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황 던져주고 서사 완성
- 관객참여형 로드플레이
- 부산 동광동 스페이스닻
- 월요일 상설…3회까지 매진

지난 26일 오후 7시30분 부산 중구 동광동 40계단 근처 스페이스닻 1층. '우리엄마 정숙이 차여사' 공연을 보러 온 관객 10명은 주최 측이 나눠준 꽃무늬 '몸빼바지'와 두꺼운 양말부터 주섬주섬 입고 신었다. 객석에 앉아 무대 위 배우와 작품에만 집중하면 되는 거 아니었나, 어쩐지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 때 공연 기획을 맡은 프로덕션 '예술은 공유다' 심문섭 대표가 말했다.

	부산 중구 동광동 스페이스닻에서 열린 관객 참여형 연극 '우리 엄마 정숙이 차여사'의 공연 모습. 예술은공유다 제공

"저희 공연은 '관객참여형 로드플레이' 작품입니다. 관객 여러분이 배우와 일대일로 함께 공간을 옮겨가며 딸이 되기도, 엄마가 되기도 할 겁니다. 작품은 내가 알지 못했던 '엄마'의 다양한 모습을 쫓아가며 진행됩니다. 입고계신 옷이 작품 몰입에 도움이 될 거예요."

보기드문 실험이 부산 원도심에서 시작됐다. 여러모로 독특하다. 일단 매주 월요일 상설공연이다. 전통적으로 월요일은 연극 공연이 없는 날인데 바로 그런 월요일을 고른 것이다. 관객은 회차당 10명만 받는데, 배우 또한 10명으로 관객과 배우가 일대일로 작품을 진행한다. 무대와 객석은 없다. 대신 4층 건물 곳곳을 옮겨가며 공간을 통해 서사를 완성한다. 관객은 때로 배우의 상대역이나 작품의 주인공이 된다. 배우의 손에 이끌려 공간을 둘러보다 보면 관극이 끝난다. 공연이 끝나면 흡사 작품 속에서 빠져나오는 기분이 든다.

	왼쪽부터 심문섭(기획), 오치운(연출), 양지웅(연출·연기) 씨 .

이번 작품은 '예술은 공유다'의 심문섭 대표가 기획을, 오치운 연출가가 연출을, 양지웅 연출가가 공간 연출과 연기를 맡았다. 경성대 연극영화학과 93학번 동기인 이들은 "셋이 사고 한번 친 거다. 20년 상설 공연이 목표"라고 말하며 웃었다.

심 대표는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오래 이어가는 게 더 어렵다. 부산에서 장기 공연으로 정착한 작품이 드물다. '우리엄마 정숙이 차여사'를 상설공연으로 정착시켜 원도심 대표 공연이자 부산을 찾는 여행자들도 일부러 보러 오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 상설공연 활성화는 배우·관객의 성장은 물론 연극문화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공연을 매주 월요일로 정한 이유에는 배우 스케줄을 고려한 현실적 이유도 있다"고 기획 배경을 밝혔다.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해온 그는 "이번 작품을 시작으로, 다양한 연극적 실험을 본격적으로 해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오치운 연출가는 "이 작품은 2011년 부산국제연극제에서 초연했다. 당시엔 극장에 공간을 만들어 진행했다. 자식들이 엄마의 다양한 모습을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 나에게는 '엄마'이지만, 누군가에겐 '정숙이'이자 '차여사'인 사람이자 여성이다"며 작품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무대를 지켜보는 것을 너머 능동적으로 몰입해 본인의 이야기인 것처럼 느끼게 하고 싶었다. 관객과 배우가 함께 작품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형식을 설명했다.

공연은 지난 12일 첫 선을 보였다. 3회차까지 '매진 행렬'이다. 새로운 형태의 공연에 어색해 하는 관객도 있지만 점차 작품에 집중해간다. 정애경 황자미 손남숙 엄지영 전상미 박정아 김륜호 김지희 윤장원 등 부산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배우들이 참여했다. '우리엄마 정숙이 차여사'는 10년 전 말없이 집을 떠난 엄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시작한다. 엄마의 죽음을 계기로 지난 10년을 되짚는 형식이며, 엄마이기 이전에 인간 차정숙을 알아가고 이해하며 받아들이게 된다. 매주 월요일 오후 7시30분 중앙동 스페이스닻. 2만5000원. 사전 예약제(현장 구매 불가). (051)469-1978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