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표지 파우치·맥주 전용잔 등

- 독특하고 실용적인 사은품

- 한정판 풀어 소비자 구매로 연계

- 중고사이트서 재판매하거나

- 정작 본품 버리는 부작용도 

주로 온라인으로 책을 사는 김혜은(31) 씨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접속할 때면 도서 검색보다 '굿즈(goods)' 이벤트를 먼저 확인한다. 그동안 사은품으로 받은 노트 파우치 머그컵 등 다른 곳에선 살 수 없는 제품들이 모두 마음에 쏙 들어서다. 원하는 굿즈를 손에 넣기 위해 당장 읽지 않을 책을 함께 구입하는 일도 다반사. 최근엔 새롭게 리커버(recover) 출시된 도서를 구입하려고 접속했다가 5만 원 이상 구매 시 증정하는 굿즈를 받기 위해 두 권을 더 보태 주문하기도 했다.

한정판 사은품을 앞세워 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이 유통업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버리긴 아깝고 쓰기엔 뭔가 아쉬운 과거의 어설픈 사은품과 달리 독특한 디자인과 실용성을 갖춘 물건들이 눈길을 끈다. 매력적인 보조상품과 세트 판매로 소비자의 발길을 사로잡는 제품도 있다.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사은품과 보조상품들을 모아봤다.

■ 인터넷 서점가  유행

앞서 김 씨와 같이 사은품을 얻으려고 책을 사는 사례는 이제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다. '굿즈를 구입하니 사은품으로 책이 왔다'라는 말이 더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상품이라는 뜻의 굿즈는 최근 대중문화 콘텐츠 관련 파생상품을 뜻하는 용어로 통용된다. 

인터넷 서점가에 굿즈 유행을 불러일으킨 곳은 바로 알라딘. 2년여 전부터 이곳의 굿즈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면서 유명해졌다. 책 표지 디자인을 활용한 파우치 쿠션 소품 등이 인기를 끈다. 인터넷서점 매출 3위였던 알라딘이 2위로 오른 것도 굿즈 마케팅이 일조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알라딘에서 시작된 굿즈 바람은 예스24와 교보문고도 예외가 아니다. 사은품 소개가 없는 도서를 찾기 힘들 정도다. 예스24는 지난해 네이버 라인프랜드 굿즈 프로모션을 펼쳐 독자들의 구매 욕구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한편 최근 인터넷 서점가에는 스테디셀러에 새 옷을 입힌 리커버가 주목을 받고 있다. 예스24 '리멤버북', 교보문고 '리커버K', 알라딘 '본투리드' 시리즈가 모두 리커버 상품이다. 

■ 전용 잔 인기에 완판행진

대형마트에서 수입맥주의 인기가 국산 맥주를 맹추격하면서 전용 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설 선물세트로 대형마트마다 수입맥주 전용 잔 세트를 앞다퉈 내놓은 것도 이 때문. 롯데마트 광복점에는 설 연휴를 맞아 출시된 칭따오 맥주(330㎖) 전용 잔 세트가 짧은 연휴 기간 완판됐을 정도다. 

브랜드별 다른 형태의 맥주잔은 향과 온도, 거품 등을 고려해 풍미를 최상으로 맛볼 수 있도록 제작됐다. 가령 벨기에 밀 맥주인 호가든(Hoegaarden) 잔으로 잘 알려진 텀블러(Tumbler) 형태의 잔은 다른 잔에 비해 유리의 두께가 두꺼워 맥주가 차갑게 유지되도록 돕는다. 

와인 잔과 유사한 고블릿(Goblet) 형태의 잔은 손으로 맥주 온도를 높여 미지근한 온도에서 최상의 맛을 내는 에일 맥주의 특성을 살려주는 식이다.

■ 굿즈만 챙기는 부작용도

최근 국내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은 영화의 인기만큼이나 열성 팬의 과도한 굿즈 욕심으로 화제가 됐다. 이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에서 한정 출시한 팝콘 통을 얻기 위해 먹지도 못할 양의 팝콘을 산 뒤 이를 쓰레기통에 한가득 버린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서다. 일각에서는 굿즈를 얻기 위해 음식물을 버리는 것은 '혼모노(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매니아 관객)'라며 비난이 일기도 했다.

연말마다 벌어지는 일부 커피숍의 다이어리 마케팅도 소비자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 상술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정판 다이어리가 소진되기 전에 받으려고 필요 이상의 음료를 사는 경우도 다반사다. 중고 사이트에서 웃돈을 받고 비싼 가격에 재판매되는 부작용도 매년 벌어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양질의 사은품으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마케팅 못지않게 제품 자체의 품질을 높이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