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행사로 찾은 푸껫에서 호화요트를 타면서, 섬 기행으로 찾은 통영 비진도에서는 숙소에서 무료로 빌려주는 카약을 빤히 바라보면서 '천혜의 조건을 가진 부산 사람들은 왜 해양스포츠를 적극적으로 즐기지 못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만큼 해양스포츠에 발을 들이기가 쉬운 곳도 없다. 부산시와 각 구·군이 해수욕장마다 해양스포츠 특화사업을 추진하면서 무료 체험 기회도 제공하고 있고 저렴한 가격에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기 때문이다. 결국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운동신경이 떨어져서'라는 것은 핑계일 뿐 스스로의 의지 문제이리라.

스탠드업 패들보드에 올라탄 무료체험 참가자들이 보드 위에 앉아 광안대교를 향해 힘차게 패들(노)을 젓고 있다. 가운데 노란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이 기자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본격적인 여름을 맞아 부산시 해양레저과와 각 해양레포츠 관련 단체의 도움을 받아 SUP(스탠드업 패들보드)와 카약, 딩기요트 등 혼자서 할 수 있는 무동력 해양스포츠 3종을 소개한다. 먼저 스탠드업 패들보드를 소개하면서 부산시민 누구나 최소한 한 종류의 해양스포츠는 자신 있게 탈 줄 알게 되는 날을 꿈꿔본다.


- TV 예능프로그램서 소개된 보드 위 서서 노 젓는 스포츠
- 바람 없어도 바다·강·호수 등 공간적 제약없이 탈 수 있어
- 체험자 "타보니 너무 짜릿해"

- 부산, 해양스포츠에 최적 조건
- 해수욕장마다 특화사업 추진
-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 가능해

■물만 있으면 탈 수 있는 SUP

옥덕필 대한패들보드연맹장이 직접 패들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체험을 위해 일요일인 지난 18일 SUP 특화사업장인 광안리해수욕장 삼익비치 쪽 WPA Korea(대한패들보드연맹) 몽골 텐트를 찾았다. 체험 신청자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초등학생부터 50대 아저씨까지 남녀노소가 골고루 섞여 있고 친구 부부 남매가 함께 온 경우가 많았다.

일단 SUP에 대해 알아보자. SUP는 보드 위에 서서 패들(노)을 젓는 해양스포츠로 다른 종목보다 배우기 쉽다. 또 파도가 있는 곳에서만 탈 수 있는 윈드서핑 요트 등과 달리 바람이 없어도 되고 바다 강 호수 등 어디에서나 탈 수 있어 공간적인 제약도 적다. 보드의 무게는 8~12㎏, 길이에 따라서는 숏보드(9피트 이하·파도타기용), 미디엄보드(9~12피트·전천후), 롱보드(12.6~14피트·경기용)로 나뉜다. 무료체험은 주말(토, 일)에 이뤄지며 오전 타임(오전 10시30분~낮 12시30분)과 오후 타임(오후 2시30분~4시30분)이 있다. 금요일에는 초·중·고 학생 및 교원 등을 대상으로 오후 3~5시에 진행한다. 광안리해수욕장 SUP를 주관하는 옥덕필 대한패들보드연맹장은 "서핑하던 친구들이 바람이 없어 서핑을 못 탈 때 이를 대체하는 것이 SUP"라며 "TV 프로그램 '윤식당'에 소개된 이후 SUP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SUP의 세계로 빠져보자. 일단 장비. 일부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될 정도의 날씨여서 수영복만 입고 구명조끼를 착용했다. 날씨가 추울 때는 슈트를 입어야 한다. 이제 기본 준비를 마쳤으면 본격 수업에 들어간다. 먼저 20분가량 걸리는 강습이 시작된다. SUP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보드 위에 서는 법, 노를 젓는 방법, 방향 전환 등을 배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강습 내용을 정리하면 ▷보드 손잡이에 붙은 리쉬를 발목에 차야 한다. 리쉬는 물에 빠졌을 때 보드와 몸을 연결해준다 ▷보드를 물에 띄울 때는 파도와 직각이 되게 하고 파도가 칠 때는 밀어주듯 들어간다 ▷패들을 저을 때는 몸을 바깥으로 내밀어 수직에 가깝게 젓고 방향을 전환할 때는 바깥으로 후리는 것처럼 하면 된다. 패들을 반대로 젓는 역패들도 가능하다 ▷패들 길이는 머리 위 한 뼘이 적당하다 등이 있다. 호루라기를 한 번 불면 오른쪽으로 방향 전환, 두 번 불면 왼쪽으로, 네 번 불면 강사 쪽으로 모인다는 약속도 머리에 넣었다.

■물 위에서 자유를 느끼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패들을 수직으로 세워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모래사장에서 열심히 패들을 젓고 있는 기자. 서정빈 기자

준비운동을 마친 체험자들은 각자 보드와 패들을 들고 바다로 들어간다. 수면 높이가 엉덩이쯤 오면 패들을 물에 띄우고 파도와 수직으로 진입한다. 비딱하면 파도가 칠 때 보드로 옆 사람을 때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이날은 다행히 파도가 세지 않았다. 이제 보드 위로 오를 때다. 강습 때 배운 것처럼 무릎을 꿇고 발뒤꿈치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는다. 처음엔 어색하더니 패들을 젓는 게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속도가 붙는다. 겁을 상실한 채 광안대교 쪽으로 들어간다.

한동안 이 자세로 타니 다리에 쥐가 날 것 같다. 일부 양반 자세로 타는 사람이 보인다. 바로 자세를 바꾼다. 한결 편하다. 그런데 양반 자세를 하니 몸은 편한데 중심 잡기는 더 어렵다. 좌우로 방향 전환을 연습한 다음 남은 건 일어서는 것. '이까짓 거'라고 생각한 순간 몸이 앞으로 쏠린다. 주위에 있던 강사들이 '고개를 들어 정면을 보세요'라고 소리친다. 시선은 정면을 향해야 한다는 걸 깜빡했다. 이번엔 광안대교를 보며 야심 차게 일어서는데 물에 '풍덩' 한다. 정신이 없다. 리쉬를 당겨 보드를 몸쪽으로 가까이한 뒤 보드에 올라가려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낑낑대며 보드 위에 오른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보드 위에 서는 데 성공한 사람이 서너 명 보인다. 질 수 없다. 다시 집중해 중심을 잡고 일어선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힘들어서가 아니라 중심을 잡으려는 온몸의 떨림이다. 그럭저럭 서 있을 만하다 싶어 패들을 물에 담그자마자 또다시 '풍덩'. 소금물의 짜릿함에 전율한다. 세 번쯤 물에 빠지고 나니 중심 잡는 게 한결 쉬워진다. 이제는 조금 오래 서 있을 수 있게 됐다. 패들도 강하게 젓는 것은 어렵지만 살살 젓는 것은 가능하다. 패들을 좀 더 물속 깊이 찔러넣고 힘을 주어 앞으로 나아가려는데 여지없이 중심이 무너지며 물속으로 빠진다. 하지만 이제는 요령이 붙는 것 같다. 속도를 서서히 높여볼까 생각하는데 강사의 소집 호루라기가 울려댄다. 아쉽지만 오늘 체험은 여기까지. SUP 기본기를 배우고 물에 빠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시간이다.

체험에 나선 권병미(여·27) 씨는 "아는 분 소개로 무료체험에 나섰는데 너무 짜릿했다"며 "처음엔 보드에 서서 패들만 저으면 된다는 생각에 쉽게 생각했는데 막상 타 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하지만 몇 번만 더 타면 잘 탈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황유진(14) 양도 "이번이 세 번째 SUP를 타는 건데 일어서서도 웬만큼 탈 수 있는 수준이 됐다"며 "앞으로 카약 윈드서핑 등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 SUP 배우려면

- 광안리·송도·다대포해수욕장서 1회 무료체험

SUP는 광안리해수욕장 송도해수욕장 다대포해수욕장에서 무료체험을 할 수 있다. 부산시 해양레저부산 사이트(leisurebusan.or.kr)에서 회원 가입을 한 뒤 프로그램 소개란에 들어가 체험신청을 하면 된다. 체험은 한 곳당 1회만 가능하다. 하지만 장소를 바꾸면 돼 최소 세 번은 무료체험을 할 수 있다.

무료 강습 후에 관심이 생긴다면 장비를 대여해 혼자서 타거나 단기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광안리해수욕장의 경우 대여만 하면 3만 원으로 종일 탈 수 있고 단기교육까지 받으면 6만 원이다. 그 뒤에는 정규과정을 듣고 필요하다면 장비를 사도 된다. 장비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싼 것은 20만 원(중고)대부터 있는데 대부분 200만 원 이내에서 살 수 있다. 이쯤 되면 동호회 활동을 권장한다. 중·고급 코스도 배울 수 있다. 장비를 들고 다녀도 되지만 클럽하우스에 장비를 보관할 수도 있다. 1년 사용료는 광안리 기준 180만 원.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