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은 '검사외전'에서 완벽한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 외모와 언변 이용한 사기꾼 역
- 누명 쓴 검사 황정민 돕기 위해
- 서울대생·교포 등 극중에 변신

- "연기파 배우들과 잇따라 호흡
- 모자란 부분 도움 받아 든든함
- 새로운 모습 계속해 선보일 것"

그는 잘생김을 연기한다. 지난해 '검은 사제들'에서 사제복을 멋지게 소화해내며 여성 관객들에게 '비주얼 갑'으로 다시 자리매김한 강동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지난 3일 개봉한 '검사외전'에서는 별 치장 없는 죄수복을 입고도 교도소를 런웨이로 만드는 신기를 발휘하며 다시 한 번 여성 팬들을 홀린다. 특히 이번에는 장난기어린 얼굴과 달콤한 언변으로 여심을 녹이는 사기꾼 역이라 만화 같은 비주얼의 매력은 배가됐다.

	영화 '검사외전'에서 꽃미남 사기꾼 역을 맡아 여성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강동원. 쇼박스 제공

그는 "모델시절까지 포함하면 데뷔한지 16년이 됐다. 영화 데뷔작인 '늑대의 유혹'(2004) 때 중고생 팬이 많았는데, 이번에 '검은 사제들'을 통해 다시 중고생 팬이 생겼다. 그런 것이 낯설기도 하지만 좋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검사외전'에 대해서는 "이일형 감독님이 치원이는 거짓말을 해도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캐릭터였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20, 30대가 더 좋아할 것 같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검사외전'은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간 검사 변재욱(황정민)이 수감된 사기꾼 한치원(강동원)을 사회로 돌려보내 억울함을 풀어내는 과정을 가벼운 터치로 그렸다. 영화 속에는 정치검사와 철새 도래지 재개발 등의 이권사업에 얽힌 국회의원이 되려는 검사와 정치인 등이 얽히고설킨다.

강동원은 변재욱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선거유세에 뛰어든 서울대생이 되고,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검사가 되기도 한다. 물론 다 뛰어난 꽃미남 외모와 살살 녹는 언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목적도 없이 여자한테 빌붙어 먹는 캐릭터다. 코믹 연기를 워낙 좋아하고 웃기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부담이 덜했다"며 웃어보였다.

그는 이외에도 미국 명문대 출신의 재미교포로 사기 치기 위해 영어와 한국어를 적절히 혼용하는 언어 구사와 국회의원 선거유세장에서 현란한 셔플을 추다가 아주머니들과 어울려 막춤도 구사하는 변화무쌍 춤솜씨를 선보인다. "치원이 캐릭터가 오락적인 요소가 크기 때문에 디테일을 살리려고 했다. 영어 발음은 너무 굴리면 개그 프로그램처럼 보일 것 같아서 수위 조절을 하기 위해 애썼다. 춤은 현란한 셔플을 추면 웃길 것 같다고 해서 배웠는데, 나중에는 아주머니와 저절로 막춤을 추게 됐다"고 코믹한 모습을 보여준 것에 대해서 만족감을 표했다.

강동원은 '그놈 목소리' '의형제' '검은 사제들'에 이어 '검사외전'에서 소위 40대 연기파 배우인 설경구, 송강호, 김윤석, 황정민과 호흡을 맞췄다. 연기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닌 상대와 호흡을 맞추는 작업이기에 연기파 배우들과 함께한 것은 큰 도움이 됐을 터다. "아무래도 혼자였으면 부담이 있었을 것이고, 내가 어떤 부분을 놓쳐도 메워 줄 수 있다는 든든함이 있다. 이번 영화도 황정민 선배가 받쳐주니까 그것에 맞춰서 코믹 연기의 수위조절을 할 수 있었다"며 선배 배우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충무로에서 캐스팅 0순위인 그에게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그는 수많은 시나리오 중 자신이 읽을 당시 가장 재미있는 시나리오를 선택한다. "마음에 들면 출연 결정을 하기 전에 세 번 정도는 본다"는 그의 차기작은 이병헌, 김우빈과 함께 출연하는 '마스터'다. '마스터'는 건국 이래 최대 사기사건을 다룬 범죄액션 영화로, 강동원은 지능범죄 수사대 팀장 역을 맡아 새로운 연기에 도전한다.

"평생 다른 캐릭터만 할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모습을 찾을 수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강동원. "배우로서 최대한 연기 잘하고, 최대한 많은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러면서 다양성 영화에도 출연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롤이라고 생각한다"며 배우로서의 책임감도 느끼고 있는 그는 이제 충무로 대표배우로 불려도 모자람이 없겠다.


# 영화 속 새로운 느낌의 감옥과 죄수복

	영화에서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간 검사 역할을 맡은 황정민. 쇼박스 제공

'검사외전'은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 검사가 그곳에서 만난 사기꾼과 힘을 합쳐 무죄를 증명한다. 그래서 영화의 주된 공간 배경은 감옥이다. 제작진은 감옥이라는 공간적 배경이 주는 무거움을 탈피하기 위해 영화적 이미지가 가미된 감옥을 재창조해냈다.

제작진은 영화적이고 새롭지만 실제 있을법한 감옥을 만들기 위해 헌팅부터 섭외까지 약 5개월간 전국의 공장, 폐 미군부대, 대학교 건물 등 촬영 가능한 빈 공간들을 찾아다녔다. 이와 함께 이미지 작업을 통해 실제 공간이 완성되었을 때의 모습을 미리 볼 수 있도록 철저한 밑그림 작업을 했다.

이런 프리 프로덕션 뒤 실제 헌팅된 공간을 새롭게 재창조했다. 무채색으로 사방이 막힌 기존 교도소 이미지가 아니라 죄수복의 톤과 결을 같이 하는 청회색을 주조한 '검사외전'만의 감옥을 만든 것이다. 독방 등 감옥 안 공간들은 일관된 톤을 유지하되 공간별로 다른 콘셉트를 가미시켜 시각적인 단조로움을 극복했다. 면회실과 운동장에 한국영화에서 본 적 없었던 철조망을 이용해 벽, 칸막이 등을 제작한 것은 단적인 예다.

감옥과 함께 '검사외전'에서 새롭게 보이는 것이 바로 죄수복이다. 의상팀은 수감된 검사 재욱(황정민)의 유일한 의상인 죄수복을 관객들이 오랜 시간 동안 봤을 때 지루함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떠오른 아이디어가 바로 죄수복을 데님 소재로 만드는 것이다. 데님이 가진 특성상, 워싱 강도에 따라 다양한 톤이 나오고, 그 톤으로 시간의 흐름을 보여줄 수 있었다. 또한 데님이 주는 활동적인 느낌이 '검사외전'의 밝고 유쾌한 톤과 딱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모든 죄수복을 데님 소재로 제작했고, 다른 소재보다 표현의 폭이 넓었기에 기존에 죄수복이 나오는 영화들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표현할 수 있었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