엔 간단해 보이지만 초보자에게 쉽지만은 않다. 윤 대표는 “니들펠트는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모양 만들기에 집중해 바늘을 찌르다 보면 다른 것은 완전히 잊을 수 있다”며 스트레스 해소와 힐링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되니 임신부들에게 인기 있는 취미 중 하나다. 보들보들하고 귀여운 소품들을 만들 수 있으니 태교에 좋고 아기용 액세서리도 만들 수 있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