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인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베일을 벗었다. '옥자'는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가 제작해 극장 개봉과 넷플릭스 공개가 동시에 이뤄진다는 점 때문에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 논란이 있었고, 국내 3대 멀티플렉스(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상영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런 가운데 모습을 드러낸 '옥자'는 어떤 영화일까?

	영화 '옥자'. 넷플릭스 제공

2007년 글로벌 기업 미란도는 인류의 식량 위기 대책으로 슈퍼돼지 프로젝트를 세우고, 유전자를 조작한 슈퍼돼지 새끼들을 전 세계 도시로 보내 사육한다. 그리고 2017년. 강원도 산골에서 소녀 미자와 가족처럼 자란 슈퍼돼지 옥자는 뉴욕으로 끌려간다. 이에 미자는 옥자를 구하고자 험난한 여정에 나서고, 동물보호단체 ALF도 힘을 보탠다.

'옥자'는 2006년 개봉해 관객 1300만 명을 모은 봉준호 감독의 흥행작 '괴물'의 연장 선상으로 보인다. 외국군 실험실의 폐기물 불법 방류로 생긴 한강의 돌연변이가 '괴물'의 주인공이라면, 돼지와 하마의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슈퍼돼지가 '옥자'의 주인공이다. 돌연변이 괴물이 한강에서 사람들을 헤치고 다닌 반면, 슈퍼돼지 옥자는 미자와 우정을 나누는 가축이라 상반돼 보이지만 이들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을 비판하는 것은 일맥상통한다.

'옥자'는 흥행적인 면에서도 매력을 지니고 있다. 옥자를 구하기 위해 미자와 ALF가 벌이는 작전은 스파이 영화를 보는 듯한 재미가 있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도 조금씩 과장돼 있어 색다른 영화를 보는 느낌이 있다. 여기에 미자와 옥자가 나누는 우정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다만 후반부에 슈퍼돼지들이 도축돼 상품으로 만들어지는 도살장 내부 장면이 너무 끔찍해 감동의 여운을 이어주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한동안 고기류는 쳐다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봉 감독이 '옥자'를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강조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29일 개봉.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