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앨런 감독은 독창적인 이야기와 지적이면서도 재기 넘치는 대사, 재즈를 바탕으로 한 영화음악으로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가 지난해 내놓은 '이레셔널 맨'(사진) 또한 그만의 영화 색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에이브는 무기력하며 시니컬한 천재 철학과 교수다. 매혹적인 철학과 학생 질은 그에게 빠져들고, 이들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며 가까워진다. 어느 날 두 사람은 식당에서 부정한 판사 때문에 양육권을 잃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엿듣게 되고, 에이브는 갑자기 활력 넘치는 사람으로 변한다. 그리고 며칠 후 판사가 심장마비로 죽게 되는데….

나이 많은 교수와 젊은 학생의 사랑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레셔널 맨'은 우디 앨런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나이 차 많은 커플을 다룬 멜로 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식당에서 양육권을 잃게 된 여자가 등장한 후 묘하게 범죄 추리물로 급변한다.

영화 속에 "칸트는 말했다. 인간 이성은 거부할 수도, 답할 수도 없는 문제로 괴로워할 운명이라고…"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에이브는 양육권 문제의 해답을 이성이 아닌 비이성에서 찾았다. 완전범죄로 판사를 죽이겠다는 삶의 목표를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완전범죄가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주변 인물들이 에이브의 수상한 행동들을 목격했으며, 질은 점점 그에게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이에 에이브는 또 하나의 비이성적인 범죄를 계획한다. 비이성으로 무너진 일상은 서서히 비극으로 치닫게 된다는 것을 우디 앨런 감독은 보여준다.

'이레셔널 맨'은 마치 우디 앨런 감독의 '범죄와 비행'(1989), '맨하탄 살인사건'(1993) 같은 추리영화의 색깔을 띠고 있어 당시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놓치기 싫다. 게다가 세계적인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그는 현재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촬영 중이다)가 참여했고, 대작에 어울리는 와이드스크린으로 상영되기 때문에 화면에 깊이감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개봉 21일.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