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직 형사 역할 맡은 성동일과
- 연쇄살인범 쫓는 맨션 주인 역
- “원작 웹툰 보면서 캐릭터 잡아내
- 노장 투혼? 난 현재진행형 배우
- 힘닿는 데까지 연기 열정 쏟을 것”

영화 ‘지구를 지켜라!’, ‘범죄의 재구성’, ‘싸움의 기술’, ‘타짜’, ‘관상’, ‘내부자들’ 등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충무로의 대표 ‘선생님’ 배우로 통하는 백윤식이 영화 ‘끝까지 잡는다’(개봉 29일)에서 주연을 맡아 다시 한번 독보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영화 ‘끝까지 잡는다’에서 연쇄살인범을 끝까지 추적하는 아리동 맨션의 주인 심덕수를 연기한 백윤식. NEW 제공

제피가루 작가의 인기웹툰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 ‘반드시 잡는다’는 30년 전과 같은 동일 수법의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자 동네를 꿰뚫고 있는 아리동 맨션의 주인 심덕수와 과거 사건을 잘 아는 전직 형사 박평달이 힘을 합쳐 해결하는 영화다. 아리동 맨션의 구두쇠 주인 심덕수를 연기한 백윤식은 박평달 역의 성동일과 함께 앙상블을 이루며 독특한 스릴러 영화를 선사한다. 특히 용의자를 쫓아 골목을 뛰고, 범인과 액션을 펼치는 등 노익장을 과시했다.

일흔의 나이에 범죄스릴러 영화 ‘반드시 잡는다’의 주연을 맡아 압도적인 연기를 보여준 백윤식과 만나 지치지 않는 연기 열정과 영화를 대하는 진지한 자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주로 젊은 배우들이 등장하는 범죄스릴러 영화에 주연을 맡았다. 개봉을 앞둔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좋은 기회에 좋은 작품을 하게 돼서 배우로서는 아주 좋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처음 웹툰 원작의 작품을 영화화하겠다고 했을 때 배우로서 심사숙고하는 과정을 거쳤다. ‘반드시 잡는다’를 연출한 김홍선 감독이 직접 각색을 했는데, 웹툰과 달리 박평달과 투톱으로 만든 점이 괜찮았다.

-출연을 결정하면서 액션 부분이 살짝 고민이 됐을 것 같다. 유독 넘어지는 장면이 많았고, 골목을 전력을 다해 뛰어야 했고, 스쿠터를 직접 운전해야 했다.

▶평소 유산소 운동을 하고 있는데, 러닝머신 위에서 하는 것보다 바깥에서 뛰는 것이 더 좋더라. 처음에는 저의 뒷모습만 나오는 장면은 대역을 써봤는데,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서 내가 직접 뛰면서 재촬영을 했다. 김 감독도 은근히 원하는 것 같았다. 골목에서 뛰는 것뿐만 아니라 목포 유달산 암반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는 장면을 찍기 위해 등산을 해야 했는데, 등산로가 계단으로 되어 있어 성동일은 힘들다고 했지만 좋은 의미로 ‘등산하면서 운동도 되네’ 하며 기꺼이 올라갔다.

30년 전과 같은 동일 수법의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자 아리동 맨션의 주인 심덕수와 과거 사건을 잘 아는 전직 형사 박평달이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는 영화 ‘끝까지 잡는다’. NEW 제공

-마지막 장면에 범인, 박평달과 함께 빗속에서 진흙탕 액션을 펼친다.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몇 시간 하고 끝냈으면 되는데 그 장면을 무려 3일을 촬영을 했다. 그것도 지난해 이맘때 촬영한 것이라 무척 추웠고, 게다가 비가 쏟아지니까 힘들었다. 그래도 견딜 만 했다.

-웹툰 속 독특한 캐릭터를 현실감 있게 연기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원작자인 제피가루 작가가 쓴 작품 후기까지 꼼꼼히 보면서 작가의 의도를 봤는데, 심덕수의 캐릭터를 잡는데 도움이 됐다. 그리고 결국에는 시나리오에 다 나왔다고 생각한다. 캐릭터를 백윤식이라는 배우에 걸맞게 풀어나가면 된다. 그러다 보면 배우 백윤식이 캐릭터에 접목되어간다.

-심덕수는 맨션의 주인이자 구두쇠이지만 속정이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205호에 월세를 살던 젊은 여자가 납치된 것을 알고 범인을 끝까지 잡으려 한다. 심덕수의 마음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영화에서는 잘 표현이 안 되지만 심덕수는 어린 시절 6.25 전쟁 때 인민군에게 발각이 안 되려고 동생의 입을 막았다가 질식사시킨 트라우마가 있다. 그런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205호 여성을 구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목숨을 내놓고 범인을 쫓는 것이다. 게다가 심덕수도 고생고생하면서 자수성가한 사람인데, 205호 여성에게 월세를 독촉하면서도 열심히 살라고 한다. 그녀가 납치당하자 진짜 미안하게 생각하면서, 구해서 좋은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들을 보면 백윤식 씨가 한 대사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예를 들어 ‘싸움의 기술’의 ‘피똥 싼다’나 ‘내부자들’의 ‘이런 여우 같은 곰을 봤나’, ‘국민은 개돼지입니다’ 등이 그렇다. 대사 톤은 연구한 것인가?

▶내가 했던 인물이 뱉은 대사를 보면 맛이 있다. 좋은 말도 아닌데 짧은 한 마디에 뉘앙스와 함축된 의미가 있더라. 상황에 걸맞게 자연스럽게 대사를 하는 것인데, 관객에게는 재미있게 들리고 각인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예능 프로그램에서 젊은 친구들이 성대모사로 많이 활용하는 듯하다. 그런 것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특히 ‘국민은 개돼지입니다’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회자되고 있다.

▶마치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을 암시한 듯 ‘내부자들’ 개봉 이후 비슷한 일들이 막 터지지 않았는가. 지난해에 계속해서 사건이 터지는데, ‘(우리 사회가)참 그렇구나’ 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누군가의 아버지나 할아버지 역할이 주어진다. 그런데 백윤식 씨는 그런 인물이 아닌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인물을 계속 연기하고 있다.

▶배우 백윤식도, 인간 백윤식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 ‘ING’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관객 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모르지만 구김살 없이 최선을 다해서 살아왔고, 감사한 마음이다. 그리고 다음 작품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