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온'은 우리말로 즐겁다

- 경남농기원 안철근 박사 개발

- 품종 개량 크기 줄이고 당도 높여

- 미니 파프리카보다 수확량도 배

# 이마트 전 매장에 판로 지원

- GSP사업단 국산 우수종자 개발

- 영세농가 종자값 구입부담 줄여

- 소규모 농장 안정적 수익 기대

"소비자는 눈과 입이 즐겁고, 농가엔 높은 수익으로 즐겁다고 해서 '라온 파프리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라온은 우리말로 즐겁다는 뜻입니다."

지난 16일 경남 합천 파프리카 농장인 '꿈의 농장'에서 만난 경남농업기술원 안철근 농학박사는 자신이 개발한 라온 파프리카 작명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라온 파프리카는 기존 파프리카보다 크기는 절반으로 품종개량하고 당도는 11브릭스로 배가량 올렸다. 11브릭스면 여름철 대표 과일인 수박과 비슷한 수준의 당도이다. 이전까지 시중에서 볼 수 있었던 미니 파프리카는 네덜란드 종자인데, 이보다 과피가 두껍고 부드러워 아삭아삭한 식감이 더 우수하다는 평가다. 안 박사는 "식자재뿐 아니라 과일 대용으로 먹기에도 손색이 없다"며 거듭 상품성을 강조했다.

■ 맛과 수익성 모두 잡았다

합천 해인사 인근 가야산 자락에 위치한 이곳은 기후가 서늘해 파프리카 재배에 적합한 환경으로 많은 농장이 들어서 있다. 꿈의 농장 전명권 사장도 17년째 이곳에서 파프리카 농장을 운영 중이다. 20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에는 성인 키를 훌쩍 넘은 정도로 자란 파프리카 나무들이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정도의 간격을 두고 빼곡하게 자라고 있었다. 전 사장은 "남부지역의 경우 한여름에는 파프리카가 착과되지 않거나 피가 얇아져 상품성이 떨어지는데, 이곳은 고랭지라서 여름 재배 단지로 좋은 장소다"고 설명했다. 

전 사장이 큰 파프리카를 재배하다가 라온 파프리카로 품종을 바꾼 것은 올해부터다. 국내 파프리카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미니 파프리카도 고민했지만 종자값과 생산성에서 라온 파프리카가 월등해 이것으로 결정했다. 미니 파프리카는 3.3㎡당 20㎏이 생산되지만 라온 파프리카는 40㎏ 수확이 가능하다. 경도도 배가량 높고 쉽게 파손되지 않아 보관 및 운송도 용이하다.

판로 걱정도 없다. 이마트가 '국산의 힘' 프로젝트로 라온 파프리카를 전국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어서다. 이날 기준 600g 한 봉지에 3880원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미니 파프리카보다 30%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덕분에 2015년 첫선을 보인 후 매 분기 신장하고 있으며,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5배 이상 높은 3억7500만 원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전 사장은 "라온 파프리카는 크기가 작은 대신 한 줄기에 달리는 개체 수가 많아 손이 좀 더 많이 가지만, 재배방법이 비슷해 어려움 없이 수확기를 맞았다"며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파프리카 전체 시장에서는 물론 수출에서도 비중을 늘려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 '농업 반도체' 종자산업 살려야

라온 파프리카는 정부의 국산 우수 종자 개발 사업인 GSP(Golden Seed Project) 일환으로 세상에 나왔다. 종자시장은 '농업의 반도체'로 불리지만, 우리나라 기업은 농우바이어 한곳만 남았을 정도로 몬산트와 같은 외국 대기업에 잠식당한 상태다. 종자 구입비로 파프리카만 해도 연 100억 원에 달한다. GSP는 외국 종자뿐 아니라 토종 종자마저 역수입하는 현실에서 주요 품목을 국산화하기 위해 2013년부터 시작됐다. 라온 파프리카는 GSP사업단 우수연구과제에 선정될 정도로 인정받은 상품이다.

국산 파프리카 종자가 개발되면서 농가 부담이 크게 줄었다. 파프리카 종자가 보통 500원 하는 반면 미니 파프리카는 로열티 포함 종자 가격이 1200~1500원으로 비싼 편이다. 우리나라 파프리카 농장 1인 영농 규모가 평균 2000평인 점을 감안하면 종자값만 3000만 원이 넘는다. 반면 라온 파프리카는 현재 종자 가격이 1000원 선이며 장기적으로 800원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여기에 이마트가 판로 확보와 함께 종자 구입비용도 지원하는 등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소규모 영세 농가에 향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국 파프리카 재배 면적이 600㏊인데 이 가운데 30%는 평균(2000평)에 못미치는 소규모 농장이다. 시설이 크면 클수록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영세농가의 고충이 유독 크다. 

안 박사는 "큰 파프리카의 생산성이 떨어지다보니 토마토나 고추로 품목 전환을 하는 농가들이 있는데 이 경우 다른 작물 농가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라온 파프리카 재배 면적이 10㏊인데, 소규모 파프리카 농가의 절반가량으로 넓혀서 가격을 낮추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작물로 자리잡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